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이상의 경남도·고성군 대행체제
관건은 화평과 분별력에 대한 이해심

경남의 자치단체장 직무 권한대행이 두 곳으로 늘었다. 류순현 도지사 권한대행은 전임 홍준표 지사의 깜깜이 사퇴서 파동으로 전국적 화젯거리가 됐고, 고성군수 궐위 사태는 그와는 반대로 대선정국에 묻혀 은근슬쩍 넘어간 케이스다. 그러나 두 곳 모두 주민에게 입힌 불이익은 상상외로 크다. 전임 홍 지사는 자신은 선거에 나설 권리를 향유키 위해 임기를 토막 내는 것을 주저치 않았으면서 정작 도민에게는 후임 지사를 뽑을 권리를 박탈해버리는 이중적 모습을 보여 지방자치사에 두고두고 유쾌하지 못한 선례를 남겼다. 선거법 위반으로 도중하차한 최평호 전 고성군수는 재선거를 통해 당선된 단체장이었던 만큼 지역이 감내해야 할 아픔은 훨씬 무겁다. 본 선거를 합해 두 번에 걸쳐 진행된 선거로 민심은 찢어지고 불신의 벽은 높아졌다.

더구나 이번의 대행체제는 여느 때와는 성격이 다르다. 대선을 잘 치러내야 하고 내년이 지방선거가 있는 해이기 때문에 중간선거 없이 1년 이상이나 되는 잔여기간을 롱런해야 한다. 그만큼 임명직 권한행사가 장기화하는 것이다. 직무를 대행한다고는 하지만 권한은 조금도 축소되지 않는다. 공직에 몸담은 전문 공무원으로서 일생에 한 번도 갖기 어려운 대망의 기회가 그들 두 사람에게 주어졌다.

류 대행의 역할이 모든 것을 다 덮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임한 지 1년이 넘었으니 웬만큼 도정은 파악하고 있을 터이고 이 지역 출신이니 향토애를 의심받지 않아도 된다. 행정경험도 풍부하고 실전지식 역시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니 능력을 저울질 받을 처지에 있지 않다. 관건은 현 시국 최고의 화두인 화평과 분별력에 대한 이해심이다. 홍 전 지사가 재임한 지난 4년여간 경남은 진영논리에 포위당해 관-민, 민-민 간에 갈등과 반목이 끊이질 않았다. 진주의료원을 폐쇄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패권주의가 그랬고 학교 무상급식을 둘러싼 일방적 행정만능주의가 그랬다. 류 대행은 선출직이 아니므로 정치적 이해관계에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을뿐더러 또 그래선 안 된다. 흩어진 민심을 다독이고 깊어진 계층 간 위화감을 봉합하는 것으로 소임을 다하면 그만이다. 그럴 충분한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른바 통합의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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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추상적이라 할지 모르나 그렇게 난해한 과제물은 아니다. 정치적 이분법으로 편 가르기를 하지만 않으면 된다. 류 대행은 정치인이 아니므로 고도의 행정력을 발휘해 주민화합을 도모하는 일을 최우선시하는 것으로 키를 잡으면 만사형통이다. 귀를 열어 주민의 소리를 경청하라고 말한다. 민생을 챙겨 도정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첫 의지가 소중한 이유다.

다만 마지막 3분간의 사퇴 미스터리의 조연 중 한 명으로서 정체성을 의심받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대선 기간을 통틀어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를 철저히 관리감독함으로써 그 의심이 부당한 것이었음을 증명시킬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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