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야심한 새벽에 미군 당국은 경북 성주군에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 장비를 전격 반입했다. 이튿날 우리 국방부는 사실상 사드를 실전 운용이 가능하게끔 배치를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성주군민과 김천시민을 상대로 미군과 우리 군이 합작하여 기습 작전을 성공리에 마친 것이다. 일주일 전까지만 하더라도 미국과 우리 정부는 사드 배치를 대선 이후로 미루겠다는 신호를 보냈었다. 하지만 차기 대통령이 누가 선출되든 간에 이제는 박힌 돌을 빼내기 어렵게 만들었다. 우리 국민의 생명과 운명이 달린 문제에 대한 결정권을 야밤에 습격당하여 침탈당한 것과 다를 바 없다.

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의 정치지도자들은 한국을 경시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양국 간 협력과 신뢰에 가장 기틀이 되는 한미동맹을 가벼이 여기는 말도 쉽게 내뱉었다. 결국 대선을 불과 열흘 남짓 남긴 와중에 미국은 사드 배치를 강행해 한국의 국가주권을 무시하는 오만함을 저질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민적 합의 없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여 사달이 난 것이니 누구를 탓하기 민망하다. 사드 배치는 방어무기로서의 실효성이나 전술적 위력을 넘어서 동북아 국가들의 이해관계와 한반도의 평화가 첨예하게 얽힌 사안이다. 따라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미·중·러·일과 협의해가며 국회의 논의와 비준을 거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술수를 부리는 사이 우리 정부는 외교·군사적 무기력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근자에 미·중 간의 힘겨루기와 협상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입 다물고 있는 중이다. 사드 배치과정에서 국내법과 행정절차를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 정부가 위배했으니 업신여김을 당할 만하다. 이렇게 된 데는 대선 후보들이 사드배치에 관해서 정략적인 태도를 취한 탓도 크다.

사드배치에 대한 해법은 차기 대통령이 덤으로 받은 숙제다. 한반도 정세안정은 한미 간의 대등한 신뢰관계 구축, 동북아에서 정치외교와 군사적 주권 확립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을 망각하지 않는 답을 제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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