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한우에 갖은 나물들 고추장에 비비면 ‘왓땀다’

창원 상남동 경창상가 1층. 낡은 건물 안에는 건물만큼이나 오래돼 보이는 식당들이 즐비하다. 1층 뒷문으로 들어서면 바로 오른쪽에 육회전문집 <마산집>이 보인다.

   
 
 
밥 때가 지나 한산한 시각 가게로 들어서자 종업원으로 보이는 아줌마들이 부엌에서 콩나물을 다듬고 있었다. 큼지막한 콩나물 시루가 있는 걸 보니, 직접 키우는 모양이었다.

이종남(여.56)사장은 이곳에서 장사를 한지 20년이 넘는다. 친정이 마산이어서 가게 이름을 <마산집>이라고 지었다. 육회를 즐겨 먹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한 곳. 메뉴는 육회비빔밥.소고기국밥(5000원) 양수육.육회(15000~18000원)가 전부다. 20년 넘도록 한번도 메뉴가 바뀌지 않았다.

‘전문집’답게 소고기만 취급한다. 메뉴가 많으면 이 맛 저 맛이 섞여 짬뽕 맛밖에 안 난다는 것이다. 메뉴가 간단할수록 제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게 주인의 설명.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문을 여는데 점심때는 빈자리를 찾아 볼 수 없다. “대통령이 와도 줄을 서야한다”는 게 종업원의 말. 점심때는 육회비빔밥이 주로 나가고, 저녁에는 수육이나 육회를 반주와 곁들어 먹는 손님이 많다.

육회비빔밥은 양은 냄비에 담겨 나온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배달할 때 손잡기가 편해서 담아내기 시작했는데 그게 이 집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돼버렸다. 고사리 도라지 겨울초 쑥갓 콩나물 등 각종 나물에 깨와 고추장이 들어가는 건 여느 비빔밥과 다를 바 없지만, 거기에 각종 양념으로 버물려 윤기가 도는 선홍빛의 육회가 얹혀 나온다. 그리하여 그 이름도 육회비빔밥.

고슬고슬하게 잘 지은 밥에 여러 가지 나물과 부드러운 육회가 자연스레 잘 비벼진다. 고추장으로 양념을 했지만 맵지 않고 고소한 맛이 먼저 난다. 한 그릇 음식인 만큼 따로 반찬이 필요하지 않다. 깍두기와 김치, 국물로 탕국이 나온다. 탕국은 대합조개와 조선간장으로 맛을 내 시원하면서도 고소하다.

비빔밥이라는 메뉴는 남자들이 즐기는 음식은 아닌데 여긴 많이 찾는다고 주인이 설명했다. 주로 공무원들이 단골이다. 영양과 맛도 우선이지만, 일단 음식이 간단하니까 오래 기다릴 필요 없어서다.

이 사장은 음식 맛의 기본은 좋은 재료에 있다고 강조했다. 육회는 반드시 한우를 쓴다. 비싸긴 해도 부드럽고 누린내도 덜해 육회 재료로는 한우가 딱 좋다. 4000원하던 비빔밥을 지난달부터 불가피하게 5000원으로 올린 것도 한우값이 너무 올라서다. 또 음식의 기본 양념인 간장 고추장 참기름 등은 모두 집에서 직접 만들고, 사서 쓰는 음식 재료래야 비빔밥에 들어갈 제철 나물 정도.

이 사장은 “음식은 조화다. 밥도 잘 해야 하고, 양념도 맛이 있어야 하고, 재료도 좋아야 하고, 이런 게 모두 제대로 어우러져 맛을 낸다”고 말했다. 거기다 손맛까지 곁들어지니 알음알음 유명해질 수밖에. (055)283-4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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