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 비정규직 장시간 노동, 위험한 일터, 무리한 일정에 내몰려

"시키면 무조건 해야 하니까."

'노동절 참사'를 부른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사고 배경에는 근본적으로 '비정규직' 문제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2일 거제백병원에서 만난 김동성 금속노조 거제통영하청노동자지회장은 근본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가 각종 사고 위험에 훨씬 더 쉽게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이유는 임금 격차와 그를 메우기 위한 장시간 노동 때문이다. 

◇장시간 노동 내몰리는 비정규직 = 노동절은 정규직 노동자에게 휴일이지만 하청 노동자에겐 잔업·특근을 하는 날이다.

김 지회장은 "하청 노동자가 하루 8시간만 일하고 기본급만 받으면 생계유지가 안 된다"면서 "하청 노동자에게 잔업·특근은 '더 일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기본적으로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하청 노동자는 장기간 노동, 또 육체적으로 더 힘든 상태가 지속돼 사고 위험에 더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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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타워크레인 사고 사흘째인 3일 오전 11시 35분께 엿가락처럼 휘어져 넘어져 있는 크레인 사이로 사람들이 오가며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크레인 사고는 1일 오후 2시 50분께 일어났고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김구연 기자

또 김 지회장은 "상대적으로 더 위험한 일이 먼저 외주화됐고, 하청 노동자가 그 일을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족장(발판)을 설치하는 일은 정규직은 아무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높은 곳에서 발판을 설치하면서 추락할 위험도 있고, 작업도구 등을 떨어뜨리면 바로 아래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맞을 수도 있다.

실제 조선소 비정규직 노동자 구조는 심각하다. 협력업체에서도 정직원도 아니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노동자 최삼안 씨는 "협력업체에서 물량팀을 모집하는데 팀장마다 10~12명 정도 데리고 다니는 구조"라면서 "결국 일용직 노동자로 협력업체에 수수료를 떼인다"고 말했다.

◇안전한 조선소는 없다 = 쉼터 위치에 대해 김 지회장은 "골리앗 크레인 아래 안전한 곳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쉼터는 보통 크레인 5~10m 떨어진 곳에 있는데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오전 10시부터 15분간, 오후 3시부터 15분간 휴식 시간을 가지는데, 쉼터가 멀면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그래서 현장에 간이시설물을 만들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이번에 사고가 난 현장도 지상으로 내려오는 데 5분가량 시간이 걸린다.

◇시키면 무조건 = 이번 사고에 대해 '무리한 작업 진행'이라는 지적이 줄을 이었다. 김경습 삼성중공업 일반노조 위원장도 "공기가 6월까지"라고 말해 이를 뒷받침한다.

김 지회장은 "이번 사고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무리하게 작업을 진행한 탓"이라면서 "기본적으로 골리앗 크레인이 움직이면 타워 크레인은 멈춰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 쉬는 시간이 가까워지면 크레인이 가장 먼저 멈춘다"면서 "그러지 않았다는 것은 뭔가 급박하게 작업을 진행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회장은 또 "그러나 골리앗이나 타워 어느 한 곳의 잘못으로 보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또 동시에 둘 다 잘못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작업과정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김 지회장은 "하청 노동자는 시키면 무조건 해야 한다"면서 "위험을 감지해도 관행상 작업중지권을 발동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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