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찰서에서 당직근무 중에 신고를 받고 현장을 다녀온 일이 있다. 신고 내용은 아파트단지 안에서 차를 빼달라고 했더니 이웃주민이 욕을 하면서 차를 빼주지 않으니 와서 좀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다행히 신속한 현장처리로 폭행이나 큰 시비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끼리 서로 얼굴을 붉히며 싸우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다.

서로 정이 들어 사촌 형제처럼 지내는 이웃을 우리는 '이웃사촌'이라고 한다. 실제로 떨어져 사는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사촌이 더 미덥고 의지가 될 때가 잦다.

또 다른 112신고 출동은 아파트 내 가정폭력 사건 때문에 이뤄졌다. 피해 여성은 112신고조차 할 수 없어 자칫 크게 다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평소에 잘 아는 이웃분이 싸움 소리를 듣고 112로 신고해준 덕분에 피해자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었다. 이처럼 112신고를 받고 출동을 하다 보면 알게 모르게 이웃의 도움을 받을 때가 잦고 사건을 해결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도시화에 따라 주거형태가 대부분 아파트로 바뀌면서 주민들은 고립적·폐쇄적 생활을 강요받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웃과 접촉이 뜸해지면서 공동체 의식이 약해지고, 개인주의와 익명성이 강조되면서 가족, 친족, 이웃과 같은 집단 내 1차적 관계가 상대적으로 약화하는 경향도 두드러지고 있다. 서로 이웃해서 살면서도 인간관계가 소홀해지다 보면 층간소음이나 주차 문제와 같은 갈등이 생기면 대화로 풀 수 있는 일도 폭행이 가세하는 시비 사건으로 번지거나 심하면 살인과 같은 강력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자연히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달라며 112로 신고하는 건수도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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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은 황소를 가지고도 다투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 요즘은 생소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이는 손해나 이익을 떠나 이웃끼리 서로 화목하게 지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같은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가벼운 인사말을 먼저 건네거나 관심을 두고 이웃과 교류하다 보면 층간소음이나 주차문제로 112신고에 의존하는 일은 훨씬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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