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후보 슬로건 속 의미·전략
대체로 나라·국민 강조
신뢰성·국민 존중 어필
타깃층도 엿볼 수 있어

지난 17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대선 레이스. 도로 곳곳에 현수막이 걸리고, 사상 유례없는 긴 선거벽보가 붙은 데 이어 25일 전후로 집집마다 후보들 선거 공보물이 배달됐다.

후보들은 현수막과 공보물 등에서 저마다 대선에 임하는 전략과 의미를 슬로건에 담아 유권자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원내 5당 후보들의 선대위를 통해 슬로건 등에 담긴 의미를 들여다봤다.

◇'나라를 나라답게 든든한 대통령'(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 지난해 10월 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다. 촛불은 우리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당시 거리로 나온 시민들이 가장 많이 외쳤던 구호는 '이게 나라냐?'였다. 따라서 문 후보 슬로건은 이에 대한 대답이기도 하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어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는, 더는 국민이 '이게 나라냐?' 질문을 던질 필요가 없을 정도로 준비된 후보라는 점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당당한 서민대통령(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 홍 후보 전략은 다분히 서민 표를 겨냥하고 있다. 서민 출신인 홍 후보가 서민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고, 세계와 당당히 맞설 수 있는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와 함께 선거벽보에 '지키겠습니다 자유대한민국'이라는 문구를 함께 넣었다. 문재인·안철수 후보에게 다소 밀리는 상황에서 보수층 위기의식을 건드리겠다는 전략이다. 진정한 보수 후보로서 대내외적 위기 상황에 놓인 대한민국 가치를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02.jpg

◇국민이 이긴다(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 촛불 민심에서 드러난 부정한 권력, 부패한 권력에 맞선 시민 의지와 열망을 뜻하고 있다. 말 그대로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고, 권력보다 한 수 높은 게 국민 의지라는 것이다. 최근 현수막 등을 통해 미는 '미래를 여는 첫 번째 대통령'은 기존 정치와 권력구조를 혁파하고 4차 산업혁명으로 준비된 미래를 열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국민을 강조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국민의당 후보임을 알리는 전략도 포함됐다.

◇보수의 새희망(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됐다. 현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으로는 보수가 국민에게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걱정도 바탕에 깔렸다. 박근혜 정부 국정 파탄에서 바른정당도 자유롭지 않지만, 지켜야 할 보수의 가치와 보수가 정체되지 않고, 시대 흐름에 맞게 합리적이고 건강해져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건전하고 건강한 보수 정당으로 자리 잡겠다는 전략이다.

◇노동이 당당한 나라(정의당 심상정 후보) = 노동이라고 해서 특정 계층을 겨냥한 슬로건은 아니다. 언어와 문화, 소득 등 전반적 차원에서 노동을 존중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의미가 들어 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재벌 중심으로 나라가 운영됐으며, 노동은 비용, 경제성장 보조물 취급을 받았다. 이와 함께 노동이 당당한 대한민국과 '내 삶을 바꾸는 대통령 문구'는 연결돼 있다. '나의 한 표가 내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