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위기 국민에 설명할 수 있는 후보
극복 비전 마련하고 통합리더십 보여야

삭풍이 몰아치고 모든 생물을 움츠리게 했던 겨울의 흔적도 꽃피는 춘삼월이 오기 무섭게 자취를 감추고 온 산하가 푸른 빛 일색으로 변모했다. 바야흐로 대선이 코앞에 닥친 시절이 시절인 만큼 국민은 정치판에도 가을의 풍성함을 기대할 수 있는 푸름이 가득 차길 기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치판은 그들만의 열기로 가득 차 있을 뿐 아직 국민으로 하여금 희망을 품게 하는 감동은 없는 듯하다.

유감스럽게도 대선을 앞둔 대한민국의 현실은 또다시 국민이 모든 상황을 떠안아야 하는 쪽으로 기울어가고 있다. 대선주자들은 서로 헐뜯는 데만 열중해 국가와 국민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북한 변수로 시작된 한반도 위기 상황을 놓고 이웃 열강들은 그 기회를 활용해 지역의 패권을 쥐려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북한은 연일 협박을 하고 있고, 미국은 동북아시아 안정을 빌미로 무력을 집중하고 있다. 중국은 한반도 종주국을 자처하며 되지 않는 작태를 연발하고 있는가 하면 일본은 또다시 제국주의로 돌아가려 하고 있다. 주변 국가들의 움직임에는 대한민국과 국민의 안위는 없는 것이다. 대통령이 없는 상황을 빗대 구들장을 지고 있는 산송장일망정 가장이 있었어야 한다는 말은 국민의 자존심과 위기감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게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텔레비전 토론회에 나온 대선 주자들은 서로의 과거를 헐뜯고 국민에게 다 줄 것처럼 대국민 사기들을 치고 있으면서도 진작 국가의 위기상황을 타개할 확실한 비전은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이 얼마나 실망하고 있는지는 후보들에 대한 지지도에서도 잘 나타난다. 소위 선두주자는 자기 당의 예비후보 시절 지지도를 넘어서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등주자는 갈수록 지지율을 까먹고 있다. 한심하기는 반등의 꿈을 꾸는 한참 뒤처진 후보들도 마찬가지이다.

대선 중반 고개를 넘어선 시점에서 확실한 선택을 못하는 현실은 국민이나 후보자들 모두에게 불행이다. 특히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국민의 마음을 한데 모을 수 없다는 것은 치명적인 결과를 낼 수도 있는 위험요소이다. 이런 위기 상황을 대처하려면 국민은 냉정하게 국가의 명운을 걸 수 있는 후보를 판별해 내어야 하고 그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해야 한다. 후보들도 도토리 키 재기 하듯 하는 염낭으로 당선만 되면 된다는 접근을 해서는 안 된다.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한 포부를 밝히고 그것으로 심판을 받아야 한다. 말바꾸기와 200조 원이 넘는 예산이 드는 국민 환심용 공약들을 남발할 것이 아니라 엄중한 위기 상황을 국민에게 설명하고 국가가 나아갈 청사진을 제시하고 국민에게 요구할 것을 명확히 할 수 있는 후보가 제대로 된 후보일 것이다.

국가의 시작과 끝은 국민이다. 나라를 제대로 세울 책임과 지킬 책임은 모두 국민에게 있지 정치인에게 있지 않다. 중국 전국시대를 통일한 진나라의 힘은 엄격한 법치와 탁월한 국가관리 능력에 있었다. 비록 6국 통일 후 곧장 멸망했으나 오늘날 중화주의 근본 토대가 그때 마련되었다. 왕조는 망해도 중국은 남았다.

이순수.jpg

대한민국이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비결도 여기에서 찾을 필요가 있다. 산천의 봄은 이미 왔다. 이제 국민의 마음에 봄 불을 놓아주길 후보자들에게 진정으로 바란다.

이기기 위한 이합집산은 의미가 없다. 국가와 국민을 통합하는 리더십이 절실하다. 그리하여 국민은 싱그러운 정치의 봄을 맞이하고 싶어하며 풍요로운 결실로 이끌어줄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