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 역량 쌓아 게임 개발자 되자”

말 그대로 '게임 전성시대'다. 일반 가정에 개인용 컴퓨터(PC)가 보급되면서 PC 게임은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왔다. 이전에는 '하는 사람만 하는' 게 게임이었다면, 90년대 후반부터는 '안 하는 사람만 안 하게' 변했다. 각종 패키지게임의 황금기가 열렸고, 곧이어 '바람의 나라', '리니지' 등의 온라인게임이 대를 이었다. 1998년에 출시한 20년 된 게임,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는 아직도 국민 게임으로 사랑받는다. 지금 PC게임 시장을 장악하고 '리그오브레전드'는 스타크래프트에 이어 게임을 '스포츠'의 영역까지 올렸다는 평을 듣는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모바일게임 시장의 성장도 경이적이다. 인기 모바일게임의 매출은 이미 누적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이런 성장에도 불구하고, 게임에 대한 인식, 관심은 시장 규모에 못 미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가운데 지역에서 게임개발 전문가를 양성하는 곳이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경남대학교 평생교육원 산하의 게임개발교육원이다. 평생교육원장과 게임개발교육원을 함께 맡고 있는 홍정효(49) 원장을 만나 게임개발교육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게임개발교육원은 경남대학교 평생교육원의 산하기관이다. 평생교육원 홍정효 원장이 게임개발교육원 원장직도 맡고 있다. 홍정효 원장은 창원시창업지원센터장, 1인창조기업 비즈니스센터장 직을 수행하고 있기도 하다. 홍 원장 아래 박성준 실장이 게임개발교육원의 실무를 맡고 있다. 박 실장은 과거 게임 개발사에서 근무했던 경력을 바탕으로 학생들을 돕고 있다.

게임개발교육원은 2012년 9월 1일 경남대학교와 스포츠조선의 산학 협력으로 출범하게 됐다. 경남은 게임 개발 인프라는 어느 정도 갖춰졌지만 게임 개발자 육성은 그 수준에 못 미치기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협약이라는 게 설립 초기 목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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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정효 경남대학교 평생교육원 게임개발교육원 원장. / 이종현 기자

"부산의 대학 중 몇 곳은 게임 개발 관련 학과가 몇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실무보다는 학술적·이론적 교육이 이뤄지는 경향이 많습니다. 저희 게임개발교육원은 실무형 인재를 육성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요. 팀 프로젝트 단위의 게임 개발 실무를 위주로 커리큘럼을 짠 학점은행제 교육기관입니다."

게임 개발 실무 배우는 학점은행제 실무교육부서

박 실장은 게임개발교육원은 평생교육원 산하 학점은행제 실무교육부서이며, 고졸 지원자의 경우 140학점 이상을 취득하면 4년제 학사 학위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홈페이지 안내로는 3학년 과정을 소개해뒀는데요. 정확하게 말하자면 3년 이내에 140학점을 취득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짜고 있는 겁니다. 만약 타 대학에서 학점을 취득한 편입생의 경우 1년에서 2년 안에 이수할 수 있습니다."

내부에서는 게임기획/게임그래픽/게임프로그래밍 과정으로 나눌 수 있다. 각각이 게임 기획자, 게임 그래픽 디자이너, 게임 프로그래머로의 진로로 나뉜다는 설명이다.

"게임 개발에 필요한 핵심 실무 요소 세 가지를 나눈 건데요. 게임 기획자는 전반적인 게임 프로젝트의 방향을 결정하는 역할입니다. 아이디어 창작, 기획서 작성, 디자인 등을 총괄하는 입장이죠. 게임 그래픽 디자이너는 게임의 캐릭터와 배경 등을 창작하는 게임 컨셉 아티스트입니다. 실무에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다루는 데 초점을 잡고 있습니다. 게임 프로그래머는 게임 개발 실무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게임 개발에 필요한 C/C++ 언어(소프트웨어 개발에 쓰이는 프로그래밍 도구) 등으로 게임을 프로그래밍하게 됩니다. 각각의 역할이 있는 만큼, 그 위치에서 전문성을 기를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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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정효 경남대학교 평생교육원 게임개발교육원 원장. / 이종현 기자

실무역량 향상에 초점 맞춘 교육

게임 개발에서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대화를 주고받았다. 숱한 게임이 나오지만 성공하는 게임은 성공하고, 실패하는 게임은 실패한다. 특히나 최근 몇 년간 몇백억 이상의 자금을 투입했음에도 투자금 회수조차 못 하고 망해버린 게임도 몇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게임은 기술적인 부분을 기본으로 최신 트렌드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필요한 분야다. 실무나 기술적인 부분에 집중하다 보면, 이런 창의성이나 독창성에는 약점이지 않을까.

"게임 개발자들은, 특히나 기획자는 여러 공부를 하게 됩니다. 보통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기는 합니다만, 트렌드의 중요성은 실무 교육에서도 매우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아이디어의 기본은 소통입니다. 저희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팀 프로젝트를 하게 되는데요. 팀 내 회의를 통해 여러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환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팀에서 좋은 발표, 토론을 하는 학생에게는 가산점을 주기도 합니다. 실무 능력과 수치화된 성적, 그리고 팀에서의 활동으로 장학금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강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학생들이 아무리 열심히 배우려 해도, 가르치는 이가 게임 업계에 대한 이해를 갖추지 않으면 좋은 효과를 보기 어렵다.

"게임사에서 직접 근무했던, 실무 경험이 있는 분들을 강사로 두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게임사에서 우수한 역량을 갖췄던 분들인데요. 단순한 기술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업계의 생태나 분위기 등을 전해주시기도 합니다."

학점은행제 관련부서이니 만큼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게임개발교육원으로 오는 학생도 있고, 타 대학을 졸업하고 편입해 오는 학생도 있다. 7~8할의 학생이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진학하는 경우고, 2~3할 정도는 편입해 온다고 한다.

"각 과정마다 선호도가 있는 편인데요. 매해 조금씩 다른 편입니다. 다만 보통 기획자를 지원하는 학생이 많습니다. 학생들은 경남 전역에서 오는 편인데요. 김해, 창원, 마산, 통영, 밀양 등에서 옵니다. 보통 학점은행제 기관은 기숙사가 없는 곳이 대부분인데, 게임개발교육원은 기숙사와 통학 버스도 함께 운영 중입니다.

G-STAR 출품 통해 역량 쌓아

실무능력을 강조하는 만큼, 가장 중요한 건 학생들의 취업이 아닐까 싶다. 경남 지역은 타 지역에 비해 게임 개발사가 적은 곳이기도 하다. 지역에 따른 취업 어려움은 없을까.

"경남이 게임 회사가 적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개발 인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게다가 게임 업계는 지역을 보고 취업하는 업계도 아니죠. 종종 학력에 따른 어려움, 차별이 없냐는 질문도 있는데요. 게임 업계의 가장 큰 특성은, 어디를 졸업했냐 하는 배경보다 개인의 역량에 집중한다는 겁니다. 본인의 포트폴리오, 경험과 결과물에 집중하는 거죠. 서울대라고 취업되고, 지방대라고 취업 안 되는 그런 업계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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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대 게임개발교육원이 지난 17일 스포츠조선 본사 대회의실에서 취업 및 기술교류 산학 협약식을 체결하고 있다. / 게임개발교육원

게임개발교육원을 졸업한 학생들은 모두가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기업에 취업한 학생이 있는가 하면 프리랜서로 활약하고 있는 학생도 있다. 1인 창업을 한 학생도 있단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중요한 건 개인의 역량, 경험, 포트폴리오입니다. 그렇다 보니 교육 과정에서 3~5월까지 기초교육과정에 집중하고, 이후 팀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각 과정의 학생들끼리 인원을 맞춰서 팀을 꾸리게 됩니다. 10월경에 게임제작발표회를 가지고, 그걸 수정·보완해서 G-STAR(국제 게임 전시회)에 출품하게 됩니다. G-STAR는 어린아이들부터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까지, 많은 분들이 참여하는 행사인데요. 이 자리에서 '이런 건 수정했으면 좋겠다', '보완해줬으면 좋겠다', '참 재밌다' 같은 피드백을 받습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학생들은 자기가 만든 게임을 대중에게 평가받으면서 작품의 장단점을 알 기회가 됩니다."

10조 원 이상의 게임 시장 규모

게임 시장은 지칠 줄 모른 채 성장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해 국내 게임 시장 규모를 11조 원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국내 업체보다 해외 업체들의 활약이 큰 요즘, 우리나라 게임사의 미래가 마냥 밝은 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게임 업계는 국내, 국외를 구분하는 게 큰 의미가 없습니다. 특히 모바일 게임 부문이 그렇고요. 그리고 국내에 진입하는 해외 업체도 대부분 한국 지사를 설립합니다. 그런 업체의 경우는 한국 인력들을 고용하죠. 국내 게임 개발사들은 경쟁 상대가 늘었다는 입장이겠지만, 학생들에겐 지원할 회사가 더 늘어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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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개발교육원 지스타행사 참여 사진. / 게임개발교육원

게임에 대한 정부 지원이 미약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많은 국내 업체들이 해외로 나가고 있는데요. 이건 당연한 일입니다. 정부는 게임 산업의 규모를 인정하면서도 규제하는 정책을 계속 내고 있어요. 강제적 셧다운제, 게임중독법 같은 것들요."

모바일 게임이 상승세다. 게임개발교육원에서도 모바일에 집중하고 있을까.

"모바일 게임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다만 모바일 게임, 온라인 게임에 대해서는 게임 개발자와 유저는 다르게 접근할 거예요. 유저들은 모바일 게임과 온라인 게임을 완전히 분류해서 생각하곤 하는데요. 사실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는 데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건 아닙니다. 결국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같거든요. 물론 최근 온라인 게임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유저들의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보니, 모바일 쪽 개발 실무 교육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실업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좋은 대학을 졸업하면 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다는 말도 옛말이다. 이런 위기에도 게임개발교육원에서는 취업에 대한 걱정은 없다.

"'고용 없는 성장'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게임 산업은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산업입니다. 앞으로 저희 게임개발교육원이 이런 게임 산업 성장에 발맞춰 좋은 게임 개발자를 배출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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