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가락처럼 휜 타워크레인, 경찰 통제로 가까이 못가
사상자 전원 비정규직·협려사…꼬리 자르기식 될까 불안

2일, 사고 현장에 도착하니 오전 11시가 조금 넘었다. 소금기 먹은 쇠, 엿가락처럼 휜 타워크레인 사고 현장, 피와 살, 죽음의 흔적이 있는 거제 삼성중공업 야드는 작업 중단으로 더 한산했다.

사고 당일이자 노동절인 그날, 조선소에서 일했던 정규직과 협력업체 직원이 일한 비율은 예상 밖이었다. 1만 5000명이 현장에서 일했고 이 중 정규직은 2000명, 하청업체나 비정규직은 무려 1만 3000명이었다.

"휴일에 정규직은 대부분 쉬고 하청노동자들만 일했다. 싼값에 위험을 외주 준 불행한 사고였다."

사고 현장에서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한 말이다.

당시 공정이 마지막 작업이고, 보온과 도색 작업이어서 협력사가 하던 일이라고 해도, 어떻게 이날 하청노동자 6명의 죽음을 이해한단 말인가.

▲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거제시 장평동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사고현장이 사고 다음날인 2일 오전 언론에 공개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6명 사망과 25명 중경상은 모두 협력사와 비정규직의 몫이라 더 그랬다.

하청 노동자들이 흔히 하는 "죽는 건 하청과 비정규직"이란 말이 새삼스러웠다.

사고 당시 골리앗 크레인에는 운전수 2명과 신호수 6명, 타워 크레인에는 운전수 1명과 신호수 3명이 있었다. 사고원인은 이들의 신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일어난 것으로 현재 추측하고 있다.

결국 무전기를 든 현장 노동자들만 크게 족치고 끝낼 것이란 짐작 때문에 이것도 맘이 편칠 않다.

결과의 책임이 원청인 삼성에 있음을 따져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렸다.

"환노위를 조속 개최하고 국회 차원 진상 조사를 즉각 조치하겠다. 삼성중공업이 피해보상까지 책임져야 한다."

현장에 온 민주당 송옥주 의원 등 국회의원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중공업 김효섭 거제조선 소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3번 크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어떻든 이 문제는 "왜 죽음이 하청노동자 순인가"란 것으로 상징화되고 있다.

이날, 4~5층 높이쯤 되는 사고 현장은 훼손 등 우려를 들어 경찰이 통제해 볼 수 없었다.

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우리가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경찰이 증거를 훼손하면 어떻게 하나. 우리가 봐야 한다"고 따졌다.

현장검증을 위해 모인 기자들과 정치인들은 붐이 휜 것 외에 너무도 정상적인 현장을 '강 건너 불 보듯' 올려볼 뿐이었다.

근처 노동자들을 포함해 현장에 있던 노동당 송미량 거제시의원의 표정은 그렇게 우울해 보였다.

사고가 난 그날은, 노동자들이 쉬는, 자꾸만 생각나는 '노동절'이었다.

이날, 자기가 만든 선체 진수의 대장관을 보지 못하고, 정규직을 부러워했던 이들은 그 날벼락에, 말 한마디 못하고 죽어갔다.

이송돼 숨이 붙었던 또 한 명의 하청노동자는 "아프다"는 말을 하며, 또 그렇게 죽어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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