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 공유사무실 확산 바람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출·퇴근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서 근무도
김해 파프리카 농사 짓는 원진용 씨
스마트·정보통신기술로 농장 관리

정보통신기술(ICT)이 만들어가는 4차산업혁명 시대, 노동 환경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일본에서는 여러 기업이 사무실을 공유하거나, 직원이 근무 시간을 선택해서 일하는 방식이 도입되고 있다고 합니다. 가까운 김해에서는 스마트폰으로 농사를 짓는 농민도 있다는군요. 관련 기사 살펴보시죠. /편집자 주

◇日기업, 공유사무실·WAA 등 근무방식 변화 확산

일본 기업의 근무방식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주택 공유, 차량 공유와 같은 개념의 사무실 공유가 확산하는가 하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에서 근무하는 WAA(Work from Anywhere and Anytime)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공유 사무실은 각기 다른 기업에 근무하는 사원들이 같이 쓰는 사무실이다. 수도권이나 대도시 주변 주요 역 근처 등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원은 자신의 집에서 가까운 곳이나 출퇴근이 편한 곳을 골라 해당 사무실로 출근해 일한다.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이 제도가 정착되면 특정 지역 사무실로 출근하다 사정이 있을 때는 다른 사무실로 출근하는 '출근 사무실 선택'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재개발이 한창인 도쿄(東京) 시부야(澁谷)에는 이달 16층짜리 복합빌딩시 '시부야캐스트'가 오픈했다. 정보기술(IT)과 디자인, 봉제업체 등이 입주했지만, 이용이 편리한 1층과 2층은 공유 사무실(셰어 오피스)이다. 도쿄역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이달에 문을 연 '거점형 셰어 오피스'는 유명 부동산회사가 운영하는 공유 사무실이다. 이 회사는 도쿄 도심과 요코하마(橫浜), 지바(千葉)현 후나바시(船橋) 시 등 모두 10개의 역 근처에 이런 건물을 운영하고 있다. 사무실 없이 사업하는 개인사업주가 아니라 기업 근무자들을 겨냥한 것이다. 계약하는 기업의 사원은 10곳에 있는 이 부동산회사의 사무실 중에서 자신에게 편리한 곳을 골라 이용할 수 있다. NHK는 식품업체와 문구·사무용품 제조사, 화장품 업체, IT기업 등 수십 개 기업이 이 공유 사무실을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건물 내에는 PC 등을 이용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공간과 화상회의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는 방, 개인용 작업 부스 등이 마련돼 있다. 보안이 필요한 업무를 할 수 있는 프로젝트룸도 갖췄다. 일부 회의실을 중·장기 계약하는 것도 가능하다.

셰어 오피스를 운영하는 부동산회사는 앞으로 기업의 수요가 더 늘 것으로 보고 올해 안에 삿포로(札晃), 센다이(仙台), 나고야(名古屋), 오사카(大阪), 후쿠오카(福岡) 등 전국 주요 대도시에 이런 건물을 3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WAA제도를 도입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세계적인 소비재 제조업체 유니레버의 일본 현지법인인 유니레버재팬은 지난해 7월 이 제도를 도입했다. 사원들이 평일 오전 6시~오후 9시 사이에 형편에 따라 근무하거나 쉬는 시간을 스스로 정할 수 있다. 휴일이나 휴가에도 제한이 없다. 하루에 1시간 근무할 수도 있고 카페나 도서관에서 일해도 된다. 특정 시간에 특정 장소에서 "근무하겠다"고 상사에게 통보만 하면 된다. 이유는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공장근무자와 영업직을 제외한 사원 약 400명이 적용 대상이다.

꾀를 부리는 사람이 나오지 않을까", "사무실에 사람이 없어지는 거 아닌가", "동료들과 연락이 이뤄질까" 등 여러 가지 우려가 제기됐지만, 제도 도입 후 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30%가 업무 생산성이 높아졌다는 대답이 나왔다고 한다. 잔업 시간도 줄었다. 이 제도를 도입한 한 기업의 인사 담당자는 아사히(朝日)신문에 "WAA제도가 안 되는 이유를 열거할 게 아니라 먼저 해보라. 걱정하면서 관리할 게 아니라 사원들을 믿고 맡기는 게 중요하다. 2만% 성선설(性善說)에 입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으로 파프리카 농사짓는다

김해시 대동면 비발디농원에서 파프리카 농사를 짓는 원진용(58) 씨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농민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 햇볕에 탄 흔적이 잘 보이지 않는 외모에다 깔끔한 복장 등으로 보면 평범한 도시 직장인 분위기다. 원 씨는 농장에서 30∼40분가량 떨어진 시내 아파트에 산다. 그는 시내 집에서 자가용을 타고 농장으로 매일 출·퇴근한다.

농부 원 씨 삶을 스마트·정보통신기술(ICT)이 바꿨다. 2004년부터 파프리카 농사를 짓는 원 씨 농장은 1만 3000㎡ 규모다. 그런데 농장 두 곳이 9000㎡, 4000㎡ 규모로 제법 멀리 따로 떨어져 있다. 원 씨는 일부 원격 제어를 하는 방식을 도입했지만, 여전히 두 곳을 오가 불편할 뿐만 아니라 시간·비용이 많이 들었다.

김해에서 파프리카 농사를 짓는 원진용 씨는 스마트폰으로 농장을 관리한다.

그는 농장 두 곳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방법을 고민하다 2015년 대부분 원격 제어가 가능한 스마트 팜으로 바꿨다. 시설하우스 보일러, 양액 공급, 채광 상태, 작물 상황까지 손바닥 안에 있는 스마트폰으로 확인하고 최적의 생육환경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됐다.

흙을 밟을 필요 없이 양액재배를 하다 보니 농장 환경은 항상 깨끗하고 쾌적하다. 병해충도 감소해 수확량은 늘었다. 스마트 팜 이전엔 평당(3.3㎡) 53㎏였던 생산량은 현재 60㎏에 육박한다. 흙이 없는 농장에서는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컨베어식 작업기로 손쉽게 이동하는 등 수확도 한결 수월해졌다.

스마트폰으로 농장 관리가 가능해진 후 원 씨에겐 여가가 늘어났다. 거리가 먼 유럽 등지로 외국여행도 다녀왔다.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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