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표 잃다가 되찾은 초심
부모 자식간 소통 필요해
출연진 교체로 재정비
역대 최고 시청률 경신

불혹을 훌쩍 넘긴 아들의 철없는 일상을 바라보며 속내를 숨기지 않았던 엄마들의 거침없는 입담으로 화제의 중심에 있었던 SBS <다시 쓰는 육아일기 - 미운 우리 새끼>(일 밤 9시 15분).

발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눈뜨자마자 게임기를 붙잡은 채 모닝소주를 마시던 아들, 인스턴트 냉동밥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봉지째 퍼먹던 아들, 밥상을 차리다가도 모든 동작을 멈추고 텔레비전과 대화하던 평균 나이 생후 509개월 아들들.

여유로운 주말, 느긋하게 자고 있거나 텔레비전에 눈을 고정한 채 소파와 한 몸이 됐던 그 시절의 나와, "넌 그 나이에 주말에 만날 사람 하나 없느냐"며 등짝을 후려치면서도 때맞춰 따뜻한 밥상을 차려주던 엄마의 마음을 떠올리게 했던 <미운 우리 새끼>는 그렇게 여타 관찰 예능과의 차별에 성공했다.

노총각 아들들의 짠내나는 일상을 안타까움과 독설로 담아냈던 엄마들의 활약이 돋보였던 <미운 우리 새끼>가 어느 순간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고뭉치가 되기로 작정한 듯 대왕 김밥을 만든다고 부엌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수족관도 모자라 횟집 수족관을 들여 놓는다.

SBS <다시 쓰는 육아 일기 - 미운 우리 새끼>가 출연진을 교체해 그룹 룰라 멤버였던 이상민이 출연한다. 그는 '궁상민'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시청자 시선을 다시 잡았다. /방송 캡처

세미누드를 찍겠다며 단식원에 들어가지를 않나, 기어이 왁싱하는 모습을 영상을 통해 보여주던 아들의 모습은 매회 이벤트를 준비해야 하는 강박에 빠진 듯 작위적으로 흘러갔다.

시청자들 역시 이러한 연출에 점점 시선이 돌아가던 참이었다.

제작진은 시간대를 옮기고 출연진 교체 등을 통한 재정비에 들어갔다.

시간 변경 후 지난 16일 방송된 <미운 우리 새끼>가 전국 시청률 평균 18.9%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이 과정에서 합류한 이상민은 애초 <미운 우리 새끼>의 초심을 보여주었다.

오래된 에어컨을 팔아 생필품을 사겠다고 큰소리를 치다 좌절하는 궁상을 보여주다가도 털옷을 입으며 전성기 시절을 그리워하는 듯 허세 가득한 모습 등으로 그의 일상을 전했다.

"저 정도인 줄은 몰랐네."

유난히 더웠던 지난여름, 에어컨 없이 견뎠던 기억을 끄집어내는 아들. 도통 말이 없어 아들의 일상을 알지 못했던 어머니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았다.

"룰라가 좀 그렇잖아요"라는 말로 스튜디오를 초토화한 어머니는 아들의 사업 실패와 이혼 등을 바라보며 속상했던 마음을 드러낸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빚을 갚겠다는 의지가 자랑스럽다"며 아들에 대한 응원과 사랑을 확인시킨다.

이상민 모자의 출연은 애초 이 프로그램 기획의도인 엄마와 아들 사이 '소통'을 다시 한 번 환기한다.

애초 육아와 관찰 예능의 조합으로 시작했던 <미운 우리 새끼>가 공감을 얻었던 지점은 바로 비혼의 나이 든 아들들이 펼쳐놓는 자연스러운 그림이다.

그리고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아들들의 기행에 '기승전 -결혼'을 외쳤던 엄마들이 오롯이 아들을 이해해가는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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