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국주의는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 특히 성 노예 생활을 강요당한 이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지금도 풀리지 않고 있다. 나 자신도 입으로, 머리로, 가슴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라는 말을 수없이 곱씹어 왔다. 관련한 기사도 여럿 썼다.

그럼에도, 이 문제를 제대로, 진심으로 고민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내 대답은 '글쎄'다. 부끄럽지만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창원시립무용단 창단 30주년 기념 공연 <동행>은 내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주제로 한 작품이었기에, 보는 내내 마음이 무겁고 시렸다. 관객 심정이 이러한데 무대에 선 이들 마음은 오죽했겠나 싶다. 무대에 선 무용수들은 진중했고, 그 진심이 표정과 몸짓에 묻어났다. 주제가 주제인지라, 공연이 끝나고 나서 환호하지는 못했지만 마음과 눈빛으로 고맙단 말을 건넸다. 그 마음이 오롯이 전해졌으면 좋았겠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비단 한국만의 사정이 아니다.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여러 나라의 여성들이 피해를 받았다.

공연을 보면서 이런 상상을 해봤다. 이 작품이 한국에서, 중국에서, 필리핀에서, 인도네시아에서, 그리고 UN을 비롯한 여러 국제기구가 주최하는 행사에서 공연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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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언젠가는 일본에서 이 작품이 공연된다면? 공연이 끝나면 무대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등장하고, 이들을 향해 진심 어린 사과가 이뤄지는 순간을 바라는 건 지나친 상상일까.

우선은 창원시민 모두가 이 작품을 볼 기회가 생겼으면 한다. 한 번만 공연하기엔 아까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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