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우의 수 따져 이합집산 반복한솥밥 먹다 당적 바꿔 대립적이 지지자로 탈바꿈하기도

"정치판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는 말은 학습된 진리라 할 만하다. 특히 대선 정국에서 이 진리는 더욱 리드미컬해지고 극적이기까지 하다.

정치판 최대 이벤트이기도 하거니와 국가권력이 통째로 움직이다 보니 수천·수만 개 요직이 걸린 까닭도 있기 때문이다.

당적을 바꾸는 일은 예삿일이고, 한때 외나무다리에서 만났을 법한 인물이 어깨를 겯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물론 '피를 나눈 형제'처럼 지냈던 이들이 서로에게 칼끝을 겨누는 일 역시 마찬가지다.

먼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측을 보자. 27일 자유한국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을 맡은 박대출 의원은 특유의 유려한 수사법으로 <'거짓의 文그림자'는 '진실의 洪빛' 들면 사라진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박 의원은 지난 18일 진주 유세 때 지근에서 홍 지사를 지원했다. 중앙선대위 공보단장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로 여길 수 있겠지만, 홍 후보와 박 의원의 옛 관계를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다.

홍 후보는 경남도지사 취임 후 도내 국회의원과 관계가 매끄럽지 못했는데, 특히 그중에서도 진주지역 박대출·김재경 의원과는 더욱 안 좋았다. 한때 홍 후보는 직접 두 의원을 거론하며 "앞으로 서부청사 준공식을 비롯한 경남도 행사에 진주지역 국회의원은 초청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한 바 있고, 실제 2015년 서부청사 준공식 때 초청장조차 보내지 않았다.

결국, 이런 모습이 지속되는 와중에 도내 새누리당 의원은 홍 지사에게 유감을 표명하는 집단 성명을 발표하는 일도 일어났다.

김재경 의원은 현재 바른정당 최고위원으로서 홍 후보 측과 겨루고 있지만, 박대출 의원은 홍 후보를 돕는 최전선에 서 있는 셈이다.

반면, 홍 후보의 오랜 측근이자 홍 후보로부터 경남도 정무(서부)부지사로 임명된 바 있는 최구식 전 의원은 지금 바른정당에서 유승민 후보를 돕고 있다.

한때 홍 후보와 경남도지사 직을 걸고 싸웠던 박완수 의원도 홍 후보 지원에 적극적이다. 홍 후보가 경남도지사로 재직할 때 경남도는 북면 오·폐수 무단 방류 사건을 문제 삼으며 전 창원시장이었던 '박완수 책임론'을 거론하기까지 했지만, 대선 정국에서는 동지의 길을 걷고 있다.

한때 도내 새누리당 의원과 홍 후보 관계가 삐걱거릴 때, 그나마 홍 후보 심중을 헤아려 주던 신성범 전 의원과 조해진 전 의원이 바른정당 당직을 맡은 점 역시 이채롭다.

이 같은 현상은 홍 후보가 친박 세력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김두관(김포 갑) 의원은 5년 전 문 후보와 당내 경선을 치른 경험이 있다. 김 의원은 당내 비문(노) 계파로 분류됐으며 상당한 지분 역시 확보해 왔다.

그러다 최근 당내 경선이 한창일 때 '문재인 캠프'로 입성하면서 지역 분권 담론을 풍성하게 하는 데 일조했다. 5년 전 두 인물이 경선 후보 자격으로 날 선 설전을 벌였던 장면과는 대비된다.

민주당 경남선대위 상임공동위원장을 맡은 민홍철 의원은 문재인 후보의 장외투쟁을 비판하는 데 동참한 전력이 있다. 2014년 문 후보가 세월호 문제 해결을 위해 단식에 돌입했을 때, 당내 일부 의원이 비판 성명을 발표했던 적이 있다. 이때 민 의원도 이름을 올렸다.

당시 문재인 후보 비판에 동참했던 대부분 인사는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하지만 이후 민 의원은 문 후보와 관계 개선을 이루었고, 김해 갑 국회의원으로서 문 후보 선거전 전면에 나서고 있다.

정치(역사)는 조금씩 그 모습을 달리하며 반복되는 것일까? 2011년 한나라당 당 대표 선거 당시 친이계 지원을 받은 홍준표 후보가 친박의 세를 업은 유승민 후보를 꺾은 바 있다. 현재는 홍 후보가 자유한국당에서 친박과 함께 길을 걷고 있고, 유 후보는 친이 세력 중심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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