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에서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후보들이 복지와 더불어 여성 공약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 피해 범죄가 갈수록 흉악해지는 현실과, 여성들의 욕구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성 불평등 사회가 낳은 현상일 것이다. 주요 대선후보 모두 여성 일자리와 육아휴직 확대를 공약했다.

후보들 중 가장 진일보한 여성 공약을 제시한 이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다. 심 후보는 사회서비스 종사자의 준공무원 수준 대우, 감정노동에 대한 법적 대처, 1인 가구 지원 등 여성에게 집중된 취약 계층·업종에까지 지원 확대를 약속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경우 젠더폭력방지법 수립, 성비 균형 내각 구성, 성별 임금 격차 5개년 대책 수립을 공약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여성가족부의 성평등인권부 개편과 내각 여성 비율 30%를 제시했으며,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경력 단절 여성의 재취업 확대를 약속했다.

그러나 주요 대선 후보들 중 몇몇은 자신의 공약과 어긋나는 여성 인식을 내보이고 있어 우려스럽다. 안 후보는 부인 김미경 씨의 대학 특채 의혹에 대해 "전문직 여성에 대한 모독"이라고 공격한 바 있다. 배우자의 석연찮은 행적에 대한 문제 제기를 엉뚱하게 맞받아치는 것이 오히려 전문직 여성을 비하하는 시각일 것이다. 그러나 안 후보의 발언도 홍 후보의 "설거지는 남자가 하는 일이 아니다"나 '돼지발정제' 논란에 비하면 약과다. 경력 단절 여성의 재취업을 걱정해주는 공약을 내놓은 홍 후보가 가사는 여성 몫이라고 생각한다는 건 앞뒤가 어긋난다. 특히 홍 후보가 사과하긴 했지만 자서전에서 대학 시절 친구들과 성폭력을 모의한 사건을 회고한 것은 뒤늦게 충격을 안겼다. 홍 후보는 자서전에서 잘못한 일이라고 했으면서도 자신이 한 일이 성폭력이라는 인식은 없는 듯하다.

법률전문가 출신으로서 자신이 한 일이 성폭력 모의였다는 인식도 없거나 설거지를 하늘이 내린 여성의 본업으로 치부하는 홍 지사는 여성차별을 해소할 만한 정치인의 자질에 턱없이 못 미친다. 홍 후보는 우리 사회의 성차별이 얼마나 심각한지, 성평등한 대한민국이 얼마나 절실한 시대적 과제인지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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