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der. 두산백과 설명을 보면 우리말 '성'에 해당하는 영문표기로 '섹스(sex)' 대신 쓰기로 한 용어란다. 1995년 9월 5일 베이징 제4차 여성대회 GO(정부기구)회의에서 결정했다고 나와있다. 젠더와 섹스, 두 단어엔 미묘한 어감의 차이가 있는데 전자는 사회적 의미의 성이고 후자는 생물학적 의미의 성을 뜻한다.

젠더에 관한 얘기가 요즘 언론에 부쩍 많이 등장한다. 대선 토론에서 다뤄지면서 후보들의 인식이 드러났기 때문인데,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재인 후보가 "동성애를 합법화할 생각은 없지만 차별은 반대한다"고 한 말에 일부에서 규탄시위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또 그 얼마 전에는 홍준표 후보가 "설거지는 여자가 하는 일"이며 "하늘이 정해놨다"고 해 비난을 산 일이 있다.

젠더는 흔히 두 가지 관점에서 얘기된다. 하나는 성 정체성이요, 또 하나는 성 역할이다. 지난해 호주 퀸즐랜드 공대에서 성 정체성에 관한 재미있는 설문지를 작성했는데 선택항목이 무려 33개였다. 다시 말하면 젠더란 것이 '남성'과 '여성'만 있는 게 아니고 그 사이엔 서른 개가 넘는 성 정체성 스펙트럼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어떤 이는 '성 정체성 혼란'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는 '남성' 아니면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비롯된 인식이다. 성 역할에서도 마찬가지다. 과연 설거지는 홍 후보의 말대로 하늘이 정해준 여자의 일일까? 남자가 밥을 하면? 남자가 빨래를 하면? 남자가 아기를 보면? 여자가 버스 운전을 하면? 여자가 중장비를 다루면? 여자가 정치를 하면? 우리 사회에 맞벌이가 일상화하고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면서 자연스운 현상이 됐다.

오랫동안 우리의 사고 저변에 남녀차별이 깔렸기에 성 역할에 대한 인식이 쉬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성 정체성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것은 반드시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남자냐 여자냐가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왜 하느냐가 문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