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대선후보 초청 토론, 문재인·안철수 집중공격
양측 간 '적폐'신경전도

19일 밤 열린 KBS 주최 대선후보 초청토론회는 문재인(더불어민주당)·안철수(국민의당) 두 후보에 대한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1·2위 후보에게 쏠린 보수층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진보 후보로서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해 문·안을 때리는 형국이었다.

홍·유 후보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 관계와 사드 배치 등을 무기로 문·안 후보를 공격했다.

유 후보는 문 후보에게 "지난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찬반 결정을 놓고 북한에 물어본 게 사실 아니냐"고 따졌고, 홍 후보는 "김대중 정부 때 북한에 현물과 달러를 줬고, 노무현 정권도 총 44억 달러를 지원했다. 햇볕정책을 계승할 거냐"고 안 후보를 추궁했다.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두 번째 대선 TV토론에 앞서 정의당 심상정(왼쪽부터),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상정 후보 역시 "문 후보가 전략적 모호성이라고 할 때 굉장히 당혹스러웠다. 안 후보도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고 말 바꾸기 한 것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문 후보는 북한인권결의안 논란에 대해서는 "전혀 아니다. 국정원 정보망을 통해 북한 태도를 파악해봤을 뿐"이라고 답했고, 심 후보 문제제기는 "다 말해버리면 어떻게 외교적 카드가 되나. 고도의 외교·안보 사안에 전략적 신중함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안 후보는 "공과 과가 있다. 대화를 통한 해결에는 동의하나 지금은 대북 제재 국면이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햇볕정책에 대한 입장을 밝혔고 사드 배치에 관해서는 "이미 배치 중이고 북한의 도발이 계속 심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문·안 두 후보의 '정면충돌'도 있었다. 문 후보가 "사드 배치 강행부터 결정하고 무슨 수로 중국을 외교적으로 설득하나. 또 국민의당 당론은 사드 반대인데 안 후보 혼자만 찬성 아닌가"라고 지적한 것.

안 후보는 이에 "박근혜 정부 입장이 모호해 중국 정부에 잘못된 생각을 불어넣어 줬다고 본다"며 "당 문제는 대선후보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거다. 모든 당이 그렇게 움직이지 않나"고 맞섰다.

두 사람의 공방은 '적폐 청산'을 놓고도 이어졌다. 안 후보는 "저를 지지한 가수 전인권 씨가 문 후보 지지자들로부터 수모를 당하고 있다. 심지어 '적폐 가수'라는 말까지 들었는데 이게 옳은 일이냐"고 물었다.

문 후보는 "제가 한 말은 아니지 않나.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고 그런 식의 폭력적이고 모욕적인 문자폭탄을 보내는 건 옳지 않다"고 했으나 안 후보의 공세는 계속 이어졌다. "잘못된 일이라면서 지난 민주당 경선 때 문자폭탄, 막말 같은 것을 왜 '양념'이라고 했나"고 따진 것이다.

문 후보는 기분이 상한 듯 "경선 기간 후보들의 치열한 논쟁을 양념이라고 한 것이다. 자, 됐다"고 답하면서 안 후보 질문을 더 받지 않았다.

두 후보는 이후에도 "문 후보는 국민을 적폐세력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안) "제 이야기를 모독해서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을 모독한 것"(문) "이런 게 적반하장"(안)이라고 신경전을 지속했다.

경제·복지 분야에서는 심상정 후보의 날카로운 검증이 돋보였다. 심 후보는 "4월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각 후보가 10대 공약을 제출하게 돼 있었는데 문 후보 공약이 주말 사이 대폭 후퇴했다. 유아 아동수당은 2분의 1, 청년수당은 7분의 1, 육아 예산은 4분의 1, 노인 기초연금은 3분의 2 수준으로 대폭 삭감됐다"고 화살을 겨눴다.

문 후보는 "그게 처음 발표한 것인데 줄였다고 하면 안된다"고 반박하면서 "최종 발표한 게 최종 공약이다. 정책을 다듬어가는 게 뭐가 문제인가"라고 했다.

문 후보 측은 다음날(20일) 별도 해명을 통해 "공약이 후퇴한 게 아니라 실무자의 실수다. 세부 공약이 정확히 반영되지 않은 내용을 착오로 배포한 것"이라고 밝혔다.

심 후보는 안 후보를 향해 "4차 산업혁명을 말하는데 그 속에 사람이 없다. 노동시간 단축, 기본소득 도입 등이 필요하지 않나"고 몰아세웠다.

안 후보는 이에 "저도 실업 부조 늘리고, 고용보험 대폭 확대, 재교육 시스템 등을 공약했고 노동시간 단축도 공감한다"며 "결국 재원이 가장 큰 문제다. 우선은 아동수당 도입, 기초연금 강화, 실업급여, 장애인 수당 이런 쪽부터 차근차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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