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향토 브랜드 장모님치킨, 전국을 석권하겠습니다”

치킨을 시켜 먹는 것이 하나의 일상이 된 지금,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치킨 브랜드가 있다. 그중 경남 창원을 기반으로 29년 동안 지역을 지켜온 브랜드가 있다. 바로 '장모님치킨'이다. 기자도 이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 수도권을 기반으로 한 대기업 브랜드들이 온갖 마케팅을 하면서 치킨 업계가 과열경쟁에 빠진 지금, 과연 지역 토종기업은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다.

현모양처 꿈꾸던 평범한 주부

김영애(59) 장모님치킨 대표는 자신을 꾸미려 하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 정확히 얘기하려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래서인지 대답이 다소 단조로웠다.

Q. 고향은 어디고, 학교는 어딜 나오셨는지요?

"저는 58년 개띠입니다. 마산 진동이 고향이고요. 마산에서 고등학교까지 나오고 마산수출자유지역에 취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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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애 장모님치킨 대표이사. / 임종금 기자

Q. 부모님은 무슨 일을 했고,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십니까?

"부친은 목수를 했습니다. 집을 많이 지으셨습니다. 그래서 목수로 이름도 조금 알려졌다고 들었습니다. 목수일 외에도 시골이니 아무래도 작은 농지가 있었고, 집에 양계장이 있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닭하고 같이 지낸 게 이렇게 될 팔자였나 봅니다(웃음). 집 얘기를 더 하면 저는 5남매 중 막내였습니다. 그래서 귀여움을 받고 자랐습니다."

Q. 어렸을 때 성격은 어땠는지요?

"저는 정말 제가 사업을 하게 되리라고는 생각 못 했습니다. 내성적이고 시골 아이들이 다 그렇겠지만 순박하고 그랬습니다. 너무 내성적이니 나이가 들어서 좀 바꿔보려고 노력하기도 했었습니다."

Q. 어렸을 적 꿈이나 희망 이런 게 있으셨습니까?

"생각해보니 그런 것도 없었습니다. 꿈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억지로 생각해 본다면 '현모양처'가 되어서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는 것 외에는 생각해 본 것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사람을 인터뷰했지만, 어렸을 적 꿈을 현모양처라고 말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그만큼 소박한 사람이었다.

Q. 마산수출자유지역에서 직장을 다녔다는데, 어떤 일을 하셨습니까?

"제가 있을 때는 소화전자라고 부르고, 지금은 소니죠. 거기서 부품 검사파트에서 일했습니다.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부품이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확인하는 겁니다."

Q. 장모님치킨을 함께 만든 남편(고 남정훈 전 대표이사)은 어떻게 만나게 되었습니까?

"남편 친구가 소개팅을 해줘서 만나게 됐습니다. 남편이 나름대로 매력이 있었고, 또 고생시키지 않겠다고 했습니다(웃음). 그래서 1982년에 결혼했습니다."

Q. 남정훈 전 사장은 원래 무슨 일을 하셨는가요?

"제 남편은 삼성중공업에 있었습니다. 지금이야 삼성중공업이 거제에 있지만, 1980년대에는 창원에도 사업장이 있었습니다. 외주 관리 담당을 하면서 여러 협력업체와 자주 만나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매운맛 양념치킨을 유행시키다

Q. 장모님치킨을 언제 창업하셨나요?

"1989년입니다."

Q. 삼성이라는 대기업을 그만두고 왜 사업을 시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제 남편이 외주 관리 담당을 하다 보니 다른 사업을 하는 사람도 많이 봤을 거고, 사실 삼성이라는 곳이 힘듭니다. 새벽에 별 보면서 출근했다가 밤에 별 보면서 퇴근하는 곳 아닙니까? 그래서 힘든 측면도 있었습니다."

Q. 보통 제조업 대기업에 다니다 창업하면 관련 업종으로 하는데, 왜 하필 치킨이었나요?

"대구 협력업체에 출장갈 일이 많았습니다. 마침 1989년에 대구지역이 우리나라에서 치킨 시장이 태동하는 곳이었습니다. 멕시칸치킨이 대구에서 시작한 브랜드입니다. 그 전에는 닭을 먹는다고 하면 가마솥에 삶아 먹는 것이 유일한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다 양념치킨은 완전히 다른 새로운 먹거리 아닙니까? 제 남편이 그런 쪽으로는 안목이 밝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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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모님치킨 직영점. / 장모님치킨

Q. 그럼 어떻게 사업을 일으키게 됐는지 과정을 설명해 주십시오.

"딱히 과정이라고 할게…. 일단 대구에 계속 오가면서 관련 업체와 협의를 하다가 자체 브랜드를 만들자고 결론을 냈습니다. 가장 관건은 '지역에 맞는 맛이 무엇일까'였습니다. 저희가 볼 때 아무래도 타 지역 양념치킨은 단맛이 강한 것 같습니다. 마산이나 창원지역 입맛은 약간 매운맛이 맞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매운맛을 뒷맛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소스를 개발했습니다. 그리고 1989년 11월에 1호점(마산 구암점)을 냈습니다."

Q. 왜 하필 브랜드 이름이 '장모님치킨' 인가요?

"당시엔 '장모님 양념통닭'이라고 했습니다. 왜 '장모님'이라는 명칭을 썼냐면, 앞서도 말했듯이 닭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다양하지 못했는데, 그래도 처가에 가면 장모님이 씨암탉을 잡아서 준다는 말이 있어요. 그걸 따서 처갓집이나 장모님으로 하려는데, 처갓집은 이미 브랜드를 선점해서 장모님으로 했습니다."

Q. 사업 초기에 힘들지는 않으셨는지요?

"아뇨, 개업 직후부터는 정말 장사가 잘됐습니다. 광고 같은 것도 전혀 하지 않고 오로지 입소문으로 손님이 왔습니다. 매일 한 시간 정도 줄을 서야 닭을 사 갈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입소문이 나니까 가맹점 문의도 쏟아졌습니다. 사실 저희가 가맹비나 이런 걸 많이 받지 않았습니다."

Q. 사업이 초기에 정착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일단 저희가 예상했던 대로 매콤한 뒷맛이 통했던 것 같습니다. 화학첨가제 같은 것을 전혀 쓰지 않고 천연식품으로만 맛을 다 냈습니다. 그리고 다른 곳은 콩기름으로 튀기지만, 저희는 당시부터 카놀라유를 썼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더 고소하고 치킨과 접목이 잘 됐습니다."

Q. 가맹점들이 늘면 늘수록 관리가 힘들어지는데, 말이 나오거나 갈등한 적은 없나요?

"아뇨, 당시엔 적극적으로 가맹을 하려고 했고 저희가 제시한 방향을 가맹점들이 그대로 흡수했습니다. 저희가 생각해도 가맹점들이 참 잘 따라와 주었습니다. 덕분에 지금도 20% 가량은 20년 이상 가맹한 장기 가맹점입니다. 사실상 한 식구나 마찬가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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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모님치킨 옛날 신문기사. / 장모님치킨

Q. 사업을 한 사람들은 항상 IMF외환위기를 떠올리면서 힘들었다고 하는데, 그때는 힘들지 않았나요?

"이런 말 좀 죄송스럽지만 저희는 힘들지 않았습니다. 명예퇴직하신 분들이 저희에게 가맹하기 위해서 많이 오셨습니다. 오히려 호황에 가까웠습니다. 문제는 2003년 조류독감(AI)이 처음 유행했을 땝니다."

Q. 2003년 조류독감 때는 물론 힘들었겠지만 조류독감이 끝나면 다시 회복되지 않았습니까?

"쉽지 않았습니다. 2003년에 동남아시아에서 조류독감으로 사람이 죽은 일이 있습니다. 그게 언론을 타고 알려지며 '조류독감으로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겼습니다. 우리나라는 동남아시아처럼 병으로 죽은 닭이 시장에 나올 정도로 허술하게 관리하지 않지만, 그때 치킨 업계에서는 자살한 분이 나올 정도로 타격이 컸습니다."

Q. 그럼 조류독감은 사람에게 전혀 영향을 안 미치는가요?

"사람에 감염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육상태가 과거보다 훨씬 좋아 우리나라에서 조류독감에 걸리는 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행정상 조류독감 발생 시 인근 조류를 매몰해야 하기 때문에 그 여파가 커지는 것입니다."

Q. 이번에 장모님치킨과 가맹점들은 조류독감 영향을 얼마나 받았나요?

"전혀 안 받았습니다. 저희와 주 거래하는 농장이 대구에 있는 '키토랑'이라는 업체입니다. 이번 조류독감이 대구에까지 영향을 안 미쳤기 때문에 무탈하게 넘어갔습니다. 키토랑은 사료에 키토산을 섞어 먹이면서 회사 이름도 그렇게 했습니다. 이곳에서 80% 물량을 받고, 혹시 이번과 같은 사태가 생길지도 모르기 때문에 하림이나 사조에 거래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Q. 요즘 치킨 업계 매출이 줄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데요.

"조류독감도 있고 불황 때문에 치킨 업계 전체 매출이 20~25% 정도 감소했다고 봅니다. 그러나 저희는 매출이 10% 이상 떨어지지 않아 나름대로 선방했다고 생각합니다."

치킨 소비 더 늘어날 것

김영애 대표이사의 남편이었던 고 남정훈 전 대표이사가 2015년 5월 1일 지병으로 별세한다. 김영애 대표는 이제 홀로 사업을 이끌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Q. 전임 남 대표께서 돌아가셨을 때 어떤 심정이었나요?

"처음엔 막막했습니다. 하지만 가족회의도 하고 직원과 가맹점들과 얘기도 하면서 사업을 지속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제가 남편과 항상 함께해 왔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강홍석 전무와 직원들이 열심히 해준다고 했으니 '한번 해보자'고 마음먹고 사업을 이어받았습니다."

Q. 지금 장모님치킨에서 가장 잘 나가는 메뉴를 소개한다면.

"최근에 잘 나가는 메뉴가 땡초치킨과 스테이크치킨이 있습니다. 땡초치킨은 말 그대로 매운맛을 좋아하는 매니아들을 위해 만든 메뉴고, 스테이크치킨은 스테이크에 쓰는 소스를 바른 치킨인데 색다른 맛이라 고객들이 좋아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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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애 장모님치킨 대표이사. / 임종금 기자

Q. 1년 중 가장 치킨이 많이 팔리는 시기가 언제인가요?

"여름 휴가철입니다. 또 그 시기는 초복, 중복, 말복도 있기 때문에 평상시보다 매출이 크게 늘어납니다."

Q. 사람들의 치킨 소비량이 앞으로 줄어들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점점 사람들 입맛이 서구식으로 갈 것입니다. 참고로 미국인은 우리나라 사람보다 1.6배 더 닭고기를 소비합니다. 우리나라 닭고기 소비량은 계속 늘고 있습니다."

Q. 뜬금없는 질문이지만 소비자가 좋은 치킨을 고르는 법을 알려 주십시오.

"일단 품질이 결정되는 건 2가지 지점입니다. 신선육을 썼느냐 냉동육을 썼느냐. 다음으로 후라이 과정에서 깨끗하고 좋은 기름을 썼느냐 아니냐는 겁니다. 고소한 맛을 넘어서 찌든 느낌의 맛이나 향이 나고, 양념 맛이 경상도 말로 '받친다'고 할 때는 좋은 기름을 쓰지 못한 경우입니다. 냉동육은 퍼석거리고 질기고, 갈라봤을 때 붉은빛이 돌기도 합니다. 그리고 뼈가 갈색으로 변해 있으면 냉동육입니다."

결코 가맹점을 힘들게 하지 않겠다

Q. 현재 치킨 브랜드는 전국에 몇 개나 되나요.

"500개 정도 됩니다. 지금도 끊임없이 새로운 브랜드가 생기고 있으며, 또 어느 브랜드는 문을 닫고 있습니다."

Q. 최근 장모님치킨 브랜드를 전국화시키겠다고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인가요?

"지역에서는 어느 정도 자신 있습니다. '창원 치킨'이라고 검색하면 우리 매장이 많이 뜹니다. 창업박람회에 나가서 장모님치킨을 알릴 것이고, 7월 말에는 '치맥페스티벌'이라는 대형 행사가 열립니다. 작년에 80만 명이 몰렸는데 여기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전국에 있는 고객과 만남을 가질 계획입니다. 과거와 달리 미디어 홍보도 할 예정입니다. 마산구장과 대전구장에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밴드 '버즈'의 보컬 민경훈 씨와 모델계약을 했습니다. 시외버스 광고도 할 예정입니다."

Q. 장모님치킨 하면 '4무 정책'으로 유명했다고 들었습니다. 소개 좀 해주십시오.

"가맹비, 교육비, 보증금, 로열티를 안 받겠다는 겁니다. 가맹점에게 그런 것을 받지 않아도 치킨 품질에 자신 있고, 충분한 매출을 올릴 자신이 있습니다. 물론 어떤 해는 조금 받기도 했고, 그럴 때도 형편이 어려운 분은 안 받았습니다. 사실 잘 사시는 분이 치킨집을 하지는 않죠. 어지간하면 가맹점들에게 편의를 봐주고 싶습니다. 인테리어를 할 때도 다른 브랜드 같으면 본사와 계약한 업체가 무조건 인테리어를 하도록 합니다만 저희는 가맹점이 아는 분이 계시면 그분을 통해서 인테리어를 하는 것도 인정해 드립니다. 물론 감리는 저희 본사에서 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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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맹점협의회 정기총회. / 장모님치킨

Q. 앞으로 가맹점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가려 하나요?

"가맹점과 저희는 한배를 탄 식구입니다. 본사와 가맹점 사이 소통을 더욱 활성화시키고 싶습니다. 제가 아무래도 여자니까 조금 더 세심하게 살피려 합니다. 저희의 핵심 역량은 품질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100% 국내산 질 좋은 닭을 쓰고, 대학과 MOU를 맺어 매년 한국인의 입에 맞는 신메뉴를 하나씩 내놓고 있습니다. 신메뉴를 내놓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재검토합니다. 그리고 저희 품질을 유지시키기 위해 가맹점에게 교육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가맹점들에게 편의를 제공해 주고는 싶지만, 교육에 대해서만은 철저히 하려고 합니다. 간혹 자신만의 조리법으로 하겠다는 분이 계신데 저희가 못하게 합니다."

Q. 최근 홈페이지를 개편했던데, 특이한 것이 '정보공개청구'라는 메뉴가 있는데, 어떤 메뉴인가요?

"정부 법령으로 가맹점들에게 본사는 각종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습니다. 저희는 정말 있는 그대로 모든 것을 가맹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할 것입니다."

Q. 일반인도 쓸 수 있도록 해놨는데, 개인도 정보공개청구를 할 수 있나요?

"일반 고객님도 청구는 할 수 있습니다. 가맹점만큼은 아니지만 간단한 답변 정도는 충분히 드릴 수 있을 겁니다."

Q. 끝으로 경남 도민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저희 장모님치킨은 경남의 향토 브랜드입니다. 다른 브랜드보다 맛있는 치킨을 도민들에게 제공한다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왔으며, 도민들께서 사랑해주셔서 150여 개가 넘는 가맹점을 유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도민들이 자랑할 만한 향토기업, 향토브랜드로 기억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영애 대표는 품질에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는 이제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경험을 살려 전국으로 진출하려 한다. 훗날 타지 사람들에게 경남을 소개할 때 제조업 업체뿐 아니라 장모님치킨도 온 국민이 알아주는 '국민 치킨'이 될 날을 기대한다. 지금까지 경남에서 해왔던 방식으로 고품질을 유지하고 가맹점을 배려하는 것이 널리 알려진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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