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립무용단 30주년 맞아 내일 창원서 <동행> 공연
평화다짐비 차용·애니메이션 기법 더해 연출 극대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각도로 기록하는 행위는 상식에 기반을 둔다. 오만과 거짓으로 가리려 해도 진실은 퇴색하지 않는 법이다.

연극이나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다룬다. 감정을 덜거나 더하거나, 시선을 어디에 둘 것인지 고민하고 해석하면서 차이가 발생할 뿐이다.

결국,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하나다. 잊어서는 안 될, 영원히 기억해야 할 역사적 사실이라는 점이다.

21일 오후 7시 30분 창원 성산아트홀 대극장에서 선보일 창원시립무용단 창단 30주년 기념 공연 <동행>은 위안부 피해라는 실체적인 이야기를 몸짓으로 풀어낸다.

무용 대작으로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조명하는 시도는 처음이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감독 노현식은 고심을 거듭했겠다.

지난 17일 오후 1시 30분께 창원시립예술단 연습실에서 창원시립무용단 단원들이 창단 30주년 기념 공연 <동행>을 연습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다른 분야의 해석과 차별화를 고민하면서, 동시에 위안부라는 단어가 주는 중압감과 편견을 없애야 한다는 과제가 남기 때문이다.

'한(恨)'의 감정을 몸짓을 통해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도 관심사. 안팎의 관심과 고민이 깊어지면 그만큼 무용단이 느끼는 중압감은 늘어난다. 운 좋게 공연을 미리 엿볼 기회를 얻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감정 소모가 큰 작품이다. 무겁게 내려앉은 감정선이 길게 이어진다.

무대와 조명, 복식이 갖춰지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연습 현장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본 공연이 기대되는 이유다.

무용수는 표정과 몸짓만으로 현실적인 고통의 감정을 드러낸다. 감정과 표현은 능숙하게 절제했다. 감정선은 그대로 보는 이에게 전달되고, 지속적으로 쌓인다.

불편한 감정이 지속하지만 고개를 돌릴 수는 없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겪었을 감정과, 2017년 현재까지 풀리지 않는 현실이 더욱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몸짓의 감정을 극대화하는 연출 효과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크게 3가지 형태로 구성한 무대 연출, 애니메이션 기법, 와이어를 사용하는 방식 등을 더했다.

지역민에게 익숙한 창원 마산합포구 오동동 인권자주평화다짐비 형상을 차용한 오브제도 등장한다.

울음인지, 괴성인지, 속삭임인지 알 수 없는 음향 효과는 음울한 분위기를 응축하는 데 한몫한다.

또한 성노예 피해 사실을 증언한 김학순(1924~1997) 할머니 육성과 박옥선 할머니가 2014년 에 출연해 무반주로 '아리랑'을 부르는 영상을 사용해 응축한 감정을 폭발시킨다.

위안소 공간을 표현한 <동행>의 무대 스케치. 문 주변에는 위안부 이름이 아닌 숫자가 적힌 명패로 채워졌다. /창원시립무용단

창원시립무용단은 이번 공연을 5개월간 준비했다. 주제가 지닌 무게감 때문에 접근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아시아를 비롯한 모든 인류가 풀어야 할 과제라는 공감대가 있었고, 창원시의 조건 없는 승인 덕분에 작품은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창원시립무용단이 작품을 준비하는 동안 또 한 분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별세했다. 소녀상 설립을 놓고는 도를 넘어선 폄훼와 방해 행위가 있었다.

공연에 '봇짐'이 등장하는데, 끝내 풀리지 않는다.

세상이 변화를 요구하는 이 순간에도,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향한 진정한 사과는 없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셈이다.

이번 <동행> 공연이 던지는 메시지는 묵직하다. 관객에게 공개되는 순간, 여러모로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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