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정치판 '기초자치단체 선거 이미 시작' 분위기 뚜렷
주요인사 탈당·입당·영입으로 입지강화·발판 마련 꾀해

유승민 후보가 완주 의지를 고수하고 있음에도 바른정당 현역 의원들이 '반문연대 단일화'를 압박하고 나선 이유는 내년 지방선거와 2년 후 총선에서 자신들의 '정치 생명'이 마감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유 후보가 보수 적통 기치를 내걸고 정책과 공약으로 무장한 채 고군분투하지만 '적폐 세력'이라고 규정한 자유한국당을 압도하기는커녕 정의당과 엎치락뒤치락하는 형세가 지속하면서 대선 승리보다는 정치생명 연장을 꾀하는 당내 인사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방증하듯 바른정당 경남선거대책위 부위원장인 신성범 전 의원은 "미래를 불안해하는 몇몇 현역의원들의 조바심이 새 보수 불씨마저 꺼뜨리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논평하기까지 했다.

바른정당의 '반문연대 단일화' 주장에서 엿볼 수 있듯, 보수정당 일각에서는 '포스트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을 걱정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당장 '대통령 당선' 목표보다는 '2017년 지방선거에서 살아남기'에 주력하는 모습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는 셈이다.

비단 바른정당뿐만 아니다. 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틈만 나면 언급하는 "기울어진 운동장" 형세가 지속하면서, 영남을 주요 지지기반으로 여겨 왔던 보수 정당 내에서는 대선이 문제가 아니라 내년 지방선거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는 한숨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한국갤럽이 발표한 4월 3주차(18~20일)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경남·부산·울산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40%)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30%) 후보가 70%에 달하는 지지율을 얻는 반면, 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각각 7%와 4%에 그쳤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www.nesdc.go.kr 참조)

높은 지지율을 받는 민주당 역시 대선 승리를 자신하면서 내년 지방선거 구도 짜기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정영훈 도당위원장과 현역 의원인 민홍철·서형수·김경수 의원을 비롯해 공민배 전 창원시장과 허정도 전 경남도민일보 대표이사 등을 상임공동선대위원장에 포함시켰다.

지역 노동계를 대표해온 이흥석 전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이 가담한 것도 눈에 띈다. 여기에 더해 공직을 마치고 지역에서 택시 운전을 하며 민심을 훑어온 전수식 전 마산부시장을 영입해 공동총괄선거본부장이라는 중책을 맡겼다. 이 외에도 다수의 새누리당·무소속 정치인들이 대거 민주당으로 향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형국이다. 현재로서는 정영훈, 허정도, 공민배, 전수식, 허성무(창원 성산 위원장) 등이 범경남도지사·창원시장 후보군을 이루며 선거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당에서는 도지사 후보군에 포함되는 이주영 의원과 김태호 전 의원이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경남 대선판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한국당 경남선대위 서민공감위원장을 맡은 강기윤 전 의원은 연일 창원지역에서 홍 후보 지지유세를 독려하고 있다. 강 전 의원은 창원시장 후보군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김성찬 경남도당위원장 역시 지방선거와 총선 등을 염두에 둔 입지 강화 행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외에도 전·현직 도의원들이 대거 캠프에 동참해 각 지역 기초자치단체 선거를 노리는 모습이다.

국민의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강학도 경남도당 위원장, 김하용 창원시의회 의장, 박종식 전 수협중앙회장, 김무철 전 마산부시장 등이다. 특히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안상수 시장 총무본부장을 맡은 김무철 전 마산 부시장이 국민의당 중책을 맡은 게 눈에 띌 수밖에 없다.

바른정당 경남선거대책위원장인 김재경·이군현·여상규 의원은 범도지사 후보라 할 만하고, 오랜 기간 홍 후보 측근이었던 최구식 전 의원이 바른정당 선거대책위 부위원장을 맡음으로써 지방선거 출마 가능성을 점치게 하고 있다.

정의당 경남선대위 위원장을 맡은 여영국 도의원은 당내 대표적인 경남도지사·창원시장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다.

각 정당 선대위 중책에 앉은 면면을 살펴보면, 지방선거 경쟁구도가 확연히 드러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문재인·안철수 효과를 백분 활용할 게 분명하고,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경남에서 다져온 저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게 당면 목표다.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반문연대 단일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의당은 심상정 후보의 완주를 통해 탄탄한 고정 지지 기반을 다진다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진보 바람을 충분히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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