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블랙홀이다. 온갖 사회적 의제가 대선 앞에 실종됐다. 언제 안 그런 적이 있었겠느냐만 이번 대선은 여러모로 특히 중요하다. 그러니 블랙홀도 견딜 만은 하다.

하지만 죽음, 특히 자살을 암시하는 대선후보 발언 소식을 들으니 참 화가 솟는다.

홍준표 후보는 대법원에서 자신이 유죄를 받으면 자살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엊그제 대구에 가서는 "좌파후보 셋, 우파후보 하나가 남았는데 이 상황에서 선거에 못 이기면 정말로 우리는 낙동강에 빠져 죽어야 한다"고 목청을 돋웠다. 이건 뭐 거의 '집단 자살'을 선동하는 꼴이다.

무슨 자살병 환자도 아니고 나라 지도자를 꿈꾸는 사람이 이딴 정도 사고수준에 머물러있단 말인가 싶어 자괴감도 든다.

시민사회부 데스크를 맡고 꾸준히 지키는 내 나름 원칙은 자살 비슷한 냄새만 나도 지면에 그 기사는 싣지 않는다는 거다. 자살은 바이러스와 같아서 쉽게 전염된다. 특히 유명인이 자살하고 나면 모방자살이 크게 늘어난다. 구체적인 자살 방법을 보도하고 나면 그 방식으로 자살하는 사례가 늘어난다. 사실 자살 사연을 보면 안타까운 사연도 많긴 하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목숨을 내던져야 할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쉽게 동의하기 어렵기도 하다.

특히 '동반자살'로 표현되는 경우를 보면 대부분은 '동반'이 아니라 '살인 후 자살'이다. 자신이 말기 암이라고 치매 걸린 노모와, 빚에 허덕이던 싱글맘이 젖먹이와 '동반' 자살했을까?

어느 누구도 생명을 앗아갈 권리는 없다. 타인은 말할 나위 없고, 설령 그게 자신의 생명일지라도 그렇다.

제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자살은 말았으면 좋겠다. 죽음으로 산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전두환 같은 역적 수괴도 잘만 살지 않는가.

그런데도 '자살을 검토'하고 '낙동강에 빠져 죽자'고 선동하는 사람을 정치 지도자라고 하는 이 사회가 무섭다. /정성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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