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집행방해혐의로 재판…1심 무죄에도 검찰 항소, 2심도 무죄

박순연(74) 할머니는 27일 아침 창원지법 215호 법정 방청석 맨 앞자리에 앉았다. 1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검찰이 항소를 해서 또 판결하는 날이었다.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에 사는 할머니는 밀양송전탑 행정대집행이 있던 지난 2014년 6월 11일 일 때문에 3년째 법원을 오가고 있다. 그날 새벽 경찰을 앞세운 밀양시청 공무원들은 초고압송전탑 반대를 하는 주민들 농성장을 철거했다. 경찰들은 주민들을 강제로 끌어냈고, 곳곳에서 충돌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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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6년 6월 11일 6·11 행정대집행 2주년 기념 행사에 참가한 연대자들과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이 상동면 도곡저수지에 모였다. 이날 오후 7시부터 기억 문화제가 시작됐다. /경남도민일보DB
지옥 같은 하루가 시작된 그날 새벽, 오른쪽 발목에 붕대를 감고 작대기를 짚고 장동마을 농성장에 섰던 할머니는 경찰들과 맞닥뜨렸다. 장동 농성장은 하악산 평밭마을과 농성장 3곳으로 올라가는 관문이었다. 그날 일 때문에 할머니는 경찰관들에게 인분이 든 페트병을 던지고, 경찰관을 폭행하는 등 공부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할머니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인분이 든 병을 던지거나 뿌렸다는 경찰관들 진술이 오락가락하거나, 서로 엇갈려 사실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또한 "경찰관 머리채를 잡아당긴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경찰관들 강제조치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검찰이 항소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검찰이 항소심에 새로운 증거를 제출한 것도 아니다. 1심 무죄판결 이후 다섯 달만인 지난 13일 열린 항소심 첫 재판에서 검사는 아무런 설명없이 "벌금 300만 원" 구형만 했을 뿐이다.

할머니는 항소심 최후진술에서 "밥을 해주러 갔다가 움막 뒤에 서 있는데 경찰들이 올라오는 걸 보고 겁이 나서 페트병을 옆에 던져버렸다. 그런데 뿌렸다고 덮어 씌웠다. 끌려 내려가면서 기절했고 깨어나 보니 병원이었다"고 억울해했다.

27일 법정에 앉은 할머니는 혹여나 판결이 뒤집힐까 조마조마했다. 오전 9시 40여 분쯤 재판장은 할머니를 불렀다.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1심 무죄를 그대로 유지한다." 판결문을 읽는데 1분도 걸리지 않았다.

할머니와 함께 온 이웃은 법정을 나서면서 "휴우~"하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한 주민은 "국민 세금 받아먹고 검사들이 저 짓하고 있으니"라며 혀를 찼다. 긴장했던 할머니 얼굴엔 잠시 웃음이 번졌다. 할머니는 "저거가 나를 욕 먹여 놓고, 당한 거 생각하면…, 이렇게 애를 먹을 줄 몰랐다"고 했다.

주민들은 항소심도 무죄를 받았는데 검사가 또 상고나 하지 않을지 걱정했다. 밀양765㎸송전탑반대대책위는 이날 선고 결과에 대해 "지금까지 행정대집행 관련 형사 재판에서 주민 2명이 모두 무죄를 받았다"며 "국가는 지난 11년 동안 저질러온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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