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공간에서 쉬다가 크레인이 동생 덮쳐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과다 출혈'로 숨져
김경습 위원장 "공기 맞추려 촉박하게 작업 "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사고로 현장에서 같이 일하던 형제가 이별했다. 형(46)이 필사적으로 살리려 했지만 동생(44)은 과다 출혈로 숨졌다.

같은 삼성중공업 협력사에 일하던 형제는 지난 1일 크레인 아래 휴식공간에서 쉬고 있었다. 형은 바깥을 보고 있었고 동생은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

형이 갑자기 하늘에서 무언가 검은 것이 떨어진다고 느끼는 순간 이미 크레인이 덮쳤다.

형은 옆에 있던 동생이 쓰러진 것을 보고 119에 신고하고 서둘러 압박 붕대를 감아 동생을 병원으로 보냈다. 동생은 병원에 도착해 말을 할 정도로 의식이 있었지만 안타깝게 과다 출혈로 숨지고 말았다.

어머니는 막내아들이 안치된 병원에서 "세상에 사고가 났는데 삼성은 뭘했냐"며 "119라도 빨리 불러 줬냐, 우리 아들 살 수 있었는데"라고 목을 놓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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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희생자 시신이 모셔져 있는 거제 백병원 장례식장 모습. 가족들이 장례식장을 방문한 정치인을 안고 오열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형제는 서울에서 사업을 하다 여의치 않아 조선소에서 하루 12만 원을 받고 일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쉬는 날인데 일하러 오라니까 간 거다"면서 "삼성이 정부한테는 굽실거리고 노동자는 피 빨아 먹느냐"고 성토했다.

김경습 삼성중공업일반노조 위원장도 사고 원인 중 하나로 무리한 작업 진행을 꼽았다. 김 위원장은 "6월까지 공기를 맞추려고 촉박하게 작업했다"며 "공정을 순차적으로 하지 않고 이것저것 섞여 진행됐다"고 말했다.

형은 사고 당일 상황에 대해 "크레인 위에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작업할 때 크레인에 사람이 없으면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노동절인 지난 1일 오후 2시 50분께 거제시 장평동 삼성중공업 조선소 7안벽에서 작업 중이던 타워크레인이 넘어지면서 플랫폼 작업장에서 노동자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 사망자는 모두 삼성중공업 협력업체 노동자로 확인됐다.

이날 삼성중 거제조선소에는 1만 5000명이 일하고 있었다. 타워 크레인이 덮친 마틴링게 플랫폼은 지난 2012년 프랑스 토탈사로부터 약 5억 달러에 수주한 해양플랫폼으로 올 6월 인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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