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행복한 삶, 그거면 충분합니다"

'투잡(Two Job)'이란 말이 있다. 말 그대로 직업이 두 가지란 뜻이다. 많은 직장인들이 꿈꾸는 일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길이다. 체력은 기본이고 '칼퇴근'도 뒷받침돼야 한다. 고민거리도 배로 늘어나니 자칫 두 가지 모두를 놓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 그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이 있다. 바로 신동식(46) 씨다. 신 씨는 환경미화원과 헬스 트레이너를 직업으로 삼고 있다.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이어지는 하루를 들여다보면 '헉' 소리부터 난다. 이런 바쁜 일과에도 신 씨는 하루하루가 행복하다고 한다. 무엇이 그를 이토록 움직이게 하는지 호기심이 발동했다. 인터뷰를 위해 신 씨가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는 헬스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환경미화원·헬스 트레이너

헬스장엔 신동식 씨가 먼저 도착해 있었다. 누가 봐도 '헬스 트레이너'임을 예상할 수 있는 다부진 체격이었다. 개인 사무실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인터뷰를 진행했다.

"학창시절에는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학생이었습니다. 앞에 나가서 자기소개를 할 때면 얼굴이 홍당무처럼 변해버릴 정도였죠. 동창들은 지금도 저를 '착한 친구', '순진한 친구'라고 불러요. 그래도 어려움에 처했던 친구가 있으면 발 벗고 나서서 도와주고 학급 일에 솔선수범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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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식 환경미화원·헬스 트레이너. / 박성훈 기자

신 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보험회사에 입사했다. 하지만 안정적이지 못한 근무 환경과 적은 임금 때문에 여러 회사를 전전했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제 인생을 한번 돌이켜봤습니다. 참 열심히도 살았더군요. 첫 직장으로 보험회사를 4년 정도 다녔습니다. 개인적인 문제로 그만두고 다른 직장을 구하러 돌아다녔죠. 겨우 한 곳을 구했는데 월급이 88만 원이었습니다. 그곳에서 1년 6개월 근무를 하다가 또 다른 곳으로 이직했죠. 이런 생활이 반복되자 인생에 회의가 들더라고요. 근무 환경도 그렇고 여러 가지가 불안정했죠. 그래서 미래를 위한 투자라 생각하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자격증 공부를 했습니다."

신 씨가 보유한 국가·민간 자격증만 해도 10여 개에 달했다.

"정보처리기능사, 2급 방화관리자,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PT자격증 등 정말 닥치는 대로 시험을 쳤습니다. 힘들었던 시기를 자격증 공부에 몰두해서 이겨냈다고 볼 수 있죠."

그렇다면 신 씨는 어떤 계기로 헬스 트레이너를 시작하게 됐을까?

"어렸을 때 몸치였을 정도로 운동을 싫어했습니다. 그러다 어머니께서 많이 아프셨어요. 아들로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 '운동을 직접 가르쳐 드려야겠다'고 결심했죠. 그때부터 운동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고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 대학원까지 다녔습니다. 운동을 배우고 가르치면서 여러 사람을 알게 됐어요. 그때 우연히 한 형님을 사귀게 됐습니다. 그 형님께서 '헬스장을 오픈하는데 도와줄 수 없겠냐'고 제안을 했습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헬스 트레이너로 본격적인 생활을 시작했죠."

헬스 트레이너 생활도 녹록지 않았다. 월급이 일정하지 않아서 가족들을 부양하기도 힘들었다. 신 씨는 그때 처음으로 '투잡'을 생각했다.

"지금은 웃으면서 말할 수 있지만 정말 힘들었어요. 저 혼자면 상관없는데 가족이 있으니까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마침 상가 관리소장을 구한다는 구인광고를 보게 됐습니다. 해서 오전에는 헬스 트레이너, 오후에는 상가 관리소장으로 잠시 동안 일을 했죠."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던 중 한 지인이 환경미화원 시험을 권했다. 신 씨는 헬스 트레이너와 병행할 수 있다는 말에 곧바로 시험에 응시했다. 그때가 2012년이었다.

"1차로 100m 달리기, 윗몸일으키기, 10kg 들고 50m 달리기, 이렇게 3가지 시험을 쳤습니다. 2차는 면접이었죠. 당시 모르는 문제가 나와서 당황하기도 했지만 아는 범위 내에서 솔직하게 답했고 며칠 뒤 합격하게 됐습니다."

해야 하는 일, 할 수 있는 일

신 씨의 하루는 오전 4시 30분부터 시작된다. 아침, 점심, 저녁 도시락을 준비한 후 출근한다. 오전 6시부터 시작되는 환경미화원 일은 오후 4시가 되면 끝난다. 그 후 오후 5시까지 헬스장으로 와서 퍼스널 트레이닝(Personal Training, PT)을 준비한다. 헬스 트레이너 일까지 마치면 시간은 오후 11시가 된다. 정말 '헉' 소리가 나오는 일정이다. 이게 가능한지 다시 물었다.

"제가 생각해도 엄청나네요(웃음). 아무래도 몸을 쓰는 일이라 더 놀라신 것 같은데요. 사실 헬스 트레이너는 취미생활에 가깝습니다. 즉 환경미화원은 '해야 하는 일'이고 헬스 트레이너는 '하고 싶은 일'이죠. 해야 하는 일을 하면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하고 싶은 일로 푸는 거죠. 거기다가 돈도 벌고. 해야 하는 일이 두 개가 되면 그 누구라도 못 버팁니다. 돈을 벌기 위해 억지로 하다간 둘 다 놓칠 수도 있거든요."

두 가지 일을 하는 신 씨 덕분에 질문도 두 배로 늘어났다. 우선 환경미화원으로서 어떤 일을 하는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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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식 환경미화원·헬스 트레이너. / 신동식 씨 제공

"환경미화원 업무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4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 노선을 깨끗이 청소하는 '노선 시가지 청소'가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쓰레기봉투 수거'가 있습니다. 세 번째는 '재활용 수거'고요. 마지막으론 '차량을 이용해 바닥을 닦은 일'이 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업무인 노선 시가지 청소를 합니다. 즉 길가에 오물, 음식쓰레기, 고양이 사체 등을 수거해 시가지를 깨끗하게 만드는 일이죠."

육체적으로 고된 건 둘째치고 도로변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교통사고에 대한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새벽에 도로에 나가면 출근하는 차량이 정말 많습니다. 시가지 청소를 하면서 앞만 보고 전진하기 때문에 차량에 부딪힐 수 있는 위험이 있죠. 또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단지를 받으면 꼭 갈기갈기 찢거나 구멍에 숨기는 사람들이 있어요. 저희가 일일이 다 분리하고 수거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도 두 배로 들죠. 차라리 받았던 상태 그대로 바닥에 버려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가장 행복했거나 보람됐던 순간은 언제일까?

"더러운 시가지가 깨끗해졌을 때, 그때가 참 보람되죠. 이건 개인적인 부분인데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너무 좋습니다. 정말 가족 같은 분위기가 조성돼 있어요. 따뜻한 말들이 오가고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지죠. 친구들한테도 '환경미화원을 하는 게 너무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최근 환경미화원 시험 경쟁률은 평균 20대 1을 넘어섰다고 한다. 대졸 응시자가 50%를 넘고 명문대 출신 지원자도 늘고 있다. 신 씨는 이런 환경 때문에 끈끈했던 조직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희 직업은 계급이 없습니다. 모두가 평등하죠. 힘든 일이 있으면 서로 도와주고 배려하는 문화가 있었어요. 그런데 최근 소위 배웠다고 하는 사람들이 입사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자기주장이 너무 강해지니까 배려가 없어지고 이기심에 남을 비방하기도 하죠. 현재는 조금 진정된 상태인데 아직까지 껄끄러운 부분이 남아있죠. 속상하지만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이것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네요."

철저한 '자기 관리'

이번엔 헬스 트레이너에 대해 질문했다. 신 씨는 철저한 '식단 관리'를 하고 있었다. 또 술, 담배 등 근육 형성에 방해되는 행위는 절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침은 밥을 먹습니다. 점심은 닭가슴살과 과일 2종류를 먹고요. 저녁도 동일합니다. 사실 직장을 다니다 보니 동료들은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혼자 도시락을 먹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도 식단 관리는 포기할 수 없습니다. 운동은 철저한 자기 관리가 뒷받침돼야만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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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에서 환경미화원 업무를 하고 있는 신동식 씨. / 신동식 씨 제공

신 씨는 10년이 넘게 헬스 트레이너로 생활했다. 많은 사람들을 가르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딱 한 순간을 꼽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몸이 아팠던 분이 건강을 되찾거나 다이어트가 고민이었던 회원이 멋진 몸매를 만들었을 때 등 모든 회원과 보냈던 시간이 저에겐 소중한 기억이자 추억입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일까?

"헬스는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그런데 잠깐 하고 재미없다, 힘들다고 말하는 회원을 볼 때면 참 안타깝죠. 무엇보다 '꾸준함'이 중요합니다. 힘들어도 이 악물고 열심히 하다 보면 원했던 몸매를 가질 수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행복한 삶

부족한 월급, 취미생활 등 다양한 이유로 투잡을 생각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지만 결코 쉽지 않은 길이다. 하지만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하는 법. 투잡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앞서 말했듯 무리해서 두 가지를 병행하다간 분명히 문제가 생깁니다. 돈만 좇다가는 몸이 망가지고 마음도 피폐해지죠. 지금 하고 있거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꾸준히 하세요. 그리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무언가를 찾으세요. 운동이 됐건 음악이 됐건 하나를 찾고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키우는 거죠. 그럼 단순히 취미생활이었던 일이 부업이 될 수도 있고 나아가 본업으로 바뀔 수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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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디빌딩 대회에 출전한 신동식 씨. / 신동식 씨 제공

인터뷰가 끝나자 저녁 PT를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던 신 씨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지금까지 앞만 보고 살아왔습니다. 돈이나 명예 같은 건 없습니다. 중요하지도 않죠. 하는 일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는 게 더 중요해요. 지금처럼 하루하루 행복하게 사는 것. 이게 제가 바라는 최종 목표이자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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