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잘할 줄 몰랐죠. 비결은 화합과 소통"

취임 1년 만에 꼴찌 팀을 1위 팀으로

경남FC가 리그 1위(4월 17일 현재)를 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경남은 개막 후 7경기에서 5승 2무로 연속 무패 기록을 써나가고 있다.

불과 1년 전과 비교하면 정반대의 모습이다. 당시 경남은 전 대표이사와 총괄팀장이 교육감주민소환 불법서명에 연루되면서 혼란에 휩싸였다. 설상가상으로 경남은 승부조작에 따른 감점 10점까지 부과되면서 사실상 초상집 분위기였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타 구단과 비교해 적은 예산을 사용하지만 정상의 성적을 내고 있다. 김종부 감독을 비롯해 선수단이 마지막 힘까지 짜내 뛰어준 덕이지만 그 뒤에는 중심을 잡고 묵묵히 구단을 이끈 조기호 대표이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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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기호 경남FC 대표이사. / 박일호 기자

진주 출신의 조 대표는 1975년 1월 공직에 발을 디뎌 경남도지사 비서실장, 창녕군·의령군 부군수, 경남도 행정안전국장 등을 거쳤으며, 진주시 부시장과 창원시 제1부시장을 지냈다. 공직 은퇴 이후에는 제8대 경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을 역임했다.

이어 지난해 3월 21일 팀이 가장 힘든 시기에 경남FC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취임 1년 만에 구단을 정상화로 이끈 조 대표를 만나 그간의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Q. 취임하신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정신이 없으셨을 텐데요. 지금 소감은 어떤가요.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느라 정신없이 움직이다 보니 어느새 1년이 후딱 지났습니다. 취임 후 정말 숨 가쁘게 달려왔어요. 지난해 승점 삭감이라는 힘들었던 상황에서도 팀을 잘 이끌어준 김종부 감독과 선수단의 노고에 격려를 취하고 싶습니다. 적은 인력과 넉넉하지 못한 예산에도 직원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나아가줘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Q. 힘겨운 시기였습니다. 뭐가 가장 어려웠나요?

"예상은 했지만 취임해서 들어와 보니 밖에서 보던 것보다 더 막막했습니다. 취임 초기에는 주저앉은 구단 분위기를 살리고 체계를 다시 잡는 등 구단 정상화에 매진했어요. 어디서부터 해결해야 하나 걱정이 많았지만 직원들이 잘 따라 주면서 가능했습니다. 소통의 힘이라 생각해요. 그 후에는 메인 스폰서를 포함해 스폰서를 유치하고자 많은 기업을 방문했습니다. 그러나 경제 침체 등으로 소기의 성과를 올리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쉽습니다."

Q. 현재 리그 1위입니다. 이렇게 잘하리라 생각했나요?

"사실 이렇게까지 잘 해주리라 생각하지는 못했습니다. 올 시즌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목표를 잡았지만 클래식에서 내려온 수원FC, 성남FC 그리고 대전 시티즌, 부산 아이파크 같은 강팀이 많다 보니 현실적으로 이것도 전력을 기울여야만 가능한 만만치 않은 목표였습니다. 그런데 예상보다 성적이 좋아요. 김종부 감독과 선수들이 동계훈련 동안 다른 팀보다 더 착실하게 열심히 준비를 잘한 것 같습니다."

비전문가이기에 더욱더 소통 강조

Q. 상승세 원동력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일단은 수비 안정화에 있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지난해 우리 팀은 고양, 충주 다음으로 가장 많은 실점을 했습니다. 올해는 현재까지 최소 실점을 보여줄 만큼 수비가 탄탄해졌어요. 거기에 새로 가세한 말컹, 브루노 조합이 생각보다 강해 상태팀에서도 경계대상 1호로 볼 만큼 공수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말컹, 브루노가 한국 축구와 날씨 등에 완벽하게 적응하고 부상으로 뛰지 못하는 조병국, 최재수 등 베테랑 선수까지 합류하면 신구 조화를 통해 더 상승세를 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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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기호 경남FC 대표이사. / 박일호 기자

Q. 축구 비전문가라 우려가 컸지만 지금 박수를 받습니다. 축구를 보면서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축구를 잘 모르니 직원들에게 허심탄회하게 물어보고 알아가는 과정이 소통이었습니다. 또 잘 모르는 부분은 감독과 직원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운영했어요. 그런 과정에서 서로 신뢰가 생기고 시너지가 발생했다고 생각합니다. 대표가 되고 축구를 새롭게 알고 그 매력에 푹 빠졌어요. 지난번 대전전처럼 약 3분 만에 역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축구의 가장 큰 매력이고 어느 포지션 하나가 약하면 댐이 무너지는 것과 같이 한꺼번에 무너집니다. 축구는 종료 호각이 울릴 때까지 알 수 없고 그래서 더욱 매력을 느낍니다."

목표는 클래식 승격

Q. 기업 후원, 관중 증가에 애를 쓰는 것으로 압니다. 구체적인 계획이나 생각이 있으신가요?

"정말 갈 길이 멉니다. 기업 후원은 경기 침체로 메인 스폰서 유치가 많이 힘들어요. 그래서 조금씩 소액 스폰서 유치에 중점을 두려고 합니다. 그렇게 유치된 스폰서를 꾸준히 관리해 나가면서 다양한 혜택을 통해 금액을 늘려나갈 생각이에요. 경기장 방문 관중 재유입뿐 아니라 새로운 관중 유치를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관중의 시선을 끄는 이벤트와 지역 밀착 SNS 소통 등 여러 방면에서 아이디어를 내서 실천하고 있어요. 적은 프런트 인원이지만 한 발짝씩 더 뛰어 계속 관중 유입 활동을 하겠습니다."

Q. 최근 낙동강 더비 홍보 반응이 좋습니다. 계획이 있나요?

"사실 낙동강 더비는 수원, 성남의 깃발 더비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슈퍼매치와 비슷한 또 다른 유형의 더비입니다. 낙동강 더비는 팬들이 불러준 명칭에 양 구단이 갖가지 재미있는 아이디어와 제안을 덧붙여 팬들이 더 관심을 가지게 하고자 만든 홍보 이벤트예요. 지난번 대결이 무승부로 끝나 아쉽지만 5월 3일에는 꼭 승리해 부산에서 조공으로 바치기로 한 삼진어묵을 받아내겠습니다. 더 나아가 양 구단이 머리를 맞대서 낙동강 더비만의 스폰서 유치라든지 다양한 방법으로 낙동강 더비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 나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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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기호 경남FC 대표이사. / 박일호 기자

Q. 장기적으로 어떤 팀으로 키우고 싶나요?

"올해 목표했던 4강 PO 진출을 통해 클래식을 승격한다면 아무래도 더 장기적인 목표는 클래식에 잔류하면서 도민 사랑을 받는 명문구단으로 거듭나는 겁니다. 그러려면 지금부터 더 마케팅 활동을 강화해서 도민에게 다가가도록 할 생각이에요. 근본적으로는 백년대계인 유소년 클럽 강화를 통해 많은 우수한 선수들을 키워내는 것이 그 처음이라고 생각합니다."

Q. 팬과 선수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 있나요?

"팬과 도민들과의 소통이 사실 많이 부족했지만 중요하게 인식하고 조금씩 창구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올 시즌에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해 찾아뵙겠습니다. 올 시즌 몇 라운드가 지나지 않았지만 경남은 리그 1위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홈 경기가 열릴 때 경기장을 찾아서 더욱 힘을 실어 주시길 바랍니다. 우리 선수들 열심히 뛰어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여러분 하나하나가 경남의 심장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경기에서 항상 전력을 기울여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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