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와 함께 사라진 아이들과의 카톡
매점 찾는 학생들만 봐도 눈물이 흘러

경기도 안산에서 학교 매점을 운영하던 아줌마가 도매상에 오래간만에 들렀다. 도매상에서 과자를 서로 사면서도 어디서 어떤 장사를 하는지 잘 모른다. 도매상 사장님이 그렇다고 해서 그런가 보다 생각한다. 사람이 달라졌다고. 많이 아픈 건지 혼이 나간 건지 한참을 얘기했다고 한다.

3년 전에 고등학교매점 운영권이 500만 원대에 나왔다고 한다. 1년 월세가 500만 원대면 거의 공짜나 다름없어서 입찰자가 34명이나 됐다고 한다. 32번째까지 당첨자가 나오지 않아서 얼마나 두근거렸는지 모른다고. 그렇게 시작한 매점에서 개학과 동시에 장사가 잘됐다고 한다.

학생들이 피자빵을 얼마나 좋아하던지. 매점 한쪽에 피자빵을 잔뜩 쌓아놓아도 금방 팔린다고. 학생들하고 친해져서 카톡을 같이하고. 자기들 간에 비밀스런 이야기도 매점아줌마하고는 비밀이 없이 지낸다.

이른 봄에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간다고 카톡을 주고받는다. 매점에 있는 과자 전부 털어서 가자고. 소풍 가방 한가득 먹고 싶은 과자를 꽉 채울 거라고. 쉬는 시간, 점심 시간 매점 한가득 학생들이 꽉 차서 이야기가 터져나간다. "빨리하자, 빨리. 뒤에서 기다린다." 그렇게 매점이 털리다시피 과자를, 피자빵을 사들고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갔었다.

그리고 학생들이 제주도로 타고 간 배가 침몰했다. 카톡으로 학생들의 울음이 전해져오고 많은 학생이 세월호와 함께 가라앉았다. 너무나 충격적인 학생들의 죽음에 말을 잃는다.

간간이 매점을 찾아오는 학생들. 얼굴을 마주 보면 서로 눈물만 나와서 장사를 할 수가 없다. 학생들이 상처라도 입을까 봐 웃어보려고 마음 추스르고 추슬러본다. 간신히 울음을 참아보면서 장사를 하다 보면 운구차에 실려오는 학생들. 그렇게 매일매일 버스에 실려오는 학생들을 보면 울음이 멈춰지질 않는다.

어느 단체에서 학생들을 위로한다고 피자를 많이 사온 적이 있었는데 학생들이 매점에 들른다. "피자빵 주세요." 맛있는 피자가 잔뜩인데 맛이 없어서 피자를 먹을 수가 없단다.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고 1000원짜리 피자빵을 달라고 아우성이다. 피자빵을 건네주면 학생들이 애원을 한다. "아줌마 계속 피자빵 팔아주세요. 우리 곁에서 떠나지 말고요. 언제나 함께 있어요."

매점에서 피자빵을 먹고 있으면 혼자 먹느냐고 사달라고 등 뒤에서 덮쳐올 것만 같은 친구들. 함께였던 친구들, 같이 웃고 장난치던 친구들, 나눠 먹었던 피자빵.

어쩌면 피자빵은 수학여행 이전의 평범했던 일상에 대한 그리움인지 모르겠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수학여행이 이전의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은 학생들의 마음이 피자빵을 찾는 걸지도 모른다.

매점 아줌마는 학생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우울증이 생겨서 잠을 잘 수가 없었고, 눈물이 멈추질 않아서 장사를 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학생들하고 주고받은 카톡만 봐도 눈물이 난다고. 매번 익살스럽게 댓글 달던 친구의 톡이 그날 이후로 한 번도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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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는 카톡을 하지 못하게 된 학생들. 다시는 피자빵을 사먹으러 오지 못하게 된 학생들을 생각하면 견딜 수가 없다고. 자기도 모르게 깊은 슬픔에서 처음 나와본다고. 그게 우울증인지도 몰랐다고, 당연한 슬픔이고, 당연한 눈물이라고만 생각해서. 숨을 쉴 수 없는 3년을 보내고 다시 시작해보려고 한다고 말한다.

도매상에서 커피 한 잔하고 한 차 가득 과자를 사가시는 매점아줌마. 학생들에게 피자빵을 팔지 못한 게 너무 미안하다고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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