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이 당 저 당 잘 옮겨다니는 정치인을 일러 철새 정치인이라 한다. 그러나 철새는 자연에 순응해 철 따라 오가는 것일 뿐이다. 줏대 없이 옮겨다니는 정치인에 비유되는 자체가 오욕스러울 것이다. 이번에 바른정당을 탈당한 국회의원들과 도의원들의 행태는 미물인 새도 웃을 일이 아닐 수 없다. 본래 있던 당을 나오면서 갖은 악담을 해 대더니 도로 그 당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최소한의 염치라도 있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

이번에 탈당한 의원들 중 경남 의원은 도당위원장인 김재경 의원과 여상규·이군현 의원이다. 도당위원장과 핵심 의원들이 빠짐으로써 바른정당의 도내 기반은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국회의원들이 탈당하자 도의원들의 줄 탈당이 시작됐다. 향후 경남의 정치권도 새로운 이합집산이 불가피하게 됐으며, 유권자들의 정치권에 대한 불신 또한 더욱 깊어지게 됐다. 탈당 의원들은 우리나라의 정치·경제·안보가 위급하고 중차대한 때 보수대통합을 요구하는 국민 염원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그보다는 자기 당의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턱없이 낮고 대선 이후 입지가 위태로워서 도로 한국당행을 감행한 것으로 보는 국민이 대부분일 것이다. 탈당 의원들이 그전에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회동하고, 유승민 후보가 소위 3자 단일화와 핵심 당직자들이 홍 후보와 여론조사방식 보수후보 단일화도 거부하자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명분을 만들기 위한 수순에 불과하다. 그 명분 또한 너무나 수가 뻔한 수준 이하다. 바른정당을 만들 때 새롭고 깨끗한 진정한 보수로서의 가치를 고민한 흔적이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국회의원과 도의원이라면 스스로 움직임에 무게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자신을 선택해 준 유권자에 대한 기본 도리일 것이다. 경남의 정치성향에 대한 성찰이 있었다면 이런 혼란을 자초할 것이 아니라 애초에 진중하게 처신했어야 한다. 이들 때문에 경남 정치가 또다시 세간의 조롱거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통해 경남 정치를 다시 바로 세울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자면 우선 투표율이 높아야 한다. 소중한 한 표를 제대로 행사할 때 정치는 바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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