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영화관 예매하고
사전 연락없이 찾지 않아
빈자리만 객석 곳곳에
초대권 소비자 쉽게 포기
주최자 무료표 남발도 문제

#강모(31·창원 의창구) 씨는 영화관을 찾을 때 D에서 E열 가운데 자리를 선호한다. 시선 방해가 적고, 그만큼 몰입하기 쉬워서다.

최근 개봉한 영화를 보려고 인터넷에서 예매를 하던 그는 원하는 자리가 모두 예약돼 어쩔 수 없이 사이드 좌석을 선택했다.

영화관을 찾은 강 씨는 의아했다. 분명히 자신이 원했던 좌석은 모두 예매가 끝난 상황이었는데, 중간중간 자리가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강 씨는 영화를 보고 나오는 순간까지 심기가 불편했다.

#최근 한 독주회 공연장을 찾은 정모(여·30·창원 성산구) 씨도 강 씨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지인에게 초대권을 받은 터라, 고마운 마음에 다른 일정을 제쳐놓고 공연장을 찾은 그였다. 지인은 정 씨에게 "초대권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며 생색을 냈다.

나름 실력 있는 연주자라는 설명에 정 씨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공연장 대부분 자리가 비어 있었고, 빈자리는 공연이 끝날 때까지 채워지지 않았다.

정 씨는 "기대했던 공연인데 관객이 별로 없으니까 흥이 나지 않았다"며 "연주가 끝나자 손뼉도 치는 둥 마는 둥하면서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유명 요리사들이 여러 매체에 등장하면서 인기를 끈 바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공론화한 단어가 '노쇼(no-show)', 즉 '예약부도'다.

예약부도는 예약을 해놓고 아무런 연락 없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예약 시간이 다가오자 급히 취소하거나 변경하는 경우와는 다르다.

예약부도 사례는 식당·병원·미용실 등 서비스 업계 전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공연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창원시립예술단 관계자는 "3·15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시립예술단 공연의 경우 예약부도 비율이 30% 가까이 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예약부도는 기본적인 약속을 깨버리는 행동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예약부도가 잦은 경우는 '초대권' 등 무료로 제공하는 표에서 발생한다.

공연이 매진된 상황에서 무료 표를 상당수 확보한 경우 예약부도가 발생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공연장 밖에는 표를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는 관객이 있고, 반대로 공연장 안은 객석 중간이 텅 비어 버리기 때문이다.

소규모 공연장은 애초에 많은 관객이 입장할 수 없는 구조인 데다, 빈자리가 더욱 눈에 띈다. 한두 자리 예약부도도 아쉬운 상황이다.

결국 예약부도를 낸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피해자인 셈이다.

예약부도가 일으키는 경제적 피해 규모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현대경제연구원이 공개한 '예약부도의 경제적 효과분석'을 보면, 통계청이 선정한 5대 서비스업(음식점, 병원, 미용실, 공연장, 고속버스) 예약부도 매출 손실은 연 4조 5000억 원가량이다. 관련 제조업계 손실도 3조 8000억 원가량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예약부도 현상을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파악하고 있었다.

업계 관계자 박모 씨는 "무료 표에서 발생하는 예약부도는 태도의 문제다. 쉽게 구한 표니까 쉽게 포기할 수 있다는 판단인데, 자신의 선택 때문에 공연을 보지 못하는 피해자가 발생한다는 점을 간과하는 것"이라며 "결국 배려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소비자 태도가 아쉽다는 관점이다.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이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유모 씨는 "좌석을 채우려고 무료 표를 남발하는 공연 주최 측도 문제가 있다"며 "콘텐츠 질적 수준이 높다면 예약부도가 발생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든 객석만 채우면 된다는 주최 측 태도는 고스란히 관객이 공연을 대하는 입장에 스며들고, 이러한 관행이 반복되면 전반적인 공연 질을 낮추게 된다"며 "예약부도를 내는 관객을 탓하기 전에 '왜 오지 않았을까?'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편, 음식점 업계는 예약부도를 줄이려고 캠페인을 벌이는 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 예약을 잘 지키는 고객에게 보상을 한다든지, 위약금을 미리 결제하도록 유도해 예약부도율을 줄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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