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시 위반·업무 미수행 등 이유
용역업체 "찍어내는 느낌"거부
"정부 간접고용 확대 안 돼" 비판

행정자치부 산하 정부경남지방합동청사(이하 경남청사)에서 청사관리소와 용역업체 직원 간 마찰이 터져 나왔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할 정부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터진 꼴이다.

경남청사는 지난 19일 용역업체에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무단결근으로 업무 지시 위반', '지진 관련 업무 미수행', '휴가자 근무지 배정 부적정' 등을 이유로 용역업체 시설점장 ㄱ 씨 교체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용역업체는 ㄱ 씨를 교체하지 않았다. 업체 대표는 "지난 18일 자로 교체해달라는 공문이 왔으나 사안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남청사는 24일 다시 공문을 보내 ㄱ 씨가 경남청사에 출입하는 것을 정지하고 26일까지 교체하라고 했다.

◇'갑질' 논란…"정당한 요구" = 청사관리소의 '갑질' 논란도 일고 있는 상태다.

ㄱ 씨는 "공문에서 말하는 무단결근은 연차휴가, 휴가자는 예비군훈련을 간 직원이다"고 말했다. 이어 "통신업무 등 소장이 시키는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찍어내는 느낌"이라고 강조했다. 용역업체 측에서도 관리소장이 시설관리 업무 외 통신 업무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경남청사와 용역업체는 '도급계약' 형태로 사용사업주에게 용역업체 노동자에 대한 지휘·명령권이 없다. 용역업체 노동자는 사용사업주에게 연차휴가 등에 대해서도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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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경남지방합동청사./연합뉴스

이에 대해 경남청사는 "연차휴가를 썼다고 그런 것이 아니라 대체 근무자를 조정하지 않았다"며 "지진가속도계측기 유지보수는 통신 영역 과업이 맞지만 지진과 관련한 모니터링은 시설관리 업체 업무가 맞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경남청사가 용역업체로 보낸 업무 조정계획 공문에는 '경주 지진 이후 시설 용역에서는 모니터링과 시설물 점검을 담당하고 있음'과 '청사관리소 구두 지시'도 표기돼 있다.

하지만 2015년 10월 경남청사 시설 용역 과업내용서 어디에도 '지진'과 관련된 문구는 없다. 통신용역 과업내용서에는 '지진가속도계측기 시스템 일체'라고 명시돼 있다.

◇"직고용했다면 이런 문제 생겼나" = 근본적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방치해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때마다 불거지는 용역업체 노동자 부당 지시, 업무 배정 등 문제는 결국 직접 고용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파견 노동자도 마찬가지다.

지난 1월에도 경남청사에서 경비·안내 용역업체가 직원 식비 1400만 원가량을 유용하고 정상 지급을 요구한 직원 전원을 계약해지한 사례가 있었다. 당시 청사관리소는 "세부적인 내용은 업체로 문의해야 한다"며 선을 그은 바 있다.

현재 경남청사에는 청소, 경비, 승강기, 시설, 통신 등 5개 분야에 비정규직이 일하고 있다. 앞으로 이 같은 사태가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다.

김성대 민주노총 경남본부 정책기획국장은 "수탁업체가 주체인데 원청업체가 노동자를 지휘·감독하는 것은 사실상 불법파견"이라며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지침과 반대로 정부가 앞장서서 위탁, 도급, 파견 등 방식으로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늘리는 형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지방합동청사 직고용에 대해 행자부 대변인실은 "직고용은 조직 전체의 문제로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청사관리본부는 25일 경남청사를 상대로 실태점검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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