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교통 발전사의 산 증인

함양 출신의 백남근(73) 동양고속 사장은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사장 3회, 동양고속 사장 5회 연임에 빛나는 유능한 경영인이다. 백 사장은 "문제가 있으면 어떤 방법으로든 해결하려고 노력했던 게 좋은 성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얼마나 더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최고의 고속버스회사로서 동양고속 명성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교통부 공무원에서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사장까지

Q. 함양 출신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울에는 언제 자리 잡으신 건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중학교까지는 함양에서 다녔습니다. 1960년 정보통신 분야 인재를 양성하는 학교인 국립 체신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서울에 왔죠. 전국의 인재가 다 모이는, 경쟁률이 100대 1이 넘는 들어가기 아주 어려운 학교였습니다. 그리고 성균관대 경상대학에 입학했고 졸업 후 교통부 공무원이 되었습니다. 그게 1978년입니다."

Q. 교통부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한 건가요?

"도시교통국장, 수송정책실장 등 많은 업무를 수행했는데 KTX 철도 도입을 계획하고 시험 운행을 하는 등 대한민국 교통 혁신에 힘썼다고 자부합니다. 세계 최고의 공항을 만들어보겠다는 포부로 지금의 인천국제공항을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인천국제공항 입지 선정부터 개발단계까지 많은 역할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외에 지하철 확충, 고속도로 건설 등 수송정책 전 분야를 두루 담당했습니다. 지금은 민간 자본이 참여하는 민간주도형 개발이 대부분이지만, 당시는 국가 주도형 정책이 많았기에 공무원의 역할과 권한이 매우 중요했고 또 컸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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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남근 동양고속 대표이사. / 고동우 기자

Q. 서울고속버스터미널과 동양고속 사장을 역임하게 된 배경이 있었군요.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사장은 교통부 정년 퇴임 후 맡으신 거겠죠?

"그렇습니다. 1998년이었는데 당시는 청와대에서 발령했죠. 지금은 66% 지분을 소유한 센트럴시티가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선임하지만 말입니다. 제가 사장이 되기 전까지는 전부 군 출신이 사장을 맡았습니다. 군사정권이 계속되다 보니 자연히 그렇게 된 건데 전문영역이 아니라 문제가 많았죠.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화장실 위생부터 엉망이었으니까요. 제가 다 바꾸었습니다. 그 후 2006년에 동양고속 사장으로 취임하게 되었구요."

고객 편의, 국민 입장이 우선

Q. 서울고속버스터미널·동양고속 사장을 여러 차례 연임할 수 있었던 '비결'을 알 것 같습니다.

"각각 3번·5번씩이었죠. 문제가 있으면 어떤 방법으로든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고속버스 사업자들 오랜 숙원 중에 '화물 합법화' 문제가 있었습니다. 고객 편의를 위한 것이었는데도 화물업계의 강력한 반대 때문에 성사가 되지 않고 있었죠. 하지만 무엇보다 고객 편의, 국민 입장이 우선 아니겠습니까? 오랜 노력 끝에 결국 이 문제를 해결했죠. 지난 2008년 경부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 전일제 시행에도 많은 노력이 있었습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일 때부터 설득했으니까요."

Q. 고속버스 부가세 면제도 사장님 공이 크다고 들었습니다.

"과거 고속버스가 고급 교통이었을 때 부과된 것이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고속버스는 대중교통 수단입니다. 그래서 청와대, 국회, 정부 부처를 뛰어다니며 설득을 했는데 예산을 다루는 기획재정부가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지속적으로 요구해 결국 관철해냈죠. 교통부 공무원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디로 가야, 누구를 만나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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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남근 동양고속 대표이사. / 고동우 기자

Q. 동양고속에 대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1968년 설립된 전국 8대 고속버스 회사 중 하나입니다. 매출과 차량 대수로는 업계 2위이지만 비중이나 영향력으로 보면 1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속버스 회사 중 국토교통부 경영·서비스 평가 대통령상·국무총리상을 여러 번 받은 회사는 우리밖에 없을 정도니까요. 회사가 성장한 건 지난 2006년 한진고속과 합병이 컸습니다. 고속버스 업계 전반이 적자 경영을 면치 못하던 상황에서 생존 전략 중 하나로 선택한 것이었습니다."

Q. 영남권에서 특히 입지가 탄탄하다고 들었습니다.

"그것도 한진고속과 합병 덕분입니다. 한진고속과 공동 운영하던 서울~마산, 서울~창원 등은 사실상 우리 단독 노선이 됐고, 서울~구미, 서울~포항처럼 동양고속이 운행하지 않던 노선도 확보하게 돼 자연히 영남 쪽 기반이 넓어졌습니다. 그리고 마산과 대구에 회사 소유 터미널이 있고 중간 승하차장인 마산 내서고속버스터미널도 위탁 운영하고 있습니다."

Q. KTX 등 때문에 고속버스 이용객이 많이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요?

"고속도로 전용차선제가 확대되어야 합니다. 현재 경부선에 국한돼 있는데 영동선 등까지 넓히려고 노력 중입니다. 회사 자체적으로는 고급화 전략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지난해 우등버스보다 30% 정도 비싸지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미엄 버스를 도입했는데 아주 반응이 좋습니다. 탑승률이 거의 80%에 이르고 있습니다. 현재 27대를 운행 중인데 오는 6월까지 74대를 추가로 투입할 예정입니다. 전용차선만 실시되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련한 고향의 추억… 언젠가 함양으로 돌아갈 것

Q. 고향과 인연은 어떻게 이어가고 있습니까. 향우회 활동도 적극적이시고 지역에 기부도 많이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재경 함양향우회 회장으로 2012년~2014년 3년 동안 일한 적이 있죠. 향우회관 건립, 장학금 기부 등 고향에 나름 작은 애정을 표했는데 고맙게도 2015년 함양군민상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나이가 드니 더더욱 고향에 대한 애착이 커집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아련함, 애틋함이 생기는 게, 어떤 영원한 이상향처럼 느껴지는 게 바로 고향 같습니다. 고향에 가면 어릴 적 함께 뛰어놀던 그 친구들이 아직도 살고 있습니다. 자주는 가지 못하지만 업무상 이곳저곳 들르는 와중에 시간 되는 대로 고향에 가 친구도 만나고 아버님·어머님 산소도 찾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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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1년 국토교통부 경영 및 서비스평가 국무총리상을 수상하고 있는 백남근 사장. /동양고속

Q. 함양지역 교통환경 개선에도 많은 노력을 하신 거로 알고 있습니다.

"참 외진 곳 아닙니까. 그러다 대전~통영·거제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좀 나아졌고 최근에는 함양~울산 고속도로를 추진 중입니다. 시간과 기회가 되는 대로 국토교통부 관계자 등을 만나 조속한 착공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습니다."

Q. 다른 지역과 비교되는 함양 사람, 경남 사람만의 특징이 있다면요?

"솔직 담백하지 않습니까? 다른 지역 사람 보면 왠지 겉과 속이 많이 달라요."

Q. 건강 관리를 위해 특별히 하시는 게 있습니까?

"꼭 건강 관리 때문이라기보다는 체력을 기르기 위해 매일 꾸준히 운동하고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테니스와 마라톤을 했는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자연을 느끼며 달리는 게 좋았습니다. 지금은 실내운동으로 마라톤을 대신하지만 땀을 흘리며 달리다 보면 업무로 받은 스트레스가 해소됩니다. 달리는 동안 나 자신과 대화도 하는데 '마인드 컨트롤'에 효과적입니다."

Q. 고령이십니다만 앞으로 삶의 계획 같은 게 있으신지요.

"앞으로 얼마나 더 지금 일을 하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동양고속 사장으로서 지금 계획은 최고의 고속버스회사로서 위상을 지키고 계속 더 발전시켜나가는 것입니다. 죽을 때 되면 아무래도 고향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언젠가는 함양으로 돌아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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