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자녀 함께 권리 행사…국정농단 사태 분개 한뜻
'평등·통합' 등 가치 강조

지난해부터 온 나라를 뒤흔든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는 세대를 막론하고 표 향방을 정하는 좌표가 됐다. 투표소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한목소리로 이번 대통령 선거가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9일 오후 창원 의창구 신월동 아파트 단지 인근 토월중학교에 마련된 용지동 제6투표소와 주택가 신월중학교 용지동 제4투표소에는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러 온 시민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함께 투표를 하러 온 가족을 상당수 만날 수 있었다.

손종익(56) 씨는 동행한 딸 가영(22) 씨를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며 "젊은 세대를 위해 투표하려고 한다"고 운을 떼고 "이번 투표로 미래 세대가 더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했다. 가영 씨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 수 있는 후보자를 뽑겠다"고 밝히며 "여성을 상대로 한 '묻지마 범죄'와 여성 혐오가 없는 사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9일 오전 창원시 의창구 대원동 시티세븐 회의실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

안은숙(49) 씨는 "현실이 갑갑하기 때문에 새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대통령이 뽑혔으면 한다"고 했다. 아들 민경표(26) 씨는 "사업을 하려고 준비 중인데 경제를 살리고 안보에 힘쓰는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다수 유권자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언급하면서 이번 선거 결과가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길 기대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60대 유권자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되고 새 대통령을 뽑게 되지 않았느냐"며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려면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역시 이름을 밝히지 않은 50대 유권자는 "나는 보수"라고 운을 떼고 "좌우로 분열된 사회를 통합하고 산적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단력 있는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수영(35) 씨는 "박 전 대통령이 탄핵·구속되는 걸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며 "이번 선거가 비리 없는 나라, 깨끗한 나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후보자들이 내놓은 정책·공약과 TV 토론회도 표심을 파고들었다.

소흥렬(33) 씨는 "마땅히 마음에 든 후보가 없었는데 TV 토론회를 보고 누구를 찍을지 결정했다"면서 "현실성 있는 복지 정책을 내건 후보에게 한 표를 던졌다"고 했다.

8살 난 아들과 투표장을 찾은 한 30대는 "실력과 노력에 의해 결과가 결정되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며 "특히 노동 관련 공약을 살펴보고 대통령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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