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문제 날 선 공방에 휘말려선 안돼
다양성 공유하는 주도적 삶 훈련해야

민주시민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오늘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다시 묻게 되는 질문이다. 민주주의의 사전적 정의는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을 위하여 정치를 하는 제도라고 되어 있다. 민주주의라는 말은 그리스어 'demokratia(데모크라티아)'에 근원을 두고 있다. 'demo(국민)'와 'kratos(지배)'의 두 낱말이 합친 것으로서 '국민의 지배'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오늘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인가? 지금의 사회는 권력을 가진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구도다. 이런 사회 구도는 개인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그 삶을 거부하는 일에 침묵·동조하도록 만든다. 나는 이것을 '암묵적 동조'라고 표현하려 한다. 암묵적 동조에 의해 공모된 차별과 불평등은 우리를 민주사회로 진보하지 못하게 한다.

이번 촛불집회를 통하여 청소년들과 청년들은 사회교과서에서 배운 민주주의와 오늘의 현실이 너무도 차이가 크다는 것을 온몸으로 배웠다. 이 기회를 통하여 젊은이들이 좀 더 정치에 눈을 뜨게 되며, 또한 이 배움이 삶의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자신이 가진 투표권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진 권리인지를 알고 그 권리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오늘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더 나아가서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다시 공부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시대는 더욱 빠르게 변화될 것이다. 지금까지 정치인들이 내어놓았던 공약은 지켜지지 않을 약속들로 넘쳐났다. 이젠 달라야 한다. 좀 더 실제적이고 대안적인 삶의 방향을 제시해줄 지도자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 한 사람을 국민이 가진 주권으로 선택해야 할 책임성이 우리에게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우리가 살아내어야 할 대한민국이 적어도 다양한 생각과 삶을 공유할 수 있는 민주주의 국가가 되도록 우리는 민주시민이 되는 공부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민주시민으로서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갈 뿐 아니라 서로의 삶과 생각을 존중하는 성숙함을 훈련해야 한다.

올해로 스물네 살이 된 큰딸은 자연에서 흙을 만지는 일을 좋아하고 일상 가운데 흘러가는 생각들을 담아 글을 쓰는 농부다. 내 딸은, 농부로 살아간다는 것이 자랑스러움이 되는 나라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젊은이들이 농촌에서 농사를 짓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마음껏 꿈꾸기를 소망하며 그 길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내 딸의 바람이 이루어지기란 어려워 보인다. 젊은이가 시골에서 농사를 짓겠다는 생각 자체가 시대에 뒤처진 생각으로 치부된다. 농촌은 실력이 없거나 도시에서 뭘 해도 안 되는 사람들이 가는 곳처럼 암묵적으로 이해되고 있다. 얼마 전 한 분과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이 대안적인 삶을 살고자 고향인 시골로 내려왔을 때 부모님이 남부끄러워 마을을 다니시지 못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도시에서 일이 잘 안 풀려 시골로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시선들 때문이다. 청년농부인 딸은 어른들을 만나면 자신이 왜 시골에 왔는지부터 설명해야 한다. 딸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왜 도시를 떠나 시골에 왔는지를 가장 많이 묻는다. 다양한 생각들에 대한 인정과 용납이 되지 않는 사회는 불통의 사회이다. 민주주의는 소통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누구나 말할 수 있고 표현할 수 있고 다양한 삶의 선택을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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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마다 좌냐 우냐 하는 문제로 날 선 공방이 치열하다. 우리는 더 이상 민족을 분리하는 이러한 논쟁에 휘말리면 안 된다. 누가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며 약자를 보호하고, 상식이 통하는 정치를 할 수 있을지를 세밀히 검증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번 선거를 통하여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국가로서 더욱 견고히 서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오늘의 이 역사가 제대로 해석되기 위해 역사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민주시민이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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