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가 당선됐다. 선거 이후 숨 돌릴 여유도 없이 국정을 책임져야 하는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역대 다른 정부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와 희망은 역설적으로 높아 보인다.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맡은 현재 한국의 상태와 환경은 말 그대로 최악의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제조업의 대표 산업인 조선업의 부도 위기, 최악의 취업난을 겪는 청년 실업문제와 소득부족에 따른 소비축소가 만들어 낸 자영업 위기와 같은 경제적 어려움은 빙산의 한 부분일 뿐이다. 이런 경제난과 더불어 한반도 주변을 둘러싼 군사적 위협과 외교적 갈등을 제대로 해결하려면 어쩌면 전체의 판부터 다시 짜야 가능성이 보인다. 즉, 현재의 한반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안보와 외교문제를 해결하려면 탁월한 협상가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게다가 전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이후 한국사회는 갈가리 찢긴 상태에 놓여 있다. 또한 특정인에 대한 감정적 호불호 탓에 공동체가 분열하면서 맹목적 질시와 혐오라는 앙상한 가지만 도드라져 보이고 있다. 이런 현실을 인정하면서 사회개혁과 통합으로 나아가려면 공정, 공평이라는 가치와 의미를 한번 따져 보아야 한다.

사회제도나 절차가 아니라 한 개인에 대한 믿음이 우선되는 사회는 결코 근대적인 사회가 아니다. 실력이나 능력보다 정실과 인연이 우선되는 사회에서 공정과 공평이라는 가치를 논할 수는 없다. 바로 문 대통령으로 이야기되는 다음 시대엔 바로 이런 구시대적인 작태는 사라지길 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있다. '수저계급론'이라고 일컬어지는 흙수저들의 절망과 분노는 지나친 감정표현이 결코 아니다. 신분상승의 기회마저 박탈당한 지금 젊은 세대는 사회적 불합리와 부조리한 현실을 고발하면서 그 아픔과 상처를 서로 공유하고 있다.

대다수 국민은 바로 이런 현실에 대해 문 대통령이 공감하면서 아픔을 공유하길 기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상처받고 아파하는 시민의 목소리부터 먼저 듣고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길 바란다. 그래야 전임 정부와는 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정부라는 이름표를 붙이는 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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