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특별시민> & TV <무한도전>
가짜뉴스·여론조작 일삼는
정치꾼 추악한 모습 그려
예능 술래 없는 추격전
거짓 때마다 그림자 늘어

대선이 코앞이다.

선거 막판, 결국 이익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면 그들이 바라보는 것이 권력인지 국민인지 되레 명쾌해진다.

'아니면 말고' 식의 출처를 알 수 없는 가짜뉴스를 들고나와 '아무 말 대잔치'를 벌이는 어느 후보의 면면을 보고 있자니 헛웃음이 절로 나온다.

◇<특별시민> = "권력을 향한 또 하나의 선거전쟁이 시작됐다"라는 홍보문구와 함께 <특별시민>이 지난달 26일 개봉했다.

오직 서울만 사랑하는, 발로 뛰는 서울시장 변종구(최민식). 하지만 실상은 어느 정치인보다도 최고 권력을 지향하며 이미지 관리에 철저한 정치 9단이다.

선거 공작의 일인자인 선거대책본부장 심혁수(곽도원)를 파트너로 삼고, 겁 없이 선거판에 뛰어든 젊은 광고 전문가 박경(심은경)까지 새롭게 영입한 변종구는 헌정 사상 최초의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한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차기 대선을 노리는 당대표는 그를 견제하고 상대 후보들의 공세는 더욱 거세진다. 여기에 예기치 못했던 사건들까지 일어나며 변종구의 3선을 향한 선거전은 위기를 거듭한다.

배우 최민식은 <특별시민>서 욕망에 잠식당한 정치인 모습을 완벽하게 펼친다. /스틸컷

주로 조폭과 결합해 잔인한 액션 잔상을 남겼던 기존 정치 영화들과 달리 <특별시민>은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정치인들의 이야기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민낯을 까발린다.

가짜뉴스를 흘리고, 여론을 조작하고, 정치가 아닌 정치쇼를 벌이는 과정을 펄떡이는 캐릭터들과 함께 촘촘하게 엮어 나간다.

이를 통해 영화는 권력과 욕망에 잠식당해버린 정치꾼들의 추악한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정작 그들의 안중에도 없는 유권자를 소환한다.

뚜렷한 소신으로 변종구를 지지했던 박경이 결국 '당신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유권자로 돌아가겠다'고 말하지만 그 이야기가 그저 공허하게 들리는 것 또한 같은 이유다.

선거는 '좋은 놈을 뽑는 게 아닌 나쁜 놈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선거철에 선거이야기를 들고나온 <특별시민>이 정치 혐오가 아닌 이러한 현실을 자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먹는 모습 하나만으로 추악한 권력을 드러낼 줄 아는 최민식의 연기는 명불허전이고 곽도원, 심은경, 문소리, 라미란 등도 캐릭터와 적절한 조합을 이룬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영화 속 이야기. 심혁수는 선거를 두고 "똥물에서 진주 꺼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공교롭게도 두 유력 주자의 이름은 '변' 종구와 양 '진주'다. 지지율이 제일 낮은 후보의 이름은 험한 길을 풍자한 '허만길'이다.

◇<무한도전> = 술래는 없었다. 그러나 멤버들은 술래 자체가 없다는 사실은 생각지도 못한 채 몸이 기억하는 기존의 추격전을 바탕으로 그저 서로 의심하고 도망가는 데 주력한다.

지난달 29일 MBC <무한도전>에서는 '진실게임 추격전'이 펼쳐졌다. 술래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서로 상대방의 질문에 거짓말이 아닌 진실을 말해야 하는 것이 이번 추격전의 규칙이다.

만일 거짓을 말했을 때 추격전에서 불리한 그림자 벌칙이 붙는다.

서로 믿어야 하지만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판을 흔든 건 박명수였다. 그가 택한 건 작정하고 거짓말을 하기로 한 것.

양세형과 유재석에게 전화해 자신이 정준하에게 잡혔다며 정준하가 술래라고 거짓말을 했다. 이에 양세형과 유재석은 혼란에 빠졌고 양세형은 유재석이 술래가 됐다고 오해하고 하하에게 전화해 자신 둘만이 생존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1등은 물 건너갔다고 생각한 박명수는 정준하에게 전화해 "재석이가 술래다. 재석이한테 속았다"고 말했다. 또한 박명수는 하하에게 전화해 "내가 술래다"라고 말하며 교란하려고 했다.

그 무엇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진실 여부를 떠나 믿고 싶은 말을 해주면 사람은 쉽게 그걸 믿어버린다. 그렇게 박명수가 퍼뜨린 가짜뉴스는 생명력을 얻는다. 이 즈음 '거짓말 없는 추격전'을 만든 김태호 PD의 의도가 선명하게 살아났다.

<무한도전> 진실게임 추격전서 거짓을 말하면 그림자 벌칙이 붙는다. /스틸컷

이번 대선에서도 상대 후보를 향한 네거티브와 흑색선전이 판을 흔드는 수단으로 공공연히 쓰이고 있다.

거짓말 없는 선거, 가짜 뉴스 없는 대통령 선거는 이미 물 건너간 지 오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눈을 부릅떠야 하는 이유다.

대선 이야기 끝에 누군가 "내가 뽑은 사람이 교도소에 들어가는 것 보고 난 대놓고 욕도 하지 못했다. 다 거기서 거기 아니겠나. 투표장에 가겠지만 투표는 하지 않겠다. 나중에 욕이라도 실컷 하겠다"라고 말했다.

그이의 정치 혐오는 일정 부분 이해하지만 그래도 최선이 아니라면 차악이라도 뽑아야 하지 않겠나. 똥물에서 오롯이 진주만 꺼내지겠느냐마는 그렇다고 방관만 하고 있을 수도 없지 않은가. /최규정 기자 gjchoi@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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