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유량·유속 감소가 결정적 원인"…소양강댐은 애초 녹조 발생인자 유입 없어

"강의 유속 때문에 녹조가 많이 발생하는 게 아니라 지천에서 흘러들어온 질소와 인을 포함한 축산 폐수, 생활 하수가 고온다습한 기후와 만났을 때 녹조가 생기는 겁니다. 그러면 소양댐이 녹조 범벅이 돼야죠. 232일이나 갇혀 있는데. 소양댐에는 녹조가 없어요."(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 사회 분야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4대강 (사업) 때문에 녹조가 늘었다는 데 동의한다"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게 한 말이다.

이에 문 후보는 "수질 악화가 4대강 댐(보) 때문에 악화됐다는 건 박근혜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질소, 인을 줄이려는 노력은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그것만 가지고 해결이 안 되니까, 또 물을 가둬뒀기 때문에 악화된 거 아닙니까?"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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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8월, 대구 달성군 낙동강 달성보 하류 3km 지점 박석진교 일대에 녹조가 창궐해 강 전체를 뒤 덮고 있다./오마이뉴스

국토부와 환경부 등 '유량-유속 늘려 녹조 제거' 방침 세운 바 있어

<오마이뉴스> 확인 결과, 홍 후보의 말처럼 온도(고온다습한 기후)와 오염물질(질소·인)이 녹조 발생원인이기는 하다. 그러나 4대강 사업에 따른 유량·유속 감소가 결정적인 녹조 발생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판단이다. 4대강 사업 전후를 비교해봤을 때녹조 발생원인 중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이 물의 체류시간이고 그 원인은 4대강 보 때문이라는 얘기다.

특히 문 후보의 말처럼, 박근혜 정부 역시 녹조 현상을 줄이기 위해 4대강 보를 열어 유량·유속을 늘리기로 결정한 바 있다. 지난 3월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부처는 댐·저수지·보·수문을 열어 하천 유량·유속을 늘리는 '댐·보·저수지 연계운영방안'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는 국무총리 소속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가 정책적으로 권고한 사항을 반영한 것으로 사실상 하천 유량과 유속을 증가시켜 강의 체류시간을 감소시키는 것이 녹조 발생을 줄일 수 있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해당 연구용역 결과를 보더라도 낙동강에서 그 효과가 두드러졌다. 낙동강의 물 높이를 지하수 제약수위까지 낮추면 중·하류 5개 보에서 남조류 세포가 최대 36%까지 줄어들었고, 금강 세종보·공주보의 경우에는 녹조의 일종인 '클로로필-a'가 27~34% 줄었다.

윤성규 전 환경부 장관도 이러한 연구용역 발표 전에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녹조 발생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그는 2013년 8월 기자 브리핑에서 "영양과 수온, 일사량 등 다른 조건이 모두 충족되면 유속이 느려져 녹조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라면서 "보 건설로 유속이 저하된 것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유속 때문이라면 1년에 232일 갇혀 있는 소양강댐(소양호)에는 왜 녹조가 없나"는 홍 후보의 주장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애초 소양호의 경우, 녹조 발생원인 중 하나인 인의 총 농도가 매우 낮아서 체류시간이 길더라도 녹조 발생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홍 후보의 주장은 그 동안 4대강 사업 찬성론자들에 의해 꾸준히 제기됐던 주장인데, 이에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소양호보다 인의 총 농도가 높은 다른 4대강 유역을 체류시간만 가지고 동일하게 비교하는 것은 비약'이라고 지적해왔다.

/오마이뉴스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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