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일 소금물에 숙성시킨 메주 분리 보자기 거르면 간장·잘게 부수면 된장
절인 가죽나무순 김치양념에 버무려 봄 되면 기억나는 특유의 '흙먼지 맛'

장은 한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거의 1년이라는 제조기간이 걸린다. 장독에 메주, 소금물을 담가둔 지 40∼60일이 됐다면, 이제는 장을 가를 차례. 장을 가르는 것은 메주였던 고체와 소금물인 액체를 분리하는 것이다. 된장과 간장으로 제각각 장이 된다. 된장, 간장으로 따로 담아두고서 올가을까지 익히면 그해 장을 맛볼 수 있다. 고은정 대표가 운영하는 지리산(전북 남원) '맛있는 부엌'에서 전종윤, 한미경 씨와 장 가르기를 했다.

[장 가르기]

<재료> 장독에 둔 소금물과 발효된 메주.

<만드는 법> 1. 장독 뚜껑을 열어서 숯, 대추 등을 걷어낸다.

2. 메주를 건진다.

3. 간장을 면 보자기에 걸러서 다른 독에 붓는다.

4. 독에 든 간장(소금물)을 조금씩 넣어가며 맨손으로 메주를 치댄다.

5. 치댄 메주를 다른 독에 담는다.

6. 유리 뚜껑으로 독을 닫는다.

45일간 항아리에 담가둔 메주./우귀화 기자

소금물에 메주를 담아둔 지 45일째. 장독 뚜껑을 열었다. 면 보자기에 간장을 거른 후 된장만 따로 스테인리스 통에 담았다.

된장을 살펴보던 전종윤(57) 씨는 "잘됐다. 색깔도 곱고, 뜬 냄새가 좋다. 곰팡내도 안 난다"고 말했다.

시커먼 곰팡이가 많으면 떨떠름한 맛이 나기도 하는데, 흰곰팡이, 노란곰팡이가 보이는 메주에서는 구수한 향이 난다는 것이다. 된장은 조금 떼서 맛보니 짭조름했다. 덜 짜면 떨떠름한 맛을 내는 된장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한 달 보름을 소금물에 담겨 있던 메주는 겉은 퍼석하고 뻣뻣했고, 속은 촉촉했다. 겉과 속이 다른 메주를 잘게 잘 부수는 일이 가장 큰일이었다. 제대로 하지 않으면 덩어리진 메주를 먹어야 한다고. 흙 빛깔인 된장을 손아귀로 힘 있게 주물렀다.

메주에 소금물을 부어서 만들어진 간장도 황토색이었다. 시커먼 색이 아니었다.

된장과 간장은 봄, 여름, 가을을 지나면서 공기, 바람, 햇볕을 접하면서 맛을 더한다. 된장, 간장을 갈라서 각각 새로운 독에 담으면서 주문을 했다. "맛있게 잘 익어라."

한미경 씨가 장독에 든 장물을 걸러서 간장을 만들고 있다./우귀화 기자

[가죽순김치]

<재료> 가죽순 500g, 5% 소금물 1ℓ, 멥쌀 풀 1컵, 고춧가루 3큰술, 멸치액젓 2∼3큰술, 쪽파 5뿌리

멥쌀 풀: 가죽순 물 1컵, 멥쌀가루 1큰술

<만드는 법> 1. 가죽나무순을 다듬어 5% 소금물에 하루 저녁 절인다.

2. 가죽순을 다듬고 남은 거친 잎과 줄기를 물과 함께 끓여 가죽순물을 만든다.

3. 절인 가죽나무순을 물에 3∼4번 헹궈 물기를 뺀다.

4. 가죽나무순의 물기가 빠지는 동안 멥쌀풀을 쑤어 식힌다.

5. 풀이 식는 동안 쪽파를 다듬어 씻어 송송 썬다.

가죽순김치는 가죽나무순을 오래 저장해 먹고자 만든 음식이다./우귀화 기자

6. 쌀풀에 고춧가루와 멸치액젓, 쪽파를 넣고 잘 섞는다.

7. 물기를 뺀 가죽나무순과 준비한 김치양념을 함께 잘 버무린다.

8. 겉절이로 먹다가 익혀 먹어도 좋다.

장 가르기를 한 후 제철 음식도 함께 만들었다.

가죽순을 부각으로 만들거나 장아찌로 담가서는 맛봤지만, 김치로 담가서 맛보는 것은 낯설다.

빨리 상할 수 있어서 오래 저장해서 먹고자 김치를 택했다고 했다.

완성된 가죽순에서는 재료 특유의 향이 난다. 첫맛을 시골에서 바람 불 때 느껴지는 '흙먼지 맛'이라고 표현했다.

고은정 대표는 "한번 맛보면 매력적이어서 봄만 되길 기다린다. 식물이지만 씹으면 소고기의 구수한 맛이 난다"고 말했다.

발효된 메주를 꺼내서 부드럽게 치댄다./우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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