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많은 지역에서 지지율 낮아…광역·기초의원 잇따라 바른정당 탈당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가 경남·부산지역 공략을 놓고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진 형국이다.

바른정당이 두 지역에서 낮은 지지율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데다 당내에서 유 후보 사퇴론까지 제기되면서 당 소속 광역·기초의원들의 잇단 탈당과 타 정당 입·복당이 가속화하는 탓이다. 이번 주초부터 부산에서 분 바른정당 탈당 바람이 주말을 앞두고 경남에까지 불어닥치고 있다.

옛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으로 갔던 김해지역 광역·기초의원들이 한국당으로 복당했다. 한국당 경남도당은 27일 최학범(김해1)·허좌영(김해2)·김홍진(김해3)·박병영(김해4) 경남도의원과 류명열·엄정·옥영숙 시의원 등 7명이 한국당에 입당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입당 성명에서 "올해 초 한국당을 탈당할 때 대의는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보수를 바로 세우겠다는 신념에서였다"면서 "그러나 현재 상황은 탄핵 정국으로 좌파세력들이 온 나라를 뒤덮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른정당이 의원총회를 통해 '3자 후보 단일화'를 결정한 지난 24일 당시 의원총회에 참석한 유승민 대선후보 모습. /연합뉴스

이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긴장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며 "자유대한민국이 세계열강 각축장으로 변해 구한말의 불행했던 역사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염려가 도처에 가득하다"고 현 국제 외교·안보 정세를 진단했다.

이들은 이에 "이 같은 국가 위기 상황에는 선공후사(先公後私·공적인 일을 먼저 하고 사사로운 일은 나중에 함) 정신이 필요하다"며 "저희의 정치에 대한 나름의 비전과 소신을 지킬 수는 없지만 나라 안위가 우선인 만큼 보수 우파 단결만이 이 나라 자유대한민국을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한국당 복당 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홍준표 한국당 후보 지지를 표명했다. 이들은 "중차대한 국가적 위기 상황에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 사람은 홍준표 후보뿐이라고 확신한다"면서 "풍부한 국정경험을 기반으로 뚜렷한 소신과 결단력, 미래 비전과 정확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홍 후보야말로 자유대한민국 정체성을 지킬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영남권 바른정당 균열은 부산에서 먼저 일어났다. 지난 24일 부산 금동욱 중구의원, 한중수 전 금정구의원, 정종복 전 기장군의원 등 전·현직 기초의원 3명이 바른정당을 탈당, 한국당 입당을 선언했다. 26일에는 오보근(사상2)·이상갑(사상 1) 부산시의원과 송숙희 사상구청장, 이종구 사상구의원도 한국당에 재입당했다.

이 밖에도 최영규(중구) 부산시의원이 탈당해 당분간 무소속으로 남기로 했다. 원외에서는 창원 출신으로 바른정당 경남도당 창당준비위 부위원장을 맡았던 이기우 전 부산시 부시장이 지난 25일 탈당 후 더불어민주당 입당 의사를 밝혔다.

현재 서부 경남지역 바른정당 소속 기초의원 사이에 탈당 신청이 쇄도하는 등 영남권 보수 성향 인사들의 당적 갈아타기가 앞으로도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영남권 내에서도 경남·부산(PK)은 대구·경북(TK)보다 더 많은 사람 수를 자랑한다. 유권자 수도 수도권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이런 연유로 일찌감치 이번 대선은 PK 지역 민심을 누가 많이 가져가느냐가 당락의 큰 변수로 작용하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비록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후보 등은 고향과 지역 기반이 PK라는 이점을 지녔지만 바른정당도 김재경, 이군현, 여상규, 김무성, 장제원, 김세연, 하태경, 이진복 등 지역 내 다선 국회의원이 다수 포진해 조직력을 끌어올린다면 유의미한 득표는 가능하리라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유 후보에게 덧씌워진 '배신자' 프레임에 JTBC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5·26일 전국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나듯 발군의 토론 실력에도 좀체 오르지 않는 지지율이 유 후보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해당 조사 결과는 문재인(38.5%)-안철수(25.2%)-홍준표(12.3%)-심상정(7.5%)-유승민(4.9%) 순으로 나타났다.

도내 한 바른정당 인사는 "우리 당이 내세운 합리적 보수의 가치를 도민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또 설득할 수 있어야 했는데 이를 제대로 못해 민심을 얻어내지 못한 게 가장 큰 이유 아니겠느냐"고 한숨지었다.

인용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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