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선 과반 득표 실패…지역색 벗어나 정치지형 변화

'보수의 아성' 경남이 무너졌다.

역대 대선에서 보수 정권을 향한 맹목적인 충성을 보여 온 경남 표심이 이번 19대 대선에서 표변했다.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보수 정당에 각각 55%, 63%를 몰아준 경남이 이번 대선에서는 과반을 허락하지 않았다. 노년층이 많은 지역 중심의 표 몰아주기는 여전했으나 이전의 지역색, 이념에 매몰된 투표 성향에서는 많이 벗어난 모습이었다.

◇가치보다 개발, 세대별 결집 뚜렷 = 제19대 대선 경남지역 후보별 득표 결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37.2%로 1위를 기록했다. 그 뒤를 문재인 대통령이 36.7%,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13.4%,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6.7%, 심상정 정의당 후보 5.3% 순이었다.

홍 후보는 도내 22개 선거구 중 16곳을 독식했다. 창원시 의창구와 성산구, 진해구, 김해시, 거제시, 양산시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많은 표를 얻었다. 이들 지역은 대체로 노령 인구가 많다.

창녕·거창·함양·합천은 홍 후보 고향과 성장지를 품은 데다 생활권이 대구·경북(TK)과 가깝다. 정치 양태도 보수세가 강한 TK와 비슷한 경향을 나타낸다.

진주·사천과 인근 남해·하동은 홍 후보가 경남도지사 시절 주창한 경남 미래 50년, 서부대개발 사업 영향을 크게 받은 모양새다. 선거운동 기간 진주와 사천에 항공국가산업단지가 지정됐다. 하동 갈사만 조선산단 내 해양플랜트 특화 산업 유치, 1조 4000억 원 규모 남해 힐링아일랜드 사업 등도 홍 후보에게 유리했다.

나노융합국가산단 지정을 앞둔 밀양 표심도 이들 지역과 비슷한 이유로 홍 후보에게 쏠린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다만, 진주 등 도·농 복합지역에서는 젊은 화이트칼라층이 많은 도시 지역 표심을 문 대통령이 흡수했다. 한 지역 내에서도 세대 간·계층 간 결집 현상이 뚜렷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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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지역 개표 결과./온라인 캡쳐

◇대도시 중심으로 경남 보수 텃밭 분열 = 문 대통령은 창원시 의창구와 성산구, 진해구, 김해시, 거제시, 양산시 등 6곳에서 홍 후보를 눌렀다. 자신의 정치 구심인 부산과 인접한 경남 동부지역 표심을 흡수한 셈이다. 자신이 태어난 고향, 집이 있는 거주지, 노무현 전 대통령 고향, 진보정치 1번지 등 이들 지역은 대체로 정치적 함의가 짙은 지역이기도 하다.

다만, 창원시 의창구와 진해구는 의외다. 이들 두 지역은 지난 대선 때까지만 해도 육군 39사단, 해군사관학교가 자리한 까닭에 안보에 민감해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으로 꼽혔다.

하지만 의창구는 육군 39사단 함안 이전, 북면 감계·무동지구 신도시 개발 가속화에 따른 젊은 층 인구 유입이 급속도로 진행됐다. 진해구는 용원 일대 신도시 개발, 풍호동·자은동 일대 신규 아파트 공급이 활발해지면서 의창구와 비슷한 계층 구성비 변화가 일어났다. 덕분에 민주당 국회의원, 도의원, 시의원 하나 없는 선거구에서 기적과 같은 변화가 일어나게 됐다.

◇품격 잃은 보수의 명멸 = 경남 전체 득표에서 홍 후보가 근소하게 앞섰지만 역대 선거에서 보수 정당인 한국당이 37.2%밖에 받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남도지사를 지냈음에도 홍 후보가 과반 획득에 실패하고 문 대통령에게 0.5%p 차 신승을 거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만큼 경남에도 변화와 개혁에의 갈망이 그 어느 때보다 컸다는 방증이다. 먼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결과로 치러진 이번 대선이 지닌 의미를 많은 도민이 인식했다고 볼 수 있다. 합리적 보수층 중에는 홍 후보의 도지사 시절 농단에 가까운 불통 도정에 반감을 지닌 사람도 많았다. 특히 홍 후보의 인격적, 도덕적 자질을 의심케 하는 각종 논란과 구설을 보수-진보를 막론한 전 세대와 계층이 참기 어려웠을 법하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받은 36.7%는 아쉽다. 지난 대선 때 받은 36.3%와 대비해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보수가 결집해 단일 후보로 선거에 나섰다면 경남에서 의미 있는 득표를 거둘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아직 민주당에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이 남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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