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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석]'표현의 자유'스스로에 허하라

이원정 기자 june20@idomin.com 2017년 04월 27일 목요일

티치아노(Titian)의 '우르비노의 비너스(Venus of Urbino)'는 비너스라는 여신에 영감을 받아 그린 그림이지만, 마네가 영감을 받아 그렸다는 '올랭피아'는 그 시대 파리의 매춘부를 모델로 그렸다.

그림 속 여성은 발가벗은 채로 부끄러움도 없고 아주 태연하게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얼굴이나 몸매도 평범했고, 목에는 리본을 달고 머리에는 당시에 매춘부들이 즐겨 사용했다는 장신구 난초를 꽂고 있다.

여성의 슬리퍼는 한쪽 발에만 걸려 있고 뒤에 서있는 흑인 여성은 꽃다발을 들고 있다. 그리고 옆에는 검은 고양이가 꼬리를 들었다.

그림을 읽는 사람들은 슬리퍼 한쪽에서 순결을 잃은 여성을 읽었고, 검은 고양이의 꼬리에서 성적 음란함을 상징한다고 전했다. 흑인 여성이 들고 있는 꽃다발에 고위층 신사의 메시지가 있었든지 없었든지 부도덕의 평이 따랐다.

'올랭피아'는 당시 매춘부의 흔한 이름이었다. 1865년 살롱전에 '올랭피아'가 출품되었고, 파리 상류사회는 분노했다. 부도덕하고 저급했던 파리의 밤을 보여주고 싶어 했던 마네의 의도는 일견 성공했지만 이제 그가 내놓는 작품마다 비판이 쏟아졌다.

그리고 지난 1월 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곧, BYE'전에 전시된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했다는 '더러운 잠'은 표현의 자유와 여성폄하 논쟁에 휩싸이면서 전시 중에 그림이 파손되었다. '올랭피아'가 세상에 나왔을 당시처럼 사회적 충격과 비난이 따랐다. 일부는 이 그림이 비판의식이 사라진 조롱에 가까운 그림이라고 지적했고,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들먹이면서 페미니즘의 언어를 전유하는 방식으로 비난했다.

또 다른 이들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정권에 비판적인 예술인을 배제하려고 했던 정부를 언급, 풍자적인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2012년 캐나다에서도 하퍼 총리를 풍자하기 위해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그림이 있었다. 하퍼 총리는 이 그림을 관람한 후, 그림 속 여성 관료가 커피를 들고 있는 것에 대해 자신은 커피를 마시지 않기 때문에 사실에 어긋난다고 지적하며 전체적으로 재밌게 즐겼다고 감상평을 남겼다.

2016년 미국의 대선 기간 도널드 트럼프의 나체 풍자 동상이 제작되자 어느 공화당 지지자가 월가 금융인이 뚱뚱하게 그려진 나체의 힐러리 클린턴을 껴안으려 하는 모습을 그린 동상을 제작해 거리에 전시했다.

완전하지 않은 형태로 존재하는 표현의 자유는 더 이상 자유가 아니다. 이미 자기검열을 거치는 동안 표현은 위축되고 금지선에 걸린 상상과 창의는 주머니에 숨어버렸기 때문이다.

깔아놓은 멍석에서 사안에 따라서는 자기검열에 갇혀서 사실은 자유롭지 못했다는 비겁한 고백을 하면서 그동안 지면을 주신 경남도민일보에 감사드린다. <끝> /황무현(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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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정 기자

    • 이원정 기자
  • 문화체육부를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