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열린 사채권자 집회 이후 향후 자금흐름이 정상화되면서 경영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한 대우조선에 갑자기 비상이 걸렸다. 회사채 보유 개인투자자가 채무 재조정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모든 자금투입이 사실상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문제에 대해 대우조선 사내외 협력사들은 발만 동동 구르며 개인투자자가 마음을 바꿔 항고를 철회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대우조선의 정상화 가능성에 회의를 품은 개인투자자가 자신의 이익을 지키고자 법적인 도움을 받는 행위를 나무라기는 곤란하다. 오히려 시장의 신뢰가 급전직하하듯이 추락한 책임은 대우조선과 정부에 묻는 게 정상이다.

대우조선의 경영위기를 숨기기에만 급급해온 고위 경영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면, 정부가 직접 나서서 위기관리를 하는 모양새라도 냈어야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을 생략하고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면서 긴급운영자금만 투입하는 현재의 모양새는 깨진 독에 물 붓기란 비판까지 나오게 했다. 또한 박근혜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과 정책 부재는 이런 비판을 강화하는 데 일조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한다면 10일 출범하는 새 정부가 대우조선 위기관리에 책임을 진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게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새 정부는 지난 8일 출범한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 관리위원회를 더욱 강화하는 방안을 우선 고민해야 한다. 지난 정부가 만든 대책이라고 하더라도 하루빨리 분석하고 평가해 새 정부에 어울리는 대책을 공표해야 한다. 이 대책에는 조선업의 향후 진로와 방향이 담겨 있는 산업정책이 기저에 담겨야 한다. 막대한 산업 배후와 연관 효과를 가진 조선업을 당장 포기하는 게 낫다는 식의 손쉬운 대책이 아니라 적어도 시차를 두면서 연착륙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부터 제시해야 한다.

대우조선의 위기 극복에서 누가 얼마나 희생하고 양보해야 하는지가 분명해져야만 시장은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시간만 잡아먹으면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지금까지의 양태가 반복한다면 대우조선은 파국으로 갈 수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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