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30주년 기념 공연, 위안부 소재
반투명 스크린·시시각각 변하는 무대배경 관객 '눈길'
김호정·정유진 표현력·감정 극대화하는 연출 돋보여

초반부터 관객을 압도한 무대였다. 반투명 스크린을 사이에 두고 애니메이션 효과와 무용수 몸짓이 투영했다. 관객 시선은 오롯이 무대로 쏠렸다.

지난 21일 창원 성산아트홀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 창원시립무용단 창단 30주년 기념 공연 <동행>은 관객 시선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20일 자 18면 보도

무용단은 가능한 기술 방식을 모조리 시도했다. 시작부터 반투명 스크린을 사용해 애니메이션 효과와 무용수 몸짓이 겹치도록 의도해 시선을 끌었다.

과거(위안소)와 현재, 그리고 노스탤지어(잔디밭)를 나타내는 무대 배경은 시시각각 변화하면서 눈을 즐겁게 했다.

무용 대작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다룬 첫 시도였기에 공연 전부터 기대와 우려가 혼재했다.

창원시립무용단 창단 30주년 기념 공연 <동행> 한 장면. 두 무용가는 '노인과 소녀'라는 대비를 몸짓으로 명확하게 풀어냈다. /창원시립무용단

'한(恨)'의 감정과 현실의 문제를 어떻게 몸짓으로 풀어낼 것인지도 궁금증을 자아냈다. 시도 자체가 모험에 가까웠다. 공연 흐름이나 작품 분위기상 초반에는 무대 조명이 어두웠다. 연습에서 돋보였던 무용수 표정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안개 효과는 어두운 초반 분위기를 고조하는 데 한몫했지만, 무용수의 몸짓이나 표정을 강조하지는 못했다.

후반으로 가면서 와이어가 등장하고 조명이 밝아지면서 대비 효과를 얻었지만, 그만큼 앞서 어두웠던 조명이 아쉽게 느껴졌다.

섬세한 연출과 선 굵은 연출을 동시에 전하려는 의도는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 몸짓으로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 또한 어렵지 않게 전해졌다.

특히 감정을 극대화하는 장치가 공연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다.

고 김학순 위안부 피해 할머니 육성, 박옥선 할머니가 무반주로 '아리랑'을 부르는 영상은 깊은 감정을 끌어냈다.

주·조역을 맡은 모든 단원의 연기는 빛을 발했다. 말 그대로 무대에 몸을 던져야 하는 역동적 안무, 시시각각 변하는 속도감에도 능숙한 합을 선보였다.

정유진은 어려운 와이어 연기를 무사히 해내면서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창원시립무용단

주역이었던 김호정·정유진의 표현력도 돋보였다. 두 무용가는 '노인과 소녀' '현재와 과거'라는 대비를 몸짓으로 명확하게 풀어냈다.

김호정은 노련함과 카리스마가 돋보였고, 정유진은 어려운 와이어 연기를 무사히 해내면서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창원시립무용단 창단 30주년 기념 공연은 주제 선택에서 무대 연출까지 대작의 면모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영원히 기억해야 할 아픔의 역사를 몸짓으로 풀어내면서, 지역을 뛰어넘어 인류가 공유해야 할 가치를 상기시켰다.

앙코르 공연뿐만 아니라 순회공연까지 이어지길 바라는 관객 반응이 나오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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