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숙학교 교사 2명 기획
도서 1000여 권·토론 공간
심리·진로 상담도 진행
간디중 주민 김병준 씨
마을서 사랑방 역할도

공간은 삶의 영역이다. 작은 공간이라도 활동 무대로 제 역할을 해낸다. 공간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 생겨나고, 움직일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최근 도내에 음료와 책을 동시에 판매하는 북카페 형태의 작은 책방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책을 카페의 소품으로 삼지 않는다. 문화 공간을 지향하고 청소년을 위한 공간을 꿈꾼다. 창원 '책봄', 산청 '까치밥'이 그렇다.

창원 책봄 책꽂이 한편에 필사의 공간을 마련해 둔 모습. 연필, 지우개, 원고지를 두고 책을 읽다 옮겨 써 보도록 했다. /우귀화 기자

◇창원 '책봄'

지난 20일 문을 연 '책봄'(창원시 의창구 외동반림로 254번길 28). '책봄'은 '책을 보다'를 줄인 말이다. 창원 가로수길 경남도민의집 맞은편 한 건물의 지하에 자리 잡았다.

아이들이 책으로 놀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만들었다. 창원 범숙학교 등에서 일했던 교사 2명이 의기투합했다. 비치된 책만 1000여 권, 판매용 책은 300여 권에 이른다.

이들은 "동네 작은 책방 '책봄'은 사람의 이야기가 모이는 곳, 삶이 모이는 곳이 되고자 한다. 책과 사람의 생각이 모여 현재와 미래 동력이 되어 가는 공간, 스스로 즐겁고 행복한 삶을 꿈꾸며 살고 나누며 소통하며 그 삶을 즐길 줄 아는 공간이 되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경남도민의집 맞은편에 문을 연 창원 책봄./우귀화 기자

청소년을 위한 문화공간을 만들고자 하지만, 어른이 청소년을 만날 수 있는 공간,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벌써 계획한 프로그램이 많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도 대상으로 한다. 매주 화요일 저녁 7시에는 영어회화 특강, 수요일 오전에는 할머니를 대상으로 하는 그림책으로 하는 한글공부, 수요일 저녁 7시에는 청소년 독서토론, 영화이야기 등을 준비했다.

매월 셋째 주 월요일 저녁에는 그림책으로 만나는 가치 성장 프로그램을, 넷째 주 토요일 저녁에는 공감클래스, 토크 콘서트, 연극, 몸놀이 등의 문화 공연을 열고자 한다.

수지에니어그램, 독서치료, 모래 놀이치료, 심리상담, 청소년 진로 상담 등의 상담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매주 일요일 오전 11시에는 경남도민의집 앞 잔디에서 '풀밭 책봄' 행사를 열 예정이다.

북카페에 있는 책을 실어가서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오는 7일이 첫 행사다.

책방 공간도 이색적으로 꾸몄다. 글을 베껴서 쓸 수 있는 '오늘의 필사' 공간을 마련했다. 연필, 지우개, 원고지를 자리에 두고, 좋은 글귀를 필사할 수 있게 한다.

편지를 써두면 모아서 매달 15일에 발송해 주기도 한다.

창원 책봄 공동운영자 김영중 씨. /우귀화 기자

◇산청 '까치밥'

산청 '까치밥'(산청군 산청읍 덕계로 13-14)은 지난해 6월에 문을 열었다. 간디중학교 마을 주민으로 10여 년간 지냈던 김병준(51) 씨가 차를 파는 서점으로 시작했다.

그는 "아이들과 지역민이 어울리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서울에서 책방학교도 다니면서 어떤 공간을 만들지 오랜 고민 끝에 시작했다"고 말했다.

'까치밥'이라는 이름부터가 어떤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지 보여준다. 감나무에 감을 다 따지 않고 까치밥으로 남겨놓는 것처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

산청 까치밥에서 마을 주민이 읽고 싶은 책을 찾는 모습. /우귀화 기자

지역민이 낸 시집, 교육 관련 책 등 주인장의 취향에 따라 고른 책을 비치해두고 있다.

아이들과 어울리고자 아이들이 편히 지낼 수 있게 공간을 내어놓는다. 버스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잠시 왔다 가거나, 아이들이 이곳에서 책도 읽고, 그림도 그리며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한다. 때때로 라면도 끓여주고, 계란 프라이를 해준다고.

'까치밥' 벽에 아이들이 그린 그림도 여러 장 붙어 있다.

지역민의 사랑방 역할도 하고 있다. 책방 내부 문짝을 떼서 독립영화, 애니메이션을 상영하기도 하고, 격월간 교육 잡지 <민들레> 읽기 모임, 어린이도서연구회 모임, 영어 말하기 모임 등을 이곳에서 꾸준히 열고 있다. 인근 성당에서 장애아동, 다문화가정을 위한 프로그램 등도 진행 중이다. 앞으로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그는 "시골에서 아동, 청소년은 더욱 약자다. 그들에게 기회를 주고, 관심을 두는 일을 계속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산청 까치밥 책방에 대해 설명하는 김병준 씨./우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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