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청 고위 공무원이 선거에 개입한 실체가 드러난 만큼 공직기강 해이를 방기한 책임을 지고 류순현 지사권한대행이 도민에게 사과하라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도청 공무원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 지원을 위한 선거 개입 파문이 '전례 없는 관권선거' 의혹으로 번지고 있으나 경남도가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 개입 혐의의 한쪽 당사자인 홍 후보 역시 해명이나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4일 도청 여성가족정책관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창원지검에 고발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홍 후보의 김해·양산 유세에 보육 관련단체 회원들의 참석을 요청했고, 보육단체 회장은 여성가족정책관 요청 내용을 카카오톡으로 산하 단체장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문제는 경남도의 태도다. 선관위 고발 이후에도 경남도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고발 직후인 지난 5일 이광옥 도 감사관이 위반사실이 밝혀지면 어떠한 관용도 없이 관계 법령에 따라 엄중하게 조치하고, 검찰 수사와 별도로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말뿐이다. 적어도 공무원의 선거 개입 사실이 드러나 검찰에 고발까지 됐으면 경남도는 당연히 고발된 고위 공무원의 즉각적인 직무정지와 함께 유관 부서 공무원 개입 여부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닷새가 지났는데도 감사관은 아직 별도 조사 없이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면 할 것이라며 미적대고 있다. 조사 대상도 한 사람으로 한정된다고 말하는 등 내부 선거개입을 제대로 조사할 뜻이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전례 없는 관권선거 의혹에 도가 사실상 방임하는 것과 다름없다.

결국 홍 후보가 도민의 참정권을 짓밟고 1년여의 도지사직 공백 기간을 만들어 냄으로써 공직기강 해이를 불러왔다고 볼 수도 있다. 일부에서는 도지사 보궐선거를 무산시킨 이유가 경남도를 대통령 선거에 악용하려는 숨은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구심마저 든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정농단과 헌정유린 세력 등을 심판하는 선거에서 공무원이 개입한 일은 엄단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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