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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이장님]진주 신안동 23통 조수진 통장

"어르신과 나누는 정 오늘을 살아가는 힘"
지난해 1월부터 통장 맡아 고지서·시책 등 직접 전달
종횡무진 '소통왕'으로 불려
어르신 말벗·봉사활동 앞장 2014년 진주시장 표창 받기도
만학 꽃피우며 새 도약 준비

장명호 기자 jmh@idomin.com 2017년 04월 28일 금요일

진주시 신안동 신안택지지구는 진주시가 처음으로 공영개발 방식으로 조성, 분양한 지역으로서 살기 좋은 신흥택지지구 중 한 곳이다. 남강을 낀 자연환경과 잘 가꿔진 녹지공원이 인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지역에는 크고 작은 동네 일을 마치 자기 일처럼 처리하며 종횡무진하는 '못 말리는 50대 아줌마 통장'이 있어, 주민들의 행복지수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신안동 23통장 조수진(55) 씨다. 조 통장은 '소통 조통장'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데, 별명답게 주민과의 소통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한다.

지난해 1월부터 통장을 맡은 조 통장은 시간만 나면 동사무소와 동네를 돌아다니는 일로 하루를 보낸다.

'소통 조통장'이라는 별명처럼 마을 곳곳을 누비며 주민 손발이 되는 진주시 신안동 23통 조수진 통장.

조 통장이 수시로 동사무소를 방문하는 이유는 주민들이 알아두면 좋을 다양한 시책들이 있기 때문이다. 취약계층 안심콜 가입이나 장애인 보조기구 지원, 무료 의치 대상자 선정 등 주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정책은 물론 자전거보험 가입이나 미세먼지·간염예방법 등 시민들이 알아야 할 정보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뿐만 아니라 시민 위안 행사, 남강 걷기대회 등 참여형 행사를 비롯해 사랑의 나무 나눠주기, 그린PC 보급, 건강 밥상 운영 등과 같은 크고 작은 행사가 열린다는 소식도 전해 듣게 된다.

그러면 조 통장은 이를 꼼꼼히 메모하고서 주민에게 재빨리 전달하는 일을 한다. 단순히 알림이 역할이 아니다. 평소 동네에 다니면서 주민 성향이나 필요로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체크했다가 알맞은 시책이 있으면 재빠르게 전달해주는 맞춤식 알림이다.

조 통장의 역할이 이것뿐이라면 '소통 조통장'이라는 별명이 붙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 조 통장은 평소 재산세나 자동차세, 민방위 훈련통지서 등의 고지서가 나오면 일일이 가구주를 만나 전달한다.

23통의 몇몇 가구주들은 시내에서 직장이나 직업을 갖고 있어 평소에는 만나기가 어려운 주민도 있다. 그나마 지난해까지는 진주시에서 소식지를 발행해 정기적으로 주민들과 만날 수 있는 빌미가 있었는데 올해는 그것마저 발행이 중단돼 주민과의 만남이 줄어들었다. 그 대신 이제는 고지서가 배부되면 이를 가구주를 만나는 기회로 삼는다.

조 통장이 주민들을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다니는 데는 주민과의 소통도 소통이지만, 다른 이유가 있다.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신안동 독거노인관리사(당시는 노인 돌보미)를 지낸 조 통장은 도시노인들의 어려움을 지켜봤다. 진주시의 중심지에 살고 있으면서도 뜻밖에 자식들과 거리를 두고 힘들게 살아가는 어르신들이 많았는데, 통장을 맡으면서 이들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던 것.

마을 어르신을 만나 손자 키우는 이야기를 나누는 조수진 통장.

조 통장은 서툰 솜씨지만 밑반찬을 만들어 드리기도 하고 주말농장에서 재배한 농산물을 나눠 드리기도 했다. 심지어 신문지나 고철 등을 발견하면 거둬들여서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어르신의 집까지 갖다 드리기도 했다. 그리고 생활이 어려운 노인을 만나면 부산이나 창원 등지에서 자영업을 하는 학교 동기들에게 후원을 받아 필요한 생필품을 전달하기도 했다. 특히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는 일주일에 두세 차례씩 말벗이 되어주며 안전을 확인하기도 하고 지역사회와의 연계도 병행했다. 이것이 바로 '소통 조통장'의 별명이 붙은 계기가 된 것이다.

조 통장은 조손가정의 어르신을 만나면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할 수 없는 손자·손녀의 교육문제를 함께 걱정하기도 하고, 한글을 모르는 어르신은 한글을 가르쳐 드리고, 우편물이나 공과금고지서 등을 챙겨 드리는 등 혼자 사는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대신했다. 이웃도 없고 대화할 대상이 마땅찮은 할머니 집을 지나갈 때는 반드시 찾아가 다정하게 '어머니' 하고 부르고 나서 안부를 여쭌다. 그러면 할머니들이 그렇게 좋아하신다고 한다.

그러나 혼자 사는 할아버지에 대한 조 통장의 사랑이 아무리 특별하다고 해도 안 되는 게 있다. 바로 반찬과 빨래다. 이 때문에 조 통장은 이들 할아버지에게는 지역사회의 반찬서비스를 연계시키고 빨래는 재능기부 의사를 밝힌 세탁소의 도움을 받도록 주선했다. 조 통장의 이런 선행사실이 알려지자 진주시는 제14회 노인의 날인 2014년 10월 시장표창을 수여했다. 조 통장은 항상 바쁘게 뛰어다니며 어르신과 함께한 3년이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었고 오늘을 살아가는 힘이 되었다고 한다.

지난 2014년 노인의 날을 맞아 진주시장 표창을 받고 있는 모습.

조 통장은 아이들을 대학까지 졸업시키고 나서 자신도 그동안 못다 했던 학업을 계속해 만학도가 됐다. 보건대학교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해 사회복지사와 보육교사,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경남과학기술대학교에 편입해 숲 해설사와 산림산업기사, 산림기사 자격도 취득했다. 요즘은 틈틈이 상락원이나 불교회관, 성프란치스코 병원에서 진행하는 봉사활동에 참가하는 등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면 시간을 내서라도 참가한다. 또 오는 5월 신안녹지공원에서 신안동사무소가 개최하는 농산물 직거래 장터에 관심을 두고 이를 주민에게 홍보하고 있다. 신안동과 자매지역인 수곡면 주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하는 직거래 장터는 농촌지역 주민들의 소득도 높일 수 있지만 도시지역 주민들에게는 신선한 농산물을 값싸게 살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조수진 통장은 "통장으로서 동네 주민들을 위해 마땅히 할 일을 하고 있을 뿐, 특별한 일을 한 것도 없는데 드러나게 돼 부끄럽다"며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어르신들이 소외되거나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어르신을 찾아 정을 나누는 조수진 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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