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타고 접근 불가능, 도내 308곳 중 114곳 해당
관리관 기표 안내 허술, 점자형 공보물 분량 제한
음성 안내도 공약 빠진 채

장애인에게 '민주주의의 꽃' 선거는 또 다른 차별의 장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정보나 투표소 접근성 측면에서 특히 그렇다.

장애인권익옹호활동단 삼별초 소속 남정우(지체장애 1급)·박판신(뇌병변 1급) 활동가는 지난 4일 오전 사전 투표를 하고자 창원 마산합포구 교방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 투표소를 찾았다.

휠체어를 탄 이들이 주민센터 2층에 마련된 사전 투표소로 올라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주민센터에 승강기가 없기 때문이다.

주민센터 측은 이들이 투표를 할 수 있도록 1층에 별도 임시 기표소를 마련했다.

하지만 투표 과정은 매끄럽지 않았다. 관리관과 사무원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정을 숙지하지 못한 듯 책자를 보며 투표를 도왔다. 1층에서 투표한 투표지를 2층 투표소에 가지고 가는 데 사용하는 임시 기표소 봉투를 봉하는 문제를 두고 잠시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4일 오전 장애인권익옹호활동단 삼별초 소속 박판신(맨 앞) 활동가가 사전 투표를 하고자 창원 마산합포구 교방동 주민센터로 휠체어를 타고 들어가고 있다. /우보라 기자

남 활동가는 "관리관·사무원이 허둥지둥하다 보니 투표를 제대로 했는지 몹시 불안했다"고 운을 떼고 "장애인 접근성을 무시한 채 2층에 사전 투표소를 마련한 게 이 모든 문제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장애인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은 이곳만이 아니다. 경남 308개 사전 투표소 가운데 건물 2층 이상에 투표소가 마련된 곳은 178곳이었다.

이 가운데 승강기가 없는 곳은 114곳에 달한다. 2017대선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 따르면 경남 사전 투표소는 대구, 서울에 이어 세 번째로 장애인 접근성이 떨어졌다.

선거 정보를 얻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7조는 공직선거 후보자 및 정당은 장애인에게 후보자 및 정당에 관한 정보를 비장애인과 동등한 정도의 수준으로 전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장애계는 점자형 선거공보로 정보를 얻기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일반 인쇄형 선거공보와 마찬가지로 점자형 선거공보도 16장 이내로 분량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 전용 구역에 무단 주차하고 휠체어 접근을 막고 있는 일반 차량. /우보라 기자

장애계는 "인쇄된 내용을 점자로 바꾸면 분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인쇄물과 동일하게 분량을 제한하면 시각장애인은 3분의1 정도 정보만 얻는다"고 지적한다.

경남선관위가 오는 9일까지 시각장애유권자 선거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자 전국 최초로 제공하는 'ARS 시스템을 이용한 음성 투표 안내 서비스'도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해당 서비스는 투표권이 있는 경남시각장애인복지연합회 소속 5400여 명으로 투표 방법과 후보자 정보를 제공한다. 하지만 후보자 정보는 후보자 이름과 소속 정당, 기호 정도만 안내할 뿐 정책이나 공약에 대한 안내는 없다.

이 밖에도 대선 후보 TV 토론회 수화 통역사 부족, 거소 투표 때 비밀 투표 원칙 침해 등 장애인 참정권 훼손 문제도 끊이지 않고 있다.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참정권이 과연 평등한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남장애인인권포럼 관계자는 "예전에 비해 제도 등이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 참정권 실현은 어렵다"며 "장애인이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들이는 노력과 시간이 다른 만큼 선관위·각 정당 등이 장애 특성을 고려해 여러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남에는 지난 3월 말 기준 등록 장애인 18만 1115명이 있다. 이 가운데 만 19세 이상 유권자는 17만 5798명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