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동구밖 생태·역사교실] (3) 마산·사천
의림사 단아한 절간과 계곡 어우러진 풍경에 감탄
창동·오동동서 마산형무소터·소녀상 인증샷 '호응'
대숲고을서 조릿대·차나무 잎사귀 따고 죽순도 캐
금문소공원 갯벌서 노닐며 옷 젖어도 마냥 즐거워

역사탐방 마산 의림사~창동·오동동 근대역사유적

4월 22일 역사탐방은 마산으로 갔다. 행복한·성원·완월·누리봄다문화·진해용원 지역아동센터가 함께했다. 마산·창원·진해가 통합되고 7년이 지났지만 통합 창원시는 여전히 제각각이다. 진해 아이들은 마산을 다른 지역으로 여기고 마산 아이들은 진해를 다른 지역으로 여긴다. 역사탐방을 통해 자기가 사는 지역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은 좋은 일이다.

먼저 의림사를 찾았다. 의림사 앞에 천년고찰이라는 수식어가 붙지만 고풍스러운 모습은 찾기 어렵다. 하지만 별 기대 없이 가면 아기자기한 주변 계곡이며 단아한 전각에 감탄한다. 경쟁하듯 건물이 들어서 여운이 없는 요즘 다른 절간과는 달리, 있을 만큼만 있는 적당함에서 오는 여유가 있다.

의림사 대웅전에서 스님께 여쭈어보는 아이들.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감탄한다. 이런 좋은 데가 있는 줄 몰랐다며 오래된 나무도 살펴보고 부처님도 들여다본다. 대웅전 왼편에 관음보살 들고 있는 병에는 아픈 사람을 낫게 하는 감로수가 들어 있으니 빌면 치료가 된다고 했더니 한 아이가 앞에서 다소곳이 손을 모아 빈다. 무엇을 빌었을까 궁금했지만 묻지는 않았다.

의림사는 인심이 넉넉해 좋다. 왁자지껄 웃고 떠드는 아이들을 스님들은 흐뭇하게 바라본다. 여기저기 건네는 질문에도 친절하게 답해준다. 덕분에 절이 이렇게 편하고 좋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는 아이도 있다. 대웅전에서 불공을 올리는 한 아주머니가 "대웅전에 부처님이 몇 명일까요?"라는 아이들 미션 문제를 보고는 몇 '분'이라 하지 않았다고 언짢아한다. 이런들 저런들 부처님은 개의치 않으리라.

돌아오는 버스에서 선생님들이 창동·오동동에서 무슨 역사탐방을 하느냐고 궁금해한다. 창원·마산·진해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곳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모두 마산이란다. 정답은 창원이다. 지금의 진해가 일제강점기에 붙여진 이름이라는 사실에도 놀란다. 아이들을 위한 탐방이지만 어른도 함께 배우고 즐기면 좋겠다고 덧붙이자 선생님들이 격하게 공감했다.

점심을 먹은 뒤 센터별로 미션 수행에 나섰다. 위안부소녀상, 옛 시민극장, 원동무역 터, 마산형무소 터, 조창 터, 3·15의거 발원지 표지, 가장 오래된 서점과 레코드가게, 미스코리아를 배출한 미용실에서 인증 샷을 찍어오는 것이다.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데는 소녀상이다. 과거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라 그런 모양이다.

거리공연을 재미있게 봤다는 팀도 있고, 창동·오동동에 역사적인 장소가 많이 있어 놀라웠다는 선생님도 있다. 몇 개를 찾든 무슨 소용이랴. 즐겁게 놀면서 한 가지라도 알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아고라 광장에 모인 아이들은 여러 놀이를 하면서 신이 났다. 마무리하고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한 친구가 다가와 손을 꼭 잡았다. "다음 역사 탐방은 언제 해요?" "왜?" "재미있어요." "뭐가 재밌는데?" "그냥 재밌어요." 그래, 재밌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할까. "다음에도 꼭 올 거예요." 아이는 버스를 향해 뛰어갔다.

마산 창동예술촌 아고라광장에서 놀이를 하는 아이들.

생태탐방 사천 비봉내마을 대숲고을~금문소공원 갯벌

4월 22일 두산중공업과 함께하는 토요 동구 밖 교실 생태탐방은 회원큰별·안영·정·샛별·사파보듬·늘푸른 지역아동센터가 사천에서 한나절을 보냈다. 전남 담양 죽녹원이 벤치마킹했던 대숲고을에서는 자연을 누리며 대나무를 알아보고 금문소공원 갯벌에서는 갯벌이 훌륭한 놀이터임을 몸으로 확인했다.

대숲고을에는 크고 높은 대나무들이 시원한 기운을 뿜는다. 조릿대와 차나무 잎사귀를 따고 고사리 하나와 풀꽃 세 가지를 뜯고 죽순을 캐는 미션을 수행했다. 조릿대는 쌀을 이는 조리를 만들고 차나무와 고사리는 대숲 그늘에서 잘 자란다. 풀꽃은 길섶에서 주로 자라며 죽순은 미래 대나무를 품고 있다. 이런 정도 미션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대숲 생태는 이렇듯 참 익숙한 것이다.

대숲고을에서 조릿대 잎사귀를 살펴보는 아이들.

한 바퀴 산책을 마치고는 '대나무 도전 골든벨'을 한다. 대나무는 풀일까 나무일까? 풀과 나무는 무엇이 어떻게 다를까? 대나무는 꽃이 필까, 피지 않을까? 대숲고을 대나무는 맹종죽일까 아닐까? 대숲 차나무로 만든 차는 죽로차일까 아닐까? 대나무는 죽순에서 나온 다음 몇 달 동안 키가 자랄까? 등등. 선생님은 어렵다고 아우성이지만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내가 어려우면 다른 친구도 어려울 테니까. 이렇게 하여 대나무에 대해 하나라도 몸에 새기면 좋은 일이다.

다음으로는 점심을 먹고 금문소공원으로 향했다. 알려진 대로 사천은 갯벌로 복 받은 고장이다. 많이 망가지기는 했어도 드넓은 갯벌은 거기 터 잡은 사람들에게 먹고살 거리를 장만해 주었다. 많은 생물이 갯벌에서 자라는 덕분이다. 물론 아이들에게 갯벌은 그저 즐거운 놀이터일 따름이다. 갯벌의 심미적·교육적 기능이라 하겠다.

금문소공원 둘레 갯벌은 성질이 여럿이다. 펄(뻘)이 진득거리는 갯벌, 자갈과 돌이 섞인 갯벌, 모래가 위주이면서 갈대가 조금씩 자라는 갯벌…. 사천만 갯벌의 풍성함은 여기에 있다. 펄에서 주로 사는 생물에서 모래갯벌에서 주로 자라는 생물까지 두루 함께 있다. 이른바 풍부한 생물 다양성이다.

금문소공원 갯벌에 들어가 노니는 아이들.

아이들은 즐겁다. 수렁처럼 빨려 들어가는 갯벌에 들어가 노니는 아이도 있고 갯벌에 들지 않고 그냥 풍경만 즐기는 아이도 있다. 마침 물때가 잘 맞아 드넓게 펼쳐진 지평선을 따라 멀리 나간 아이도 있다. 나중에 보니 게나 조개 몇몇을 포획하여 의기양양해 하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게나 조개도 가지가지다.)

열심히 논 다음에는 뒤처리가 문제다. 아랫도리뿐 아니라 윗도리까지 잔뜩 묻힌 펄흙을 어떻게 할 것이냐. 두산중공업 사회봉사단의 자원 선생님들의 활약이 빛났다. 아이들 하나하나 씻기고 닦는 정성이 보통이 아니다. 덕분에 주변이 다시 깨끗해졌고 돌아오는 길 또한 깔끔하고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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