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병대 고문방법 및 도구'그림, 작가명 등 없어
박물관 "확인 후 명기"

창원시립진해박물관에 전시된 괴암(魁巖) 김주석(1927~1993) 선생 그림에 출처 표기가 없어 김주석 선생 유족 측이 문제 제기에 나섰다.

전점석(김주석기념사업회 창립 회원·문화공간 흑백운영협의회 전 대표) 씨가 지난 23일 페이스북 '창원의 근대문화유산 보존운동'이라는 페이지에 "김주석 선생이 직접 그린 고문도구 스케치가 아무런 말도 없이 박물관 내 전시물로 걸렸다"는 글을 게시했다.

전 씨는 "며칠 전 진해 탑산공원 탑 2층에 갔다. 박물관을 잘 꾸며놨더라. 가만히 보니 김주석 선생이 직접 그린 스케치가 있었다. 그의 비망록에서 보았던 그림과 같았다. 그런데 전시물 어디에도 출처와 그린 이를 명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이 그림을 어디에 어떻게 전시하는지 선생 가족에게도 전혀 말하지 않았다. 유족이 당혹스러워한다. 전문기관일수록 세밀한 부분을 챙겨야 한다. 출처 밝히기는 기본이다. 최소한 누가 그렸는지는 기록해야 한다"고 밝혔다.

창원시립진해박물관의 '진해헌병대의 고문방법 및 도구'. 김주석기념사업회 측은 괴암 김주석 선생이 남긴 비망록 속 그림과 같다며 박물관에 출처 명기를 요구했다. /페이스북 '창원의 근대문화유산 보존운동' 페이지

현재 박물관 2층 한편에는 '진해헌병대의 고문방법 및 도구'라는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연필 등으로 그린 스케치를 인쇄한 것으로 출처나 작가명은 표시되어 있지 않다.

이에 대해 박물관은 진해구청에 기증된 역사 사료 가운데서 이미지를 인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창원시는 지난해 3월 진해탑 내부에 자리 잡았던 진해박물관을 창원시립진해박물관으로 재단장했다. 이때 '진해헌병대의 고문방법 및 도구'가 새롭게 내걸렸다.

박물관 측은 "진해구청이 기증받아 소장한 여러 책을 이용해 만든 그림이다. 제작 과정에서 출처 명기가 빠진 것 같다"며 "곧바로 김주석 선생의 그림 진위를 확인해 출처를 명확히 밝히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주석 선생은 진해에서 태어나 지역에서 미술교사로 40여 년간 일하며 미술작품을 많이 남겼다.

또 고교시절 항일결사대 '학우동인회'를 조직해 활동하다 헌병대에 붙잡혀 모진 고문을 당했고 고문 후유증으로 평생 고통에 시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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