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특위·논의기구 구성 등 아직 촘촘하지 않은 미래상
타 후보 공약 검토도 필요
분권 전담기구 위상 '회복', 정부부처 자세 개선도 과제
최낙범 "개헌에 함몰"지적 …지방자치 환경 조성 강조
이시원 "개헌 절대적"견해…시범분권 세부안 등 중요시

문재인 대통령의 '지방 인식'은 어떨까?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수도권 중심 성장전략으로 지방경제는 고사 위기, 사회는 와해 위기, 인구는 소멸 위기로 가고 있다. (노무현)참여정부의 국토 균형발전 전략을 버린 결과, 심각한 불균형 성장과 미래성장동력 약화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그의 표현은 2016년 말 기준 데이터로 입증된다. 국토의 12%인 서울과 수도권에 인구 50%, 100대 기업 본사 95%, 전국 20대 대학 80%, 의료기관 52%가 몰려 있다. 그뿐인가. 공공청사 80%, 정부투자기관 89%, 예금 70%, 지역총생산액(GRDP) 49%, 총 사업체 47%가 집중돼 있다.

이를 개선하는 유일한 길은 지방자치 재개다. 지난 정부에서 정체됐던 지방분권 재가동이다. 그런데 이는 중앙정부와 수도권이 움켜쥔 기득권을 내놓게 만드는 일이다. 사실상 전쟁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놓은 지방분권 실현 로드맵은 상대적으로 세밀하지 못했다. 그의 10대 공약에서도 지방의 존재는 미미했다.

◇문 대통령의 지방분권 로드맵

임기 내 실현할 지방분권 로드맵을 제시해달라는 <경남도민일보> 질문에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이렇게 답했다.

'지방분권 개헌을 위해 정부 내에 '개헌특별위원회'를 구성, 산하에 '국민참여 개헌논의기구' 설치, 2018년 초 국회 개헌안 통과와 6월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를 통한 개헌.'

문 후보가 지방분권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수도권과 중앙정부에 집중된 권한의 지방 이양 △자치입법권·자치행정권·자치재정권·자치복지권 등 4대 지방자치권 보장과 민생치안 지방 이양 △시도지사 참여 자치국무회의 신설 △지방과 중앙 재원비율 4대 6 수준 조정 등을 연결하면 대략적 로드맵은 나온다. 하지만 촘촘한 시간표라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당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로드맵과 비교됐다.

안철수 후보가 로드맵으로 내놓은 △법률로 가능한 부분 우선 추진-중앙정부의 권한·재원 이양, 국고보조금 개선, 지방교부세 등 이전재원제도 개선 → △헌법 개헌으로 가능한 부분 추진-조례제정 범위의 확대, 지방세조례주의 전환 등이었다.

심상정 후보의 지방분권 로드맵은 주문대로 임기 전체를 상정했다. △2018년까지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자치입법권·자치조직권 보장, 6월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로 지방분권 개헌 마무리 △2020년까지 지방자치 사무이양 완료, 자치경찰제 시행 △2022년까지 지방교부세 확대 등 재정분권 단계적 실현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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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로드맵 이렇게 짜라!"

문 후보의 로드맵에 대해 경남대 행정학과 최낙범 교수는 따끔하게 지적했다.

"개헌에 지나치게 함몰돼 있다. 당장 실현 가능한 것부터 해야 한다. 헌법을 바꾸기 전에 법률을 바꿔 가능한 것, 법을 바꾸기 전에 시행령이나 규칙을 바꿔 가능한 것부터 해야 한다. 그 원칙에서 지방자치단체에 사무와 돈, 권한이 이양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예를 들어 국토교통부 인허가권 관계만 봐도 지금은 중앙정부가 다 쥐고 있다. 행정명령으로 개선할 수 있는 부분부터 지방으로 권한을 이양할 수 있다. 정부가 우선 지방자치가 가능한 환경부터 다시 조성해야 한다. 자치 행정권·조직권 관련 내용부터 손을 대야 한다. 중앙정부가 쥔 권한을 놓는 노력을 해야 하고, 지방은 권한을 요구하고 수용할 자세를 갖춰야 한다."

▲ 지방분권 경남연대 창립준비위원회가 지난 2월 16일 경남도의회 브리핑룸에서 중앙정부와 정치권에 강력한 지방분권화와 수준 높은 지방·주민자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경남도민일보 DB

반면 경상대 행정학과 이시원 교수는 "그만큼 지방분권 개헌이 절대적이라는 의미가 아니겠나. 법 개정이나 시행령, 시행규칙 개선으로 가능한 지방분권 발전 영역이 있지만 현행 법률 범위 내 조례 제정이라는 제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극히 한계적이다. 개인적으로 개헌 로드맵의 가치를 인정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곧바로 해야 할 지방분권 과제에 대해 이 교수는 "3개월 내에 지방분권 추진 청사진을 내놔야 한다. 시도지사 참여 자치국무회의의 세부계획도 내놓고, 세종시와 제주도 시범분권 계획도 내놔야 한다. 지방분권 개헌 추진계획 등 5년 임기 내 로드맵이 포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 교수는 '시도지사 참여 자치국무회의'에 대해서도 "광역이 중심이 돼서는 안 된다.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우선돼야 한다. 현실적으로 시도지사협의회와 시도의회의장협의회, 시군구단체장협의회, 시군구의회의장협의회 등 4개 협의회 대표자들이 자치국무회의의 공식 파트너가 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지방분권 개헌 결의대회에서 안희정 충남지사, 김관용 경북지사, 박주선 국회부의장, 김부겸 의원 등이 참석해 '지방분권 개헌'이란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내 지방분권 전담 기구 기능 회복도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지난 정권까지 이름만 바꿨지 근본적 기능을 하지 못한 지방분권 전담기구 위상과 기능이 회복돼야 한다는 것이다. 관건은 각자 권한을 쥐고 놓지 않으려는 정부부처의 자세부터 바꿔놓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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