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크레인 붕괴로 6명 사망·25명 중경상
사망자 5명 모두 하청업체 직원으로 확인돼…당국 사고수습·조사 착수

“노동절에 이런 참변이….”

노동절인 1일 오후 2시 50분께 거제시 장평동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크레인이 붕괴했다. 이 사고로 노동자 6명이 숨지고 중·경상 25명 등 무려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부상자 가운데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참변을 당한 사망자 5명은 모두 하청업체 직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현장의 삼성중공업 한 노동자는 “지금 초상집이다.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사고 경과 = 삼성중공업은 이날 “현재까지 확인된 사고 원인(추정)은 7안벽에 있는 800t급 골리앗 크레인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이동 중 고철통을 해체 중이던 32t급 타워크레인과 충돌해 타워크레인 붐대가 낙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고로 팔처럼 가로로 길게 뻗은 타워크레인 붐이 붕괴했다. 사고 당시를 끔찍하게 설명하는 그림은 붕괴 현장에 있었다. 타워크레인 본체는 멀쩡했지만 현장의 붐대가 엿가락처럼 휘어 있었던 것이다.

붐대 추락과 함께 옮기던 자재가 떨어지면서 노동자가 깔려 숨지고 다치는 끔찍한 사고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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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오후 2시50분께 거제시 장평동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길이 50∼60m, 무게 32t짜리 크레인이 넘어져 현장 노동자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사고 현장에 노동자를 덮친 부러진 크레인 붐이 놓여 있다. /경남도소방본부

쓰러진 크레인은 길이 50m∼60m 무게 32t짜리였다. 길이 50m의 붐대는 30m 아래 무더위를 피해 한숨 돌리며 담배를 피우던 흡연실 등을 덮쳤다. 사고 당시 노동자는 흡연실과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일을 하고 있었다.

사고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거제소방서와 거제경찰서, 거제시는 “이날 사고로 사망 6명, 중상 5명, 경상 20명으로 모두 31명이 숨지거나 다쳤다”고 밝혔다. 다치거나 숨진 이들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비보를 접한 삼성중공업 한 노동자는 “노동자의 날 현장 노동자가 많이 숨졌다. 가족과 아이들이 있을 게 아닌가. 생각해보라. 쉬는 시간을 우리는 커피타임으로 부른다. 담배 피우고 쉬는 데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사고자 중에 정규직도 있었고 협력사 직원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 뿐이다”고 말했다.

거제소방서 관계자는 “오후 5시 사고 수습을 끝냈다. 현재 최종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절인 이날 삼성중 거제조선소에는 1만 5000명이 일하고 있었다. 

◇사고 후 조치 = 삼성중공업은 이날 발생한 사고와 관련, “사고 직후인 오후 3시부터 종합상황실을 가동하고 인명구조 활동을 벌여왔다”며 “현재 부상자 병원 이송 등은 모두 마무리됐으며 사고 현장 추가 확인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현장에 가용한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신속하게 인명을 구조하라”고 긴급 지시했다고 총리실이 밝혔다.

황 권한대행은 이어 “경찰청장은 사고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사고가 발생한 시설에 대한 관리 책임이 있는 관계자들의 불법성이나 과실을 규명해 엄정히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에 “이번 사고를 계기로 산업 현장에 대한 안전관리의 제도적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며 “유사한 다른 시설에 대한 점검을 통해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남경찰청은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원인 조사를 위한 수사본부(본부장 김주수 거제서장)를 꾸렸다. 광역수사대 안전사고전담수사팀과 과학수사팀은 사고 현장에 급파돼 거제서 형사팀과 사고원인 조사를 시작했다. 이와 함께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2일 합동감식을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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