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27일 대법원은 역사적 판례를 남겼다.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 무효 소송(2013수18)을 각하한 것이다. 각하란 소송에 대해 다투지 않고 그대로 종결한다는 뜻이다. 대법원은 각하를 결정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으로 소송의 실익이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18대 대통령 선거에 대한 여러 의혹들은 그야말로 손도 대지 않고 그대로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린 셈이다.

공직선거법상 대통령 선거 무효소송은 “다른 쟁송에 우선하여 신속히 결정 또는 재판하여야 하며”, “소가 제기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처리해야 한다”는 법령을 대법원은 정면으로 어겼다. 대법원은 소가 제기된 2013년 1월 4일부터 4년 3개월이 지난 4월 27일까지 단 한 차례의 공판도 열지 않았다. 원고 측 변호인은 변론준비기일을 지정해 달라고 수 차례 요구했고, 원고들은 대법관들을 상대로 직무유기로 고소까지 했다. 반면 2002년 16대 대통령 선거 직후 제기된 무효 소송은 달랐다. 대법원은 재검표를 결정했으며 2003년 1월 28일 재검표를 통해 신속히 처리했다.

이번 결정은 역사적으로 여러 의미를 지닌다. 선거결과, 특히 대통령 선거 결과는 무슨 짓을 하더라도 일단 이기면 그만이라고 볼 수 있다. 대법관들이 4년 넘게 직무를 유기했지만 그 어떤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따라서 앞으로 얼마든지 이와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다음으로 선관위의 선거 관리 과정을 되짚어 볼 기회가 사라졌다. 개표도 하지 않은 지역의 표가 방송에 나가고, 아무리 어르신 투표자가 많더라도 투표지 분류기가 3.6%나 되는 표를 미분류표로 왜 넘겼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 선관위 데이터 서버와 기계 관리상 어떤 문제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투명하게 분석할 기회가 사라졌다.

533966_407554_3732.jpg
대법원과 선관위가 이 문제를 외면해 버렸기 때문에 이제 선거가 끝나면 늘 음모론이 판칠 것이다. 지금은 그 음모론을 믿는 사람이 적지만 갈수록 음모론은 힘을 발휘할 것이고, 결국 최종적으로는 ‘어차피 부정선건데 선거가 뭐 중요하냐? 그냥 힘으로 권력을 잡으면 그만이지’라는 생각까지 뻗어나갈 수 있다. 그런 반민주적 주장과 행동이 나올 때 마다 나는 2017년 4월 27일을 떠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