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안군수 비서실장을 축으로 한 뇌물수수 사건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어 그 끝이 어디일지 가늠이 안 된다. 다섯 명이 구속되는 선에서 마무리되는 것으로 점쳐졌지만 그게 아니다. 이번에는 상공계를 대표하는 상공회의소 회장이 구속되는 사태에 이르러 충격이 크다. 역시 비서실장에게 뇌물을 줘 이권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처음 사건이 터졌을 때 단순 뇌물사건이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경향이 없잖아 있었는데 갈수록 부패 고리의 영역이 넓어지면서 장례예식장을 둘러싼 거래관계가 밝혀지고 복합타운 조성에도 민간업자와 돈을 주고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이런 것을 일러 문어발식 부패백화점이라고 이름붙여 틀리지 않을 것이다. 구속된 관련자들을 더 추궁한다면 생각지도 못한 또 다른 토착비리가 걸려나올지 알 수 없다.

지금까지 드러난 주고받은 돈의 액수가 거의 5억 원에 가깝다. 하기야 이마저 빙산의 일각일지 모른다는 의구심이 든다. 군이 시행했거나 계획 중인 개발사업이라든지 기반시설사업 전반에 걸쳐 재점검해본다면 잠재된 비리가 추가되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없다. 경제정의의 상징이랄 수 있는 지역상의 회장까지 연루된 만큼 그 지경이 매우 깊고 넓게 확산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차정섭 군수가 자유로운 입장에 서 있지 않다는 것은 명백하다. 최측근인 비서실장이 그 모든 사람을 맞상대해 오로지 자기 호주머니를 채울 수 있었겠는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대두하기 때문이다. 실권을 활용해 청탁자의 요구를 들어주려면 담당부서에 영향력을 행사해야 하고 비서실장 혼자 힘으로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차 군수에게로 의심의 눈초리가 옮겨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비단 이번 사건뿐이겠는가. 지난 지방선거 이후 경남에서 저질러진 선출직들의 부패와 비리는 한참 도를 넘어 이제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럽다. 단체장은 단체장대로, 지방의원들은 그들 나름대로 손에 쥔바 권한을 남용함으로써 지방자치제도 자체에 대한 허무감을 양산했다. 함안군수가 사법처리되는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된다면 폐해는 누적될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진실을 가리는 작업은 명료해야 한다. 경찰이 제대로만 하면 그나마 조금은 바로 세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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